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의 정치화는 경제에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된다'

▲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경제 원팀'도 사람도 아닌 실패한 '정책 기조의 전환'이 제일 급선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소위 김&장이라 불리며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함께 교체하고 후임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과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을 각각 내정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고용 등 경제지표 악화와 김-장 라인 불화에 대한 문책 성격이 짙은 만큼 ‘코드·회전문 인사’ 비판이 나오는 후임 인선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만 남는다.

청와대는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은 홍 내정자와 초대 사회수석으로 국정과제를 설계해온 김 내정자인 만큼 포용국가 비전을 조정·실행해나갈 최적의 ‘원팀(One Team)’이라고 강조했지만 이 조합이 시너지 효과는 차치하더라도 과연 기대만큼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선 소득주도성장 등 국정과제 설계를 주도한 ‘실세’ 김 실장이 경제정책 전반을 주도하는 '장하성 시즌2'가 될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김 실장은 사회수석 시절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교육개혁엔 전혀 손도 못된 데다 부동산 가격은 되레 폭등했다.

소득주도성장이 성공하려면 가계소득을 지원해주는 것 못지않게 가계지출 비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한 축인 가계지출 비용 축소에 전혀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는 등 사실상 실패했다.

또한, 김 실장의 정책 독주가 우려된다.

'왕실장'으로 불리는 김 실장이 장악력을 높일 경우 지난 김동연 부총리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쓴소리가 통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 경제팀 앞에는 성장의 3대 요소인 '설비투자·생산·소비'가 동반 감소하는·'트리플 침체'와 2008년 이후 최악의 고용참사와 소득 분배도 최악의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가 이토록 악화된 것은 현장과 자유시장과는 상반된 이념과 정치 논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반시장(反市場)'적 경제 기조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

이 정부 들어 경제살리겠다고 시행한 급속한 최저임금인상과 공무원 증원, 대기업 규제, 탈원전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때문에 대한민국 경제는 중병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새로 기용된 2기 경제팀을 보면 경제살리기 정책은커녕 도리어 기존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라는 사실에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금은 지난 김&장 경제 투톱시절처럼 청와대에서 사사건건 경제부총리의 발목을 잡고 주도권을 쥐는 '경제의 정치화'가 아닌 '경제의 독립성'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성장엔진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면 사람만 바꿔선 안 되고 실패한 정책 기조의 전환이 최우선 과제다.

앞으로도 청와대가 경제부처를 제끼고 계속 주도권을 쥐락펴락하며 마찰과 갈등을 일으키면 도로 '장하성 시즌2'로 전락해 몰락을 재촉할 뿐.

새 경제팀은 한국 경제가 처한 생산·투자·성장의 위기부터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사실부터 명심하길 바란다.

경제의 정치화는 '경제에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기 바란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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