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위원장'직 바른미래당에 반환하는게 순리다 -

▲ 복당 과정서 용서와 반성도 없고 국회 정보위원장자리마저 먹튀한 이학재…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도의를 지켜라.

지난 18일 대통령 탄핵 후  김무성,유승민의원등과 함께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을 탈당해 바른당 창당 공신이었던 이학재 바른미래당 의원의 복당과 관련해 하루종일 들썩 였다.

이날 오전 바른미래당 탈당,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한 이학재 의원 앞을 바른미래당 일부 당직자‧당원 10여 명이 둘러싸 거센 항의로 국회 정론관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이들은 이 의원에게 바른미래당 몫으로 받은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갈 것을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하고 취재진까지 몰려들자 이 의원은 기자회견 후 예정돼 있던 기자들과의 만남을 진행하지 못하고 방송기자실로 몸을 피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말았다.

이 의원은 탈당 직전까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올해 국회 상임 위원장 자리 배정시 바른 미래당 몫으로 국회 정보위원장을 받았듯이 탈당을 한다면 당연히 반납해야 하는게 도리인데  "정보위원장을 먹튀(먹고 튀다)한 이 의원은 양심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의 정보위원장직 유지 논란은 왠지 낯선 광경이 아니다.

국회의원이 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탈당하고, 이에 대해 당에서 그 직을 내놓으라는 요구와 다툼은 그 동안 우리 의정사에서 반복돼 왔다.

이 해묵은 논란은 `공평무사한 위원장` 이상을 추구하는 국회법과 위원장 자리가 당의 전리품이 돼 버린 현실정치의 괴리에 그 근원이 있다. 

전날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당한 이 의원은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당적 변경과 관련해 상임위원장을 내려놓으라고 당에서 요구했던 전례가 없다며 국회 관례대로 하는 게 맞다”고 정보위원장직 유지 뜻을 분명히 했는데, 이건 사실과 다르다.

사실과 다른 '전례(前例)'들을 차례로 나열해보면 가깝게는 2016년 진영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국회 안전행정위원장 사임계를 냈고, 이에 새누리당 간사였던 강기윤 의원이 위원장 대행을 맡았다고 짚었다.

실제로 당시 진 의원은 "안행위원장은 정당 몫이니 탈당했으면 내놓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 발 더 거슬러 올라가선 1998년 김종호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해 자유민주연합(자민련)에 들어오면서 국회 정보위원장을 사임, 새로 위원장이 선출된 이력이 있다.

이 의원은 2016년 12월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으로 옮겨간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과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상임위원장직을 유지했던 사례를 들고 있지만 당시에는 의원 29명이 탈당해 실제로 의석 비율에 변동이 있었던 때다.

이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도의를 지켜야 한다.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는 전리품이 아니다.

복당 선물로 챙겨가겠다는 것은 의원으로서 도리가 아니며 또한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이혜훈 의원과 이학재 의원이 (정보위원장 자리 놓고) 경선하면서 누가 이기더라도 정보위원장을 먼저 하고 서로 1년씩 하기로 했으면서 한국당에 가져가서 ‘나 몰라라’ 하면서 임기 2년을 그대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

지난 7월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은 정보위원장을 바른미래당이 맡는다는 것이었다. 이것이 여야 합의 정신이다.

따라서 정보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 다시 맡는 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한국당도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일관하지 말고 여야 합의 정신을 파기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도록 분명한 입장을 정해야 공당으로서 보수의 가치에도 맞는다.

이 의원은 한때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활동하며 온갖 권세를 누리다가 정작 자신이 모셨던 대통령과 소속 당이 어려워지자 뒤도 안 돌아볼 것 처럼 아주 매몰차게 당을 떠날 때 모습과 들어 올 때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도리어 친정인 한국당에서 복당에 대한 환영 레토릭 세례까지 받았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의원의 손을 잡고  "마음고생 많으시다, 환영한다"라며 "여러 가지 고민도 많고 고통도 많으셨을 텐데 큰 결단을 하셨다"라고 위로했고,이 의원은 "그동안에 고민했던 것들이, 이제 자유한국당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토양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화답했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도 "저희 당과 가치를 같이하시는 분은 누구나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했다.

자신이 마시던 우물에 가래를 내뱉으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처럼 행동했던 사람에 대해 지도부란 사람들은 앞장 서서 환영한다. 새로운 통합이다라고 치켜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이 의원의 정체성도 정체성이지만 한국당의 정체성이 제대로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원칙과 기준이 없어 보인다.

이 의원의 복당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은“온갖 수모 속에 당에 남아 있던 사람은 잘리고 침 뱉고 집 나간 사람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와도 되는가”라고 날선 비판을 하고 있다.

이 의원의 복당을 바라보면서 서글픔과 정치적 회한까지 밀려 오고 있다.

친정으로 다시 복당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용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채 남의 밥그릇이나 가로채는 행태는 보수통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살길을 찾기 위한 기회주의자처럼 보인다.

정치가 다 이런 것은 아닐 것이다.

 

김대은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