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틀린건 틀린거고 아닌건 아닌거다 -

▲ 소득주도성장에 반기(反旗)들고 文 대통령에 끝내 사의표명한 'J노믹스 설계자' 김광두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광두 부의장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선 때는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별도 경제 싱크탱크인 ‘새로운 대한민국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 정권의 경제지도를 그렸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이 의장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부의장을 맡았다.

김 부의장의 사의 표명이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예고된 사의 표명으로 김 부의장이 그린 문 정권의 경제지도를 스스로 내려 놓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1년 8개월간 유례없는 고용 참사와 성장과 투자는 외환위기때나 다름없는 최악으로 몰고간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문 대통령의 경제기조에 대해 쓴소리를 계속하며 청와대와 여당에 미운털이 박혔다.

김 부의장은 경제를 보는 눈에 있어선 남다른 시각과 판단이 있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지라 경제현실과 정책이 왜곡되거나 일치하지 않으면 자신이 지지했던 정권과 대통령이라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틀리면 틀리다' '아니면 아니다'라는 원칙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 된다.

앞서 김 부의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로 불리며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주도해 정권 창출에 기여 했으나“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쓴소리를 한 후 결국 박 전 대통령과 결별했던 이력이 있다.

김 부의장은 지난달 11일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수석 간 마찰과 갈등이 지속되자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다.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와 더불어 정부의 무능과 오만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국민경제회의는 헌법기구(93조)로,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자문하는 기구로 김 부의장은 사실상 실질적인 최고 책임자라 할 수 있다.

김 부의장은 "경기 지표와 고용 상황은 금융위기와 외환위기 기간이던 2009년 봄과 2000년 봄 수준"이라면서 "경제 정책을 맡게 된 분들의 어깨가 무겁다"고 썼다.

집권 3년차를 목전(目前)에 둔 문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깝다. '성장', '고용', '투자', '소득' 등 어느 것 하나 적색 지표가 아닌 것이 없다.

소득주도성장 기치 아래 2년간 투입한 일자리 예산은 베트남의 1년 전체예산과 맞먹는 54조원이 일자리에 투입됐지만 결과는 한마디로 참담하다.

일자리 정부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일자리는 날이 갈수록 늘 줄은 모르고 ‘고용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감하고 있고, 올해 3분기 최상·최하위 계층의 가계소득 격차도 11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다.

월별 고용통계 또한 매번 보기가 두려운 상황에 이를 정도로 경제 전망은 악화일로다.

우린 여기서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고용 창출은커녕 일자리를 줄인 판에 소득격차까지 심화시켰다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은 '냄비 속 개구리' 신세라고 비유할 수 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 속에 넣으면 닥쳐올 위험을 모르지만 막상 물이 끓기 시작해 위험 수위에 이르면 개구리는 끓는 물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오히려 20년 전 외환위기, 10년 전 금융위기 때는 물이 팔팔 끓은 덕에 서둘러 뛰쳐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대한 외부충격 없이 스스로 냄비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석(私席)에서 김 부의장은 “문 대통령은 다른 의견을 잘 듣는데, 참모들은 아무리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며 참모들의 독선과 불통에 대해 불만을 자주 표출했을 정도로 청와대 참모들의 독선과 불통에 대한 비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1월에도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경제학회가 공동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 참석해 경제위기론에 대해 “개혁의 싹을 자르려는 것”이라며 경제위기론을 일축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어디를 봐도 온 사방에 경제 위기에 대한 적색 경보음이 켜져 있는 상황에도 청와대와 정부에는 전혀 위기의식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제일 큰 문제중의 문제다.

정치와 경제 어느 한쪽을 분리할 수는 없지만 국민의 뇌리에는 정치란? 권력투쟁의 대표적인 산물로 바람결에 스쳐 지나가는 객(客)에 불과 하지만 경제는 국민이 먹고사는 근본적으로 주(主)된 문제다.

그래서 '정치는 짧지만, 경제는 길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작금의 경제 위기를 위기가 아니라고 반박하며 친시장 정책을 부정한다면 올바른 처방은 나올 수 없다.

벼랑 끝에 내몰린 전방위에 걸친 경제 상황에 경고를 두고 반개혁적이라는 말이나 해서야 어찌 위기를 막겠는가?

경제 불안과 침체로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최근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지지율 추락의 가장 큰 요인은 뭐니뭐니 해도 '경기 침체'와 '민생 악화'다.

지지율 속락의 주된 요인은 참사 수준의 고용 불안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20대와 얼어붙은 서민경제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지지가 급속히 빠져 나간 것이다.

문 정부는 지지율 추락에 담긴 민심(民心)의 함의(含意)를 엄중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과거 정권의 전철을 받지 말란 법이 없다.

지지율을 다시 회복할 생각이 있다면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틀린 것은 틀리다'라고 겸허한 자세로 인정부터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지 못하면 정권 내내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며, 경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할 국민 또한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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