- 국회는 잠자고 있는 '#미투' 관련 법안 보완 서둘러서 처리해야 -

▲ 심석희, 조재범 전 코치 폭행에 "이러다 죽을 수 있겠다 생각..... 의식 잃기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3000m계주 금메달리스트 심석희 선수가 상습 상해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로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당했다는 폭로에 국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고소장에 따르면 태릉선수촌 등지에서 성폭행을 당할때 심 선수는 당시 만 17세로 미성년인 고교 2학년이며 지난해 평창올림픽 출전 2주 전까지 4년간 조씨로부터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심석희는 가족에게까지 성폭행 사실을 숨겨 왔으나 조재범의 반성 없는 모습을 보고 추가 폭로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우려해 용기를 냈다"는 심 선수의 결단에 아낌 없는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피해 장소도 다름 아닌 태릉 및 진천선수촌, 한국체육대 라커룸 등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국가체육시설에서 버젓이 자행했다고 하니 가히 충격적이라 말문이 막힌다.

대한민국 체육의 심장인 선수촌을 마치 '성(性)수촌'으로 변질시켜 국민의 공분을 사게 만드는 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체육회는 그제 발표한 `2018 스포츠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일반 선수는 2.7%, 국가대표는 1.7%만 성폭력을 당했다고 하는데 서면조사도 아니고 대면조사란 점에서 신뢰성에 의심이 든다. 

전혀 생면부지인 길 가는 사람한테 조차도 당신 성폭행 당한적 있냐고 물어봐도 곧이 곧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하물며 한치 건너면 전부 아는 사람일 텐데 얼굴을 마주보며 당신 성폭행 당한적이 있냐고 노골적으로 물어봤다는 것은 차라리 실태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번에 발표한 체육회가 발표한 실태조사는 체육계 내부 사실을 어떻게 하면 감출까라는 마지못해 실시한 '무늬만 설문조사'이지 진실을 밝히는 조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마침 심석희 선수의 충격적인 폭로로 어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성폭력 가해 시 영구제명을 확대하고,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 피해 사례를 전수조사하겠다는 내용으로 긴급히 내놓은 체육계 성폭행 대책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체육계에선 성적만 잘 낸다면 어지간한 폭행이나 성범죄는 눈감고 모른체하는 관행이 아직도 곳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사안이 발생할때마다 뒷 북 치듯이 한 번씩 툭 하고 내던지듯이 발표하는 정부의 무성의한 성폭력 피해 근절 대책은 공허하게 들릴뿐이다.

체육은 운동 이전에 '인성(人性)'을 가르키는 곳이어야지 성적만 잘 내면 어지간한 폭력은 눈감아 주는 '성적만능주의'의 관행부터 뿌리채 뽑아야만 한다.

체육계는 그 동안 대한민국을 체육강국으로 끌어 올린 功도 있지만 공공시설에서 조차도 성폭행과 성추행 폭력등이 아무런 규제 없이 버젓이 자행됐다는 사실만 생각한다면 운동 이전에 인성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무법천지 집단으로 밖에 비춰지질 않는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신들 자식들이 심 선수와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면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부터 생각했다면 이처럼 수수방관 할 수 있었을까? 잘 판단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체육계의 습관처럼 굳어져버린 폐쇄적인 못된 관행을 깨뜨리지 않고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따라서 이번에야 말로 사실에 비추어 반드시 실효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여론이 들끓고 있는데도 만일 체육계가 또다시 내 식구 감싸듯이 꼬리만 자르려는 꼼수만 부리려 한다면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

경찰 조사로 하루빨리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 사실이라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당국은 부도덕한 지도자에 대해선 일벌백계하고 향후 지도자 자질 검증을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며, 동시에 전수조사를 통해 체육계 폭력 실태를 파악한 뒤 상시적인 신고센터 설립 등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 더 이상 이 땅에 '제2 제3'의 심 선수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1년 전 서지현 검사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불을 지폈다.

따라서 이번 심석희의 충격적인 고백은 아직도 곳곳에서 침묵 속에 성범죄가 묻히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서지현 검사가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며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져나가 법조·문화예술체육·언론·정부와 정치권·대학 및 중·고교·직장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권력형 성범죄의 실상이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남성위주의 권위주의적인 시스템에 눌려 피해자의 대다수는 2차 피해를 우려해 여전히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심지어 피해당사자의 억울한 호소와 피해사례가 제대로 반영 될 수 있는 피해자 구제법 조차 하나도 없다.

2차 피해를 우려한 피해자의 침묵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보완이 어느때 보다 시급히 필요 할 때다.

가해자에 대한 엄한 사법적 판단과 함께 아직도 잠만 자고 있는 #미투 관련 법안에 대해 국회는 책임지고 보완해서 처리해야 한다.

보좌진 수 늘리거나 지역예산 끌어 올 때 그리고 의원정수 늘리는데에만 기를 쓰고 담합하지 말고 사회의 어둡고 병든 부분을 치유할 수 있는데 국회가 앞장서야 하는게 당연한 책무 아닌가?

국회도 이제는  밥 값좀 제대로 하길 바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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