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자 이해 반영하는 위원으로 편향, 부적격 위원까지

저작권 정책과 무관한 분쟁 조정을 위한 위원도 다수... 명백한 저작권법 위반

저작권위원회 권한이 계속 강화되고 있으나, 정작 위원회 구성은 법적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이 밝혔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와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의 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의무화하고 있다(제112조의2 제2항). 이처럼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해 균형을 위원회의 구성 요건으로 한 것은 다른 위원회에서는 볼 수 없는 매우 특이한 규정으로, 2009년 저작권삼진아웃제*를 도입하면서 저작권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우려한 국회가 특별히 추가한 것이었다.
그런데 법 개정 이후 문화부장관은 단 한 번도 이 법적 요건에 맞게 저작권위원회를 구성한 적이 없다.
저작권삼진아웃제는 저작권 위반으로 3회 이상 경고 등을 받은 이용자의 계정 또는 게시판의 서비스를 일정 기간 정지하는 제도로 외국의 사례가 없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

** 삼진아웃제 도입 당시 국회 회의록 **

○ 개정안은 저작권 침해행위가 발생한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민간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생각됨.
○ 개정안은 사이트 폐쇄 등의 규제에 대한 요건을 불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음.
○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개정안에 따라 저작권위원회의 권한이 대폭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위원회 구성방식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
○ 저작권위원회의 권한강화에 따라 저작권위원회 구성에 대한 국회의 통제가 필요함.

저작권 권리자 위주의 위원회 구성
1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작권위원회 위원 전체 25명 중 권리자측 위원은 5명인 반면 이용자측 위원은 없거나 자격요건 미달자로만 구성되어 있어, 저작권자의 이해만 편향되게 반영하도록 구성됐다.
최 의원 측에 따르면, 박은주 위원은 도서출판 김영사 대표로서 출판권자의 이해를 대변하고, 이종석·신창환·김갑유·최정열 위원은 저작권자를 위한 자문/고문업무나 소송대리 업무를 수행하는 대형로펌 소속이어서 권리자를 대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이용자를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은 위촉되지 않았거나, 위촉된 위원은 법적 요건이 미달하는 위원들이다.

위촉 부적격자 포함
저작권법 제112조의2에 위원의 자격 기준이 규정되어 있으나, 일부 위원들은 그 기준에 미달된다. 교수의 경우 저작권 관련 분야를 전공한 자가 위원이 될 수 있으나, 유해영 위원은 컴퓨터공학과 교수이고, 임종인 위원은 암호학 전공 교수로서 ‘저작권 관련 분야 전공자’가 아니다. 또한 ‘저작권 또는 문화산업 관련 업무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 위촉된 함혜리 위원은 기자 출신이고, 배순영은 소비자원 전문위원이어서 자격 기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 추가된 위원들은 저작권 정책과는 무관한 분쟁 조정을 위한 판사 출신들인데, 이는 아직 국회에서 검토조차 하지 않은 문화부의 입법예고안(분쟁조정의 직권조정 제도 도입)을 위한 것이다. 현행 법률은 준수하지도 못하는 문화부장관이 자신의 입법예고안은 법 통과 전부터 준수하려는 태도는 납득할 수 없다.

위법한 위원회 구성... 문화부의 잘못된 법해석
저작권위원회 구성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최재천 의원의 지적에 대해 문화부는 "권리자의 이해를 반영하거나 이용자의 이해를 반영하는 위원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이에 대해 법적 요건을 준수할 수 없다는 말이냐고 지적하자, 문화부는 “권리자·이용자의 대표성의 의미가 아니고, 권리자·이용자의 이해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는 ‘중립성·공정성’의 의미로 해석·적용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러나 저작권법은 “위원의 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추상적인 중립성·공정성을 위원의 위촉 요건으로 할 수 없다. 그 동안 전 국민을 상대로 저작권법의 준수를 강조해온 문화부장관 스스로 저작권법을 어기고 있었으며, 저작권법에 따라 위원회를 구성할 의지조차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법 취지에 맞도록 위원회 다시 구성해야
저작권위원회는 인터넷에 게시된 정보를 삭제하거나 저작권 삼진아웃제에 따라 이용자의 계정을 정지하는 조치를 심의하거나 인터넷 이용자에 대한 경고를 인터넷 사업자에게 권고할 수 있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의 구성은 권리자에게 편향되어 있어 공정한 권한 행사를 기대할 수 없고 저작권 제도의 올바른 운영을 기대할 수 없다.
최재천 의원은 “권리자 위주로 위원회를 구성하고 중립성·공정성을 바라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하면서 “올바른 저작권제도 정착을 위해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해를 조절할 수 있는 문화부의 정책집행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저작권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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