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핵화의 지름길'은 지나친 환상에서 깨어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 하는 것이다. -

▲ 국제사회에서도 거절당한 문 대통령의 '대북제재 완화', 설득은커녕 미국도 쓰지 않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ASEM 성명으로 공식화… '혹 떼려 갔다가 혹 하나 더 붙인 격'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7박9일 일정으로 유럽 5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번 유럽순방은 전 세계에 대북 제재 완화를 공론화한 점과 프란치스코 교황으로 부터 방북 수락을 이끌어낸 점은 나름 성과로 꼽을만 하다.

하지만 이번 순방의 가장 큰 목표였던 '대북 제재 완화'와 관련해 유럽 정상들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설명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할 수 있.

이런 가운데 2차 북미정상회담도 내년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여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시계(視界)제로' 상태에 빠져 대북정책의 속도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번졌다.

문 대통령이 그 동안 공들여 설명한 대북제재 완화는 프랑스·영국 정상 모두가 설득당하기는커녕 요즘엔 미국도 쓰지 않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주문했다.

심지어 "북한에 CVID를 요구한다"란 표현은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공동성명에 들어갔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모든 핵무기·대량살상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프로그램 및 시설 폐기를 촉구한다"는 의장성명까지 채택됐다.

이는 유럽 정상들은 한반도 비핵화는 대북 제재를 통해 가능하다고 믿고 있으며 한반도의 평화분위기와는 관계없이 국제질서를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대북제재 해제 설득은 실패로 돌아가고 "대북제재"만 더 강화 돼 "혹 떼러 갔다가 혹 하나를 더 붙이고 온" 격이 되고 말았다.

이런 패착은 '정부의 잘못된 상황 인식' 탓에 있다.

'先제재 완화 後 비핵화' 정책을 유럽이 지지할 거로 믿었다면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제재를 늦춰줌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유럽의 인식은 다르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 더 제재를 옥좨야 만 비핵화가 성공 할 수 있다고 이들은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 정부의 브레이크 없이 과속 질주해온 '대북제대 완화' 전략은 결국 국제사회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한계에 봉착하면서 결국 유럽을 지렛대 삼아 제재 완화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 정부가 내지 못한 목소리를 '아셈 정상회'의가 대신 내줬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동안 마치 핵만 비핵화가 돼면 전쟁이 종식돼 한반도에 금방이라도 평화가 찾아 올 것처럼 오버 해왔다.

아셈의장성명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대목은 핵 못지않게 더 치명적인 것은 북한이 보유하고 생산하는 생화학무기에 대해 유럽정상들이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남을 맥도 못추고 사망에 이르게 한 불법 화화무기 같은 것이 '국방백서 2016'에 따르면, 북한이 2,500톤에서 5,000톤의 화학무기 제재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북한이 얼마만큼 보유하고 있는지 조차도 파악돼지 않은 핵폭탄급 생화학 무기에 대해 그 동안 정부가 폐기를 요구해봤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들어보지 못했다.

오죽 했으면 '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의)'에서 의장 성명으로 채택 된 결과에 대해 한국 정부가 아닌 아시아와 유럽 정상들이 한국민에 대해 대변하는 것 같다는 평가 마저 나오고 있으니 기막힐 일 아닌가?

발 등에 불이 떨어져야 할 2차 北美 회담에 대해 미국은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2차 北美정상회담이 지연되는 근본적 이유는 북한이 핵 포기 실행의 발 걸음도 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

실제로 북한은 1차 北美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폐기 등 원론적인 수준만 언급만 하고 있을 뿐, 비핵화의 첫 걸음인 핵 리스트에 대한 신고 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핵시설 신고 및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완전한 비핵화의 길은 입구에도 들어서지 못하고 빙빙 주변만 맴돌고 있으니 갈 길이 요원하기만 하다.

마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20일 2차 北美정상회담 등 북한 문제 진전과 관련해 “서둘지 않겠다”고 말했다.

2차 회담을 서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지난 6·12 싱가포르 회담 때 날짜를 급하게 확정한 뒤 의제를 조율하는 바람에 비핵화는 선언적 수준으로 합의문 말미에 넣는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고, 아직도 그 후유증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나친 환상과 기대에서 깨어나 지금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해야만 한다.

미국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만 북한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주장을 내세우며 남북관계에서 우리만 지나치게 과속하면 할 수록 대북 제재의 틈은 벌어져만 가고 국제 공조는 흔들릴 수 밖에 없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남북관계를 우리 나름대로 이끌어가겠다는 의지와 패기도 좋지만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크게 벗어나면 오히려 될 일도 안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탄탄한 국제 공조를 기반으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된 비핵화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협력은 비핵화가 이루어진 후에 해도 늦지 않는다.

노력에 비해 악수(惡手)를 두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면 과감하게 궤도 수정을 통해서라도 비정상인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 놔야 한다.

우리만 맹목적으로 '평화'란 프레임에 갇혀 국제사회가 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황 인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엑셀레이터(가속기)만 밟은 문 대통령의 이번 유럽순방 성적표는 교황의 방북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하나만 겨우 얻어낸 ‘속빈강정 외교’이며 `빈손 외교`라는 냉정한 비평이 우세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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