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이제 답을 할 때다'-

▲ 김태우의 폭로,제 2의 박관천 사태인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 활동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산하 반(反)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반에서 일하다 '비위행위자'로 몰려 축출된 김태우 수사관은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특감반 근무 당시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에 대한 동향 보고도 작성해 보고했다"고 폭로했다.

폭로 내용을 보면 전 기재부 장관 최경환 비리 관련 첩보성 동향,고건 전 총리의 장남 고진 비트코인 관련 활동, 박근혜 친분 사업자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 수령, 조선일보의 취재 내용. 조선일보 취재 내용 중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거래 혐의. 또 그밖에 진보교수 전성인에 대한 교수 사찰도 있다.

리스트만 보면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김 수사관은 "이런 의혹을 담은 '감찰 보고서'를 지난 10월 중순 청와대에 제출했지만, 청와대는 이 보고서를 제대로 검증·조사하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우윤근 주러대사 '금품 수수'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처럼 친여(親與) 고위 인사에 대한 의혹 보고서가 올라오자 또 뭉갠 것"이라고 모 언론사에 밝혔다.

또한, 김 수사관은 전직 총리 아들의 사업 현황이나 은행장 동향 같은 직무 범위를 벗어난 감찰 행위도 서슴없이 자행했다고 셀프 고백을 하기도 했다.

반면 청와대는 합법적인 감찰 직무 범위 내에 드는 여권(與圈) 출신 고위인사 비리 첩보에 대해서는 묵살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을 일부 특감반원의 단순 일탈행위로 단정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린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는 “자신의 비위 혐의를 덮으려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감찰을 위한 정보수집 과정에서 민간인 동향 첩보가 ‘불순물’로 끼어 있었을 뿐이라며 사건을 아예 덮으려 하고 있다.

이번 파동을 보면 박근혜 정권  2년 차에 불거진  ‘십상시 문건’의 유출 파동과 너무나 흡사해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은 2014년 11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첩보 문건 내용을 세계일보가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박근혜정부에서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던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비서관에게 주기적으로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받았다는 내용으로 박 전 행정관이 작성했다.

하지만 당시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나 나오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것과 마찬가지로 문재인정부의 청와대도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일고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치부했다.

‘지라시에 흔들려선 안된다’며 '국기문란'까지 거론하던 박근혜 대통령은 그로부터 2년을 넘기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에 반발해 일어난 촛불시민혁명의 지지와 응원속에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도리어 박근혜 정부 국정논단 시즌 2로 전락해 백주 대낯에 청와대 안방에서 민간인 사찰을 아예 대놓고 한 것은 '누워서 침 뱉기'나 다름 없다.

이번에 사실로 드러난 것 처럼 일개 특감반원이 부처 장관을 독대하고 인사 청탁까지 한 것은과거 장차관실을 무시로 드나들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의 행태와 뭐가 다른가?

청와대는 김태우 수사관의 주장을 비위 혐의자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깍아 내리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 문제들이 많이 발견 된다.

이 가운데 하나가 김 수사관의 주장은 신저 내용을 상급자인 이인걸 특감반장이 일방적으로 지웠다는데. 두 사람은 주로 텔레그램이라는 대화 앱을 사용했는데,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이 특감반장이 휴대전화를 빼앗아 둘 사이에 오간 대화를 모두 삭제했다.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르면 특감반은 현재 현직 고위공직자 ,현직 공공기관·단체의 장 및 임원,대통령 친인척과 특수관계인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정치인과 언론사 감찰은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청와대는 수사관 한 명의 폭로에 비서실장, 홍보수석, 민정수석, 대변인이 나서 집중포화를 퍼부었으나 해명은 오락가락하고 오히려 궁색하기만 했다.

또한 진상도 밝히기 전에 특별감찰반 소속 직원을 전원 교체하고 소속기관이 철저히 조사하고 징계토록 했다. 발 빠른 대응이라기보다 무슨 의혹이 있는지 되레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특별감찰반을 개편한다고 명칭에서 ‘특별’을 빼고 기관장 접촉 때 사전·사후 보고토록 했다.

하지만 '특별'을 삭제한다고 해서 권한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실질적인 변화보다는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

진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의 부실한 조직 관리와 미흡한 대응이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우며, 청와대 주장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특별 감찰반의 감찰 범위를 벗어났다는 김 수사관의 일탈 행위를 방치한 책임이 크다.

청와대가 '불순물'라고 표현한 민간인 동향이 최초 보고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직간접적으로 부리던 감찰조직은 언제나 늘 말썽이 많았다.

DJ정부 때 권한 남용 논란으로 해체된 사직동팀과 이명박 정부 때 민간인 사찰 파문을 낳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그리고 최근까지 논란의 대상이 된 박근혜정부시절 ‘십상시 문건’을 만든 공직기강비서관실 등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민간인 사찰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행했다.

민간인 사찰은 문재인 정부의 '역린'과도 같다.

과거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쟁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례로 박근혜 정부 때 민간인 등을 불법 사찰했단 이유로 기소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2월18일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태의 원인을 단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유전자에는 애초에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민간인 사찰'이란 표현은 이미 널리 회자 됐다.

김 대변인은 김 수사관의 폭로 이후 논란이 촉발된 사향에 대해 거의 매일 언론 보도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윤근 비위 의혹’에 대해선 "박근혜 정부 때 검찰이 불입건한 사안"라 했고, '전 공직자의 가상화폐 보유 조사 지시 의혹'을 두고는 "지시를 한 적도,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이제 답을 할 때다.

우윤근 주러시아대사 사건, 이강래 한국 도로공사 사장 사건 모두 문재인 측근의 비리를 덮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비리가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어떻게 묵살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첩보 수집이든 감찰 업무든 정부 내 사정기관이나 조직에 맡기고 지금처럼 청와대가 보고받는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청와대도 지적했듯이  '미꾸라지 분탕질'하는 감찰조직을 이제 더 이상 놔둬야 득 될게 없다. 하루빨리 존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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