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기자가 만난사람-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나언주 교수

▲ 사진 =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나언주 교수

[데일리그리드 = 이덕기 기자]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이세돌과 알파고가 펼친 ‘세기의 매치’ 이후 인공지능은 이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4차 산업혁명이라 일컫는다. 인류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일정주기가 지나면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키곤 했다.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을 지나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축이 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이다.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나언주 교수는 바로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나언주 교수는 일체형 자기 베어링과 햅틱 장치를 활용한 원격 조종 로봇 팔/손 시스템 연구에 전력을 다하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선구자로 각광받고 있다. 나언주 교수를 만나 그간의 연구 성과와 향후 비전을 들었다.

메카트로닉스시스템을 전공한 나언주 교수는 현재 21세기 전문지식과 실천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전임교수로 있다.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는 창의적 기술 교육을 통하여 인류생활 향상에 기여하는 전문 기계기술자를 양성하고 급변하는 첨단 기술 세계에 대한 능동적 적응능력을 갖춘 기계 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학부다. 이렇듯 나언주 교수는 지식기반 기계 산업 인력양성의 요람으로 자리 잡은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는 한편 4차 산업혁명의 기수로서 관련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그는 ‘릴럭턴스 힘을 이용한 디스크리스 반경방향-축방향 일체형 자기 베어링 개발’ 연구 성공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기록했다. 그럼으로써 자기 베어링 응용 회전기계 관련 기업의 고충을 상당부분 해소시킬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그는 로봇의 시각 및 촉각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여 4차 산업혁명이 나아가야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기존 일체형 자기 베어링을 완벽 대체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나언주 교수의 주전공 분야는 자기 베어링 연구다. 그는 회전 기계가 고장 나거나 유지 및 보수, 관리할 때 일체형 자기 베어링을 분해하는 애로사항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기존 자기 베어링의 단점을 완벽하게 개선한 ‘릴럭턴스 힘을 이용한 디스크리스 반경방향-축방향 일체형 자기 베어링 개발’에 성공하며 연구 인생에 한 획을 그었다.

“자기력을 이용하여 회전하는 축을 기계적 접촉 없이 지지하는 메카트로닉스시스템인 자기 베어링 연구는 현재 각종 회전기계에서 상용화되고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자기 베어링 역시 단점이 있었고, 일체형 자기 베어링 또한 수리할 때 분해 및 조립의 번거로움으로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여, 지지하는 디스크 없이 특정 자기력을 이용해 축방향의 힘을 제어하는 기술력이 녹아든 자기 베어링 개발에 성공하였습니다.”

▲ 사진 =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 이코노미뷰 제공

나언주 교수가 개발한 일체형 자기 베어링은 기존 일체형 자기 베어링과 다르게 장점이 무궁무진하다. 우선 기계 수리 시 자기 베어링을 손쉽게 분해 및 조립할 수 있고, 메카트로닉스 시스템 유지 및 보수, 관리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 중소기업의 운영비 절감 효과도 가져온다. 아울러 수명도 길어 이 제품은 고진공 터보분자펌프, 인공심장용 원심형 혈액펌프, 우주용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장치, 초고속 원심분리기 등 초고속 고부가가치 회전기계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렇듯 나언주 교수는 새로운 일체형 자기 베어링을 선보여 초고속 고부가가치 회전기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이다.

햅틱 장치를 이용한 로봇 팔/손 연구에 박차

나언주 교수는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에서 연구 및 후학양성에 힘을 쓰는 한편 소음진동공학회, 정밀공학회, 대한기계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그가 현재 가장 포커스를 두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로봇 분야였다.

“현재까지도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로봇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를 구현하는 게 정말 힘듭니다. 동물은 근육이라는 시스템이 있어 큰 파워를 발생시키는데 반해 로봇의 모터는 힘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힘을 증가시키기 위해 모터에 기어박스를 부착하면 크기가 커지고 소형화가 힘듭니다. 이에 자기력을 활용하여 큰 힘이 발생할 수 있도록 인공근육 형태의 새로운 구동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포함한 로봇의 시각, 촉각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에 전력을 다해 심해, 우주 공간, 방사능 지역 등 위험한 지역에 로봇이 사람 대신 쓰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언주 교수는 원격지에 있는 로봇을 제어하고 로봇이 외부환경과 접촉할 때 촉감을 사용자에게 전달하여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도구인 햅틱장치(haptic device)를 독자 개발하였고 이를 이용한 원격 조종 로봇 팔/손 시스템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열쇠는 당연히 로봇이며,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로봇의 시각, 촉각 시스템 개발이라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로봇의 3차원 비전 구현 기술은 걸음마 단계다. 물건을 만졌을 때 느끼는 촉감 기술도 사람의 그것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보완 및 개선해야 로봇이 진정으로 사람을 대신해 어려운 작업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이 될 수 있다. 이에 향후 10년간 나언주 교수는 이 분야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다. 그리하여 반드시 지금보다 진일보된 로봇이 상용화될 수 있도록 연구를 멈추지 않겠다고 포부를 나타냈다.

노하우(know-how)가 아닌 노웨어(know-where)

“문제해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주입식은 옛 방식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내지 못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적으로 미국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재밌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올해 역시 수능이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줄 세우기에 지나지 않은 입시 교육이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지금은 노하우(know-how)가 아닌 노웨어(know-where)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너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만 빨리 찾을 수 있다면 굳이 머릿속에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에 문제해결능력이 중요한 것입니다. 문제해결능력은 암기가 아닌 사고력, 응용력 등이 바탕이 될 때 비로소 발달합니다.”

그는 이와 함께 독서를 강조했다. 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세상을 바꾼 혁명가들도 독서를 굉장히 즐긴 다독가였기 때문이다. 책을 많이 읽고 음악도 열심히 듣고 영화도 즐기며 인문학적 소양을 쌓아가다 보면 창의력이 발달하고 발상의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에 나언주 교수 역시 바쁜 나날 속에서도 아마추어 재즈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며 인문학적 정서 함양을 10년 이상 지속하고 있었다. 이처럼 경남대학교 기계공학부 나언주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세상을 즐기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창의적인 마인드로 무장한 나언주 교수가 향후 어떤 혁신을 세상에 가져올지 기대되는 이유다. 

 

이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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