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쳐선 안된다'-

▲ 갈 길 먼 고용개선과 최저임금 속도조절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원인별 맞춤대책' 내놔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11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일자리 둔화의 원인을 파악해 최저임금 인상속도를 조절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을 제기했고 이어 "고용문제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는 말도 했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도 그제 취임사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산정 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늦은감이 없지 않으나 문 대통령도 취임한지 2년이 다돼서야 그동안 무리한 대선 공약에 대한 폐해를 인식하게 됐고, 홍 신임경제부총리도 최저임금 정책의 문제점 시도 및 제도적 보완을 약속한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대한 부작용은 더 이상 이대로 끌고 갈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쇼크로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나빠졌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것으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던 6월 문 대통령은 엉터리 통계보고에 근거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한 바 있다.

그 다음 달 열린 최저임금위원회는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을 10.9%로 결정해 내년 1월부터는 올해 16.4% 최저 인상의 충격은 오지도 않았는데 오른 데 또 오르는 최저임금이 실제로 적용 된다.

고용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스럽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18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6만5,000명 늘어났다.

금년 들어 취업자 증가폭이 7월 5,000명, 8월 3,000명 선으로 추락하며 ‘고용 대란’으로 불렸던 수준에 비하면 많이 회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타격이 가장 큰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임대서비스업 등 3대 업종에서는 21만 명이나 줄어 실업률이 9년 만에 최고치인 3.2%를 기록하는 등 고용상황은 최악이다.

실제 고용참사가 일어나자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위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달달볶아 안하니만 못한 땜질식 단기일자리를 5만9000여개를 만들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폭이 16만5000명으로 10월에 6만4000명 보다 다소 늘었고는 하나 고용상황이 개선되는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

심지어 임기응변식 5만9000여개의 단기일자리 숫자를 빼면 고작 10만명 수준에 불과해 지난해 증가폭이 32만명 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고용의 양도 문제지만 질도 문제다. 정부는 내년에 단기 공공근로 일자리 96만개를 만드는데 3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지만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비정규직 단기일자리로 메우고 있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땜질식 처방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단기 일자리는 근본적인 고용 해법이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려면 신산업 분야 규제 완화와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는 등 경제활력 제고를 통해 민간의 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대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 경제는 절단나다.

올해 겪은 충격이 폭탄급이라면, 내년에 받을 충격은 메가톤급으로 경제 쓰나미 현상을 막아야 한다.

과속 인상으로 고통 받고 신음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기 전에 비상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 죽고 나서 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뿐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민의 혈세로 링거를 꼽고 연명하는 임기응변식 단기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기업이 투자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다

따라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정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고용상황을 개선하려면 고용악화 원인으로 지목되는 구조적, 경기적, 정책적 요인들을 세밀하게 점검해 맞춤형 대책을 내놔야 한다.

경기적 요인이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업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어도 정책적으로 풀어줄 수 있는 것들은 과감히 풀어줘야 한다.

따라서 바뀐 정책에 맞춰 신속히 경제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와 청와대는 무엇보다 시급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고용 부진의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는 경직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조속히 손봐야 한다.

한때 70%를 넘나들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50% 밑으로 떨어진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문제 해결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지지세력이 이탈해 지지율은 추락하고 있다. 이유는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띠울 수도 배를 엎을 수 있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란 사자성어를 잘 명심해서 실천하길 바란다.

김대은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