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이다. 1919년 3월 1일 이후 딱 백년째이다. 그런 측면에서 올 3월은 우리에게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는 와중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책이 한 권 출판되었다. 바로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이다. 제목만 봐도 다소 흥미로운 책인데, 저자인 역사학자 유정희를 만나 몇 가지 물어 보았다.

Q.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미 기사 등도 많고 본래 꽤 유명한 전문 역사학자로 아는데,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은?

본래 동양고대사(東洋古代史) 전공의 역사학자, 고고학자이다. 하상주(夏商周) 전공자이지만, 작년부터 ‘고조선 연구자’로도 명성을 얻게 되었다. 아무튼 이 드래곤볼에 대한 책 구상은 이미 26년 전 <드래곤볼Z 버독편>을 봤을 때부터 막연히 했었다. 구체적으로 책에 대한 구상은 13년전 공저자인 정은우 선생에게 이 주제에 대해 얘기하고 논의할 때부터였다. 

Q. <드래곤볼>을 본 사람인데 제목만 봐도 흥미롭다. 간략하게 어떤 내용인가?

간단하다. 드래곤볼 중 가장 유명한 <프리더편>이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그것을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곧, 손오공(카카로트), 베지터 등의 사이어인(하부  제국주의, 검은 머리 동양인, 꼬리를 가진 원숭이, 전투민족, 달을 보면 변하는 폭력성)이 일본인, 그 중 손오공이 전후(戰後) 일본인, 베지터 등이 현재 남은 일본 우파를 상징하고(사이어인의 왕자 자부심-현 일본 우파의 천황 운운과 비슷), 혹성 베지터를 멸망시킨 프리더가 미국(앉아있는 모습이 루즈벨트 연상), 자봉-도도리아가 프랑스-영국, 손오공을 돕는 피콜로가 중동, 그리고 야무치, 크리링, 천진반 등이 순서대로 한국, 중국, 인도 등을 내포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일본인 시각의 범아시아주의?) 이를 역사학적, 인류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미 나는 수 십년전 <드래곤볼Z 버독편>을 봤을 때 생각했던 것이고 또한 확인차 개인적으로 아는 수 많은 일본인들에게 물어보니 “역시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상식적으로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건 일본인이 아니더라도 역사적 지식이 있고 통찰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은 상식적으로 연상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유치하지 않게 어떻게 학술적으로, 곧 역사학‧인류학적으로 풀어내느냐의 문제인데, 카미카제 등을 연상시키는 ‘피로 묶은 버독 머리띠’나 프리더의 파워볼로 혹성 베지터를 없애는 장면(원폭 상징),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면 프리더가 베지터왕(王)을 처치하고 짓밟은 ‘일왕가 상징인 언듯 국화(菊花) 모양의 베지터왕의 목걸이’는 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증거일 것이다. 

특히 손오공의 아버지 버독의 마지막 전투는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이오지마나 오키나와에서의 미국과의 전투’가 연상된다. 어차피 <드래곤볼 프리더편>의 스토리는 이런 문제에 다소 무관심한 작화 원작자 토리야마의 세계관 보다는 다른 스토리 팀들의 의견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생각되기에, 대부분의 일반 일본인들의 의식을 반영한다고 할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한국인, 더 나아가 세계인들이 <드래곤볼 프리더편>을 꼭, 꼭 필수로 빌려보든 사서 보든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유는 우리가 일본인이 과거 그들의 패전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상처와 열등감, 그리고 트라우마를 가지고 현재까지도 항상 불편하게 사는지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불편한 관계인 우리 한국인에겐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이 <프리더편>이 명작인 이유도 일본이 결국 자신들의 얘기라서 그런 거 같다. 본래 사람은 자기 얘기는 다 구체적으로 생동감 있게 잘한다.     
     
Q. 설득력 있는 것 같은데, 과연 그게 사실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런 연구서가 국내 없었냐?

우리 한국인들은 막연하게 일본인들이 스스로 과거 한일합방-만주사변-중일전쟁-태평양전쟁 시에 강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는 아마 60~80년대 일본의 경제신화를 보고 자란 한국의 기성세대들, 곧 그들로부터의 받은 촌스럽고 한물간 교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곧 은연중에 일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것도 같다. 그러나 사실 일본인들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이미 인정하는 것처럼 그들이 일부, 그리고 짧게나마 아시아 국가를 잠깐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강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시운이 좋았고 다른 나라들 상황이 좋지 않아서이다. 

또한, 원폭 등으로 결과가 너무나 좋지 않기에 이에 대한 자부심은 커녕 상처가 너무나 크다. (자세한 건 책에 서술하였다.)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얼마나 큰 패전의 상처, 열등감 그리고 수치스런 트라우마 등을 평소 안고 살아가며, 백인이 세계 헤게모니(hegemony)를 쥔 상황에서, 그것도 세계를 지배한다는 미국에게 원폭으로 완패했기에 얼마나 미국 등 백인에 대한 열등감과 그에 대한 반향작용으로 동경심을 갖고 평소 살아가는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책을 훑어보니 인용된 서적이 방대하고, 대부분 한국인이 읽기 힘든 영어로 된 전문역사, 인류학 서적이 많다. 쓰기 쉽지 않았을 것 같고 읽기에도 결코 가볍지 않은 거 같은데…

맞다. 아무래도 저자들이 미국에서도 공부하고 평소 서양 언어 다루는 걸 즐겨해서 그렇다. 또한 Ruth F. Benedict의 <The Chrysanthemum And the Sword: Patterns of Japanese Culture>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에 대한 서구인의 훌륭한 연구는 과거부터 많았다. 사실 Benedict는 불필요할 정도로 우회적으로 일본인을 표현하였는데, 사실 간단하다. 

내가 보기에 일본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극단적으로 내성적이고 매사 소극적”이다. 패전 이후에는 더욱더. 이를 기본 골격으로 보고 일본인을 이해하면 모든 게 풀린다. 이제 우리 한국이 일본은 물론 미국과도 경제 부분에서 상당부분 맞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우리 한국인들도 일본에 대한 환상을 걷고 좀 더 객관적으로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무조건 잔인하고 악독했던 일본에 대한 반일(反日)이 아니라, 지금도 항상 패전 트라우마와 열등감을 느끼며 사는 그들을 보며, 그들을 제대로 알고 깔끔한 극일(克日)을 하자는 것이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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