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인성호(三人成虎)운운은 누워서 침뱉기다' -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특감반원이던 김태우 검찰 수사관은 기업, 정치인, 언론등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 정보 수집을 했고 특정 인사들의 성향을 분석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폭로전이 한달 넘게 이어오면서 온나라가 연일 시끄럽다.

2018년 마지막 날 국회 운영위원회가 열렸지만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채 정치 공방만 벌이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해를 또 넘기고 말았다.

종일 난타전을 주고받은 운영위는 일방적 공격과 상투적 방어를 주고받는 설전만 이어져 결국 ‘소문난 잔치’로 끝나 버려 진실을 가릴 수 없다는 사실만 서로 확인 됐다.

정말 실망스럽고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수사관은 우윤근 주(駐)러시아 대사의 현금 수수 의혹을 보고했으나 조치가 되지 않고 되레 자신이 검찰 복귀 조치됐다고 주장했으며, 도로공사 사장 납품 특혜 의혹과 첩보보고서 목록 공개 등 연일 폭로를 이어갔다

하지만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첩보 생산과 보고 및 처리 과정, 첩보의 내용에 대한 해명은 충분하지 않아 불신을 키웠다.

심지어 청와대는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온통 흐려”, “문재인 정부 유전자(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 등의 강한 어조로 김 수사관을 비판했지만 이는 의혹의 실체적 규명보다는 말꼬리 잡기식 공방을 촉발, 국민의 피로감만 더했다며 변명만 잔뜩 늘어났다

엊그제 청와대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민간인 신분이자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사찰했다는 내부 폭로가 원인이 돼 검찰로 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작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에 검찰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위 의혹 수사 때 청와대를 압수수색을 해 역시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받은 적은 있지만, 현 정부 들어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을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는 속담 처럼 이번에 벌어진 '기획사찰'은 역대 어느 정부의 민간인 사찰사건과 비교해봐도 결코 가볍지 않다.

집권 3년차 중반기를 맞아 국정 운영 동력을 이어가는 데 집중해야 할 시기에 악재가 돌출돼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혹시라도 '적당히 덮는 식'으로 수사한다면 가뜩이나 불신 받고 있는 검찰의 위상은 더 이상 추락할 곳도 남아있지  없을 정도로 많이 위축돼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시절 소위'십상시 문건' 파동 때 과거 문재인 대통령 "문건에 근거한 언론의 의혹 제기를 비난하고 화내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에게 죄송스러워하고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했지만 지금 청와대는 오히려 더 오만하고 불순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남의 티끌은 비판하면서 자신의 들보는 전혀 보지 못하는 것처럼 특별감찰반의 수장인 조국 민정수석은 이와 관련해 사과나 해명은 커녕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겠지만 맞으며 가겠습니다"라며 오만불손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해 7월 문 정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시절 청와대의 캐비닛 문건을 공개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알린다'고 공포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 명의로 민간인 사찰을 밝힌 김 수사관을 공무상 기밀누설로 고발한 것은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와대는 일단 민간인 사찰 의혹 규명이다. 김 수사관 주장대로 청와대 윗선에서 민간 영역에 대한 첩보활동을 지시했는지, 있었다면 결과물이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사안의 실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과 공방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만큼 검찰의 신속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직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고작 한다는 해명이 '윗선에 보고된 내용이 아니다'거나 '6급 수사관의 개인적 일탈'이란게 전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연말 마지막 날에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사태를 김 전 수사관의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며 "제가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저는 파면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임종석 실장은 “문재인 정부에서는 정치적 목적의 사찰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무성의하고 책임 없는 답변으로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폭로한 사람은 있는데 시킨 사람이 없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조 수석은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삼인성호(三人成虎)다"라고 하면서 의혹 제기 자체를 허구로 몰아가고 있다.

조수석은 "자신이 정말 민간인 사찰을 했다면 즉시 파면돼야 한다"는 말 반드시 책임져야만 할 것이다.

여기서 삼인성호는 과연 '누구'를 지칭하는지 어떤 '조직'인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삼인성호 자체를 운운하는 것은 '누워서 침뱉기'식 아닌가?

이게 도대체 "말인지 막걸리인지"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제거시키려는 얄팍한 행태는 반드시 이땅에서 반드시 청산돼야 할 '적폐'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지 않는가?'

국민이 지금 이순간에도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레토릭'이 아니라 '팩트'다

앞으로 청와대는 검찰이 이번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검찰은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민간사찰 의혹은 언제든 불필요한 '정쟁(政爭)'을 불러일으키고 정부에 대한 '불신(不信)'만 증폭시킬 따름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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