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뭐가 문제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 자기를 바라볼 거울이 필요할 때다.'

▲ 바른정당에 제대로 '한 방' 먹은 '어중이떠중이식 보수대통합 논의' 이제는 그만.. '엔진이 멈춰 버린 깡통 자동차에 제 아무리 튜닝을 멋지게 꾸민다고 해서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은 아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전원책 조강특위 위원은 자유한국당을 살리는 길은 함께 모이는길 밖에 없다며 '보수 대통합 논의'를 잇따라 주장하고 나섰다.

지금처럼 보수진영이 사분오열돼서는 1년 반이 남은 총선과 더 나아가 2022년 대선에서 文 정부에 맞설 수 없으니 서로 나뉘어 네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하며 반목과 갈등으로 서로 '이전투구(泥田鬪狗)' 하지 말고, 단일대오 전선을 구성해 文 정권과 싸워야 한다는 논리인 듯 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도부 자체에 대한 원초적인 불신과 각 진영 마다 보수를 바라보는 시각과 개념이 서로 다른 가운데 '보수대통합'이든 '보수소통합'이든 렉토릭에 불과 하다.

특히 지금처럼 보수진영 내 다양한 세력이 제각각 이해 관계가 모래알 보다 더 잘게 부서진 상황에서 보수란 큰 산을 쌓는 것은 많은 노력과 함께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당 지도부들이 쪼물닥 거리며 만지고 있는 한국당을 중심으로해 보수진영이 뭉치자는 '빅텐트론'으론 보수대통합론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어느 정도 힘을 받을 수 있을지 '회의(懷疑)'적인 시각이 높다.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의 일정으로 연말까지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년 2∼3월 이른바 '통합 전당대회'를 열어 '보수대통합의 장(場)'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에 김 비대위원장이 황교안, 오세훈, 원희룡 등을 만나 입당을 권유했고,통합 대상에는 유승민 등 바른미래당 내 보수성향 인사들 탈당파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지금 거론되고 인사들 중 한국당과 보수 괴멸에 직·간접적으로 책임이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한 명은 박 前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 다른 세 명은 당이 어려울 때 나만 살겠다고 당에 비수를 꽂고 달아났다는 오명이 덧씌어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들은 그 동안 보수가 당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도 자기반성도 성찰도 전혀 없이 오로지 자신의 꿈만 키워오기 급급한 사람들이란 비판도 높다.

아직 당원과 보수세력으로부터 제대로 용서를 구하지 않은 사람들만 잔뜩 끌어모아 보수대통합이란 명분으로 '무임승차' 시키려는 김 비대원장과 전 위원 등 지도부의 섣부른 행태는 당도 보수도 우습게 하는 행위로 밖에 보여지질 않는다.

아무런 반성도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턱하니 보수대통합 카드를 끄집어 낸 것에 대해 어느 누구 하나 동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과 보수세력을 분열시키고 분쟁만 일으킬 뿐이다.

한국당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더 이상 보수대안 정당이 아니라는 사실이 국민의 심판을 통해 입증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자신들이 사망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엔진이 멈춰선 깡통 자동차에 제 아무리 튜닝을 멋지게 한다고 해서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마침 한국당에서 보수대통합 시나리오 중 하나로 '창조적 파괴론'이란 단어가 모락 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창조적 파괴론은 보수진영이 한국당 또는 바른미래당 등 기존 정당의 틀을 깨고 한국당 중심으로 새로운 깃발 아래 헤쳐모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적 파괴란 사전적 의미를 제대로 알기나 하고 이런 화두(話頭)를 꺼냈는지 묻고 싶다.

창조적 파괴란? 말 그대로 낡은 것은 계속 파괴하고 새로운 것은 계속 창조하면서 끊임없이 혁신해 가는 과정을 뜻하는 것으로, 독일의 마르크스 이론가이자 사회학자였던 베르너 좀바르트(Werner Sombart)가 처음 만들어 낸 용어로 현대에 들어와서는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가 마르크스(Karl Marx) 이론을 참고하여 1942년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라는 저서를 통해 전파하기 시작해 경제혁신을 통해 산업성장을 이끌어 낸 원동력이 됐다.

이런 의미와는 반대로 한국당이 주장하는 창조적 파괴는 스스로도 제대로 갈아엎지도 파괴하지도 못하면서 깃발 하나 꽂았으니 나를 따르라며 헤쳐 모여를 주장하는 것은 창조적 파괴와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오죽했으면 보수대통합 대상의 한 축인 바른미래당의 손학규 대표가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제안에 대해 “어중이떠중이를 다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손사례를 치며 혹평을 했을까?

지금 한국당에서 얘기하는 보수대통합은 지도부들이 아무런 것도 하지 못하면 모든 비난의 화살이 자신들에게 쏟아질까봐 '면피용'에 불과하며 다분히 정치적인 '이합집산(離合集散)'의 용어에 불과해 보인다.

이들이 주장하는 보수대통합논의는 자칫, 바른미래당에서 아직 입당하지 못한 탈당파세력들을 불러들여 12월에 있을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3월로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기득권을 장악하겠다는 권력의 도구로 전락 할 수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전권을 갖고 당내 조직을 새롭게 개편하고자 조강특위 위원을 맡은 전 위원과 김 비대위원장이 과연 보수대통합을 논할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란 비판이 도마 위에 올라와 있다.

전 위원은 정말 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려고 하는지 모르지만 당내 개혁에 대한 철학과 비전과 소신이 있는지 조차 구분이 안간다.

며칠 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전 위원은 내가 김무성, 홍준표, 김문수, 유승민, 황교안 이런 분들 참 좋아한다. 보수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분들이 작은 것에 집착하면 게임이 추해진다. 소아를 버리면 대중이 알아준다. 그걸 왜 안 믿고 다들 초조해하고 조강특위가 자신에게 칼을 휘두른다고 생각하나.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칼을 향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내가 그분들에 대한 질타를 막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말인즉슨 이들이 全大(전당대회)를 나가는데 대신 더 큰 게임(大選)에 도전 하길 바란다는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위원이 거명한 사람들이야말로 당과 보수가 창조적 파괴를 하는데 있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며 제대로 된 창조적 파괴를 하려면 정리돼야 할 우선순위 아닐가?

또한, 전 위원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는식의 발언에서부터 한국당의 창조적 파괴 전술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인다. 혹여라도 '창조적 파탄'은 몰라도..

보수 대통합이 성공하기 위해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기본이며 이에 더해 보수진영 궤멸에 책임 있는 세력에 대해 완전한 인적 쇄신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으로만 보수대통합 운운하는 것은 보수와 국민을 기만하는 처사이다.

정치권은 이미 수십년전 부터 '고장난 레코드' 틀듯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돌파구 마련을 위해 던진 '무슨 무슨 대통합' 카드는 꼼수 그 자체이며 국민들에게 도리어 '피로감'만 가중시킬 뿐이다.

어줍지않은 섣부른 보수대통합 논의는 새로운 보수정당의 탄생을 가로막는 '적페대상 전략 전술'에 불과 한다.

한국당은 과거 노무현 정부를 보고 'NATO (No Action Talking Only)정부'라고 했지만 오늘날의 '한국당의 自畵像'은 과연 어떠한가?

제대로 된 처방전 하나 없이 약장사처럼 말로만 떠들어 대는 정치평론가들만 잔뜩 앞세워 다 죽어가는 한국당을 살린다고 하는 거 자체 부터가 한국당은 이미 'NATO (No Action Talking Only)정당'이란 비난의 대상으로 떠오른다.

신주류로 떠오른 복당파는 말할 것도 없이 당내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알량한 빼지나 하나 지키려고 불의와 잘못에 대해 제대로 찍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자체가 이미 창조적 파괴 대상 아닌가?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소신과 배짱 하나 없이 어떻게 보수를 대표하는 선량(選良) 이며 당원이라고 자처 할 수 있는가?

지도부의 뒤에 숨어서 눈치나 살피는게 장사가 아니다.

위기를 위기로, 무엇이 잘못 됐지도 전혀 알지 못 한 채 세월만 낚으려는 한국당 지도부와 의원들 전원에게 '자신을 성찰해 볼 거울'을 보내주고 싶다.

'빅텐트든 스몰텐트든' 간에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재창당)과 주인인 당과 국민의 허락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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