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가로수와 정원수가 수평으로 가지를 벌려 그늘을 드리며 여름을 식혔다. 잔디가 깔린 정원에서 놀던 참새가, 산속 잡목과 소나무 가지 사이로 이따금 날아오르며 오후시간의 적막을 깼다.

꽃으로 따져보면 별 모양새가 없이 중부지방 산간에선 흔한 꽃이 됐지만, 새로 올린 3층 건물 앞쪽으로 언덕빼기에 아직 덜 펴 색이 흰 밤나무 꽃은 한여름의 정취를 적잖이 살렸다.

가로수와 정원수 사이 WAS 모니터링 솔루션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제니퍼소프트의 신사옥이 다정히 서있다. 

지하 1층엔 수영장. 1층은 북까페. 2, 3층은 업무 공간이다. 마케팅과 영업 부서가 근무하는 2층. 3층은 파티션을 높여 개발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사무실 바닥과 계단엔 자바코드를 적어놔 소프트웨어 기업의 상징성을 살렸다. 건물이 서 있는 동네 이름은 문화 마을로 알려진 파주의 헤이리.

사무실 집들이가 있었던 19일 제니퍼소프트의 이원영 사장은 “앞으론 직원들에게 약속을 많이 하지 말아야겠다”는 농을 했다. 신사옥을 건축하는 과정서 이런 저런 고민이 있었나 보다. 그는 통계프로그램을 팔아 성공한 SAS란 회사의 SAS 캠퍼스를 직원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제니퍼소프트가 지금, 그리로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에게 섬김의 리더십을 추구하는 이 사장에겐 고민이 있었다. 여전히 사장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은 직접 해야 한다.

공자는 예(禮)란 컨셉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주자는 사서에 집주를 달아, 예를 서(序)라고 정의했다.

퇴근시간이 다되어 1층 북카페에 모인 직원들이 집들이 음식을 나눠먹으며, 담소를 이어갔다. 하루 이틀 새 짙어질 밤꽃 향이 사옥 앞을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한동안 붙잡겠다.
 

장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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