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자레코드, 태히언 레게(Reggae)싱글시리즈 & 포크EP 공개

 

“당신이 춤 추길 원한다면 그의 노래는 훌륭한 춤곡이 될 것이다. 당신이 저항가라면 투쟁 그 너머, 평화를 느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그 누구든 그의 음악에서 자연과 사랑의 메시지를 들을 것이다.”

2004년 영국 런던, 어느 블루스바. 그 안에선 런던에 도착한 지 고작 일주일이 된, 제대로 된 영어는 한 마디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작은 동양인이, 푸른 눈의 사람들과 즉흥잼을 벌이고 있었다. 그때 그는 생각했다. “난 여기서 살아야지”

그 동양인은 한국의 레게뮤지션 태히언이다. 처음 그를 사로잡은 건 Rock이었다. 영국에서의 대부분의 시간들은 Rock Band의 멤버로서 살아냈다. 태히언은 80년대 영국을 풍미한 ‘Marillion’의 오프닝 밴드이자 2006 런던코리안록페스티벌에서 크라잉넛과 공연하며 한국사회에도 얼굴을 비춘 영국 록밴드 ‘Wanderlust’, 그리고 다국적 멤버들로 이뤄진 영국 월드록 밴드 ‘Octopus Rex’로 활동했다.

천상 그는 레게뮤지션이다. 자연 그 자체이자 평화 그 자체. 그리고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자는 각성의 음악, 레게. 어쩌면 록과 레게는 일맥상통하다고, 그는 말한다.

영국, 처음으로 갖게 된 자신만의 작은 공간에서 레게를 만나다…
한국 레게씬 유일의 싱어송롸이터 태히언.

인도 명상여행 중 마주한 단상들을 떠올리다 그는 자연스레 레게리듬을 연주했다고 한다. 전문적인 차가운 레게지식은 전혀 없이 뜨거운 레게의 자연성, 그 본질을 마주친 그 5분의 경험은 이후 레게음악이 전부가 돼 버린 태히언을 낳았다.

귀국 후 그는 밴드를 만들었다. 당시 강산에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임은석과 합심해, 우주히피의 베이시스트 권혁준, 킹스턴루디스카의 건반으로 활동한 이종민, 새로운 얼굴 이현준으로 라인업을 구축한다. 이들이 레게와 싸이키델릭 록 사운드를 넘나들며 환호를 끌어낸 밴드 ‘저기멀리’(2009)다.

2010 지산밸리록페스티벌 오픈스테이지에서는 레게의 신, 밥말리의 트리뷰트 프로젝트 밴드인 ‘반말한거왜일렀어’로 리스너들에게 신선한 인상을 심었고, 이 밴드로 KBS 음악창고에 출연했다. 이후 이미 한국에 레게리듬을 퍼트리고 있던 김반장(윈디시티, 김반장과 지구잔치)과 함께 자연과 사회에 대한 깊은 생각을 공유하며 음악 작업을 함께 했다. 국내 유일의 레게라디오 ‘와다다’에서 수많은 레게 파티를 펼친 그에겐 이제 ‘국내 유일의 레게 싱어송롸이터’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레게는 자메이카 빈민층에서 시작된 투쟁의 음악이자, 평화의 음악이다. 밥말리의 음악으로 알려진 레게는 아직 국내에서는 신선한 존재다. 몇몇 연예인들이 레게 요소를 포함한 곡들을 발표했지만, 아직 뚜껑을 열지 않은 밥솥에서 밥 냄새만 풍기는 느낌이다.

인간의 뿌리에서부터 온전히 끌어올려진 리듬, 특권층이 아닌 민중의 리듬인 레게를 듣고 싶은 한국 리스너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태히언이 설립한 ‘뿌리자레코드’에서 레게싱글시리즈와 여행과 사랑의 진정성을 담은 포크EP ‘월정리블루스’가 나온다.

‘레게싱글시리즈’는 그의 마음 속에서 다 자란 레게 곡들을 각 주제별로 묶어 한 달에 한 번, 싱글 앨범의 형태로 세상에 내보내는 태히언의 프로젝트. 왜 그는 이런 프로젝트를 기획했을까?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그리고 그 답은 레게철학과도 닿아있다.

“모든 곡 한 곡, 한 곡에게 ‘너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은 영화음악 감독이자 컨트리 록 밴드의 리더 ‘무중력소년’이 프로듀스를 맡았다. 동료뮤지션들도 피처링으로 힘을 보탠다. 국내 최장수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어쓰뮤직밴드 수리수리마하수리, 우쿨렐레 피크닉의 조태준, 바드의 박혜리와 루빈, 블루스기타리스트 김마스타, 밴드 논의 김호윤 등이 앨범에 참여해 태히언과 새로운 사운드 작업을 시도한다.

태히언의 레게싱글시리즈 중 첫 번째로 세상에 선보여지는 싱글 [땅을 딛고 일어나]는 그의 작은 걸음일지 모른다. 하지만 천천히 내딛는 그의 발걸음을 보며 계속해서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Giant Step’!!! 그는 이제 막 걸음을 시작했지만, 그 걸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걸음일지, 모른다.

 수록곡

1.땅을 딛고 일어나 (Feat. 킹스턴 루디스카)
여행 같은 영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일상적인 삶이 지루했던 찰나. 선천적인 역마살을 풀 길도, 돈도 없는 일상에 불만을 갖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시금 그 옛날, 산길을 홀로 걸으며 나를 스치는 바람, 햇살을 느끼며 자연과 함께하는 하루를 감사했던 지난 날을 가슴에 품고 써내려 간 곡. 레게! 방바닥에 무력하게 앉아있다가도 레게리듬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자연스레 춤을 추고 했던 날들. 그 마음을 담은 곡.
그 진심을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함께 피처링으로 채워냈다. 특히 이 곡은 제주특별자치도 표선에서 열린 서귀포야해페스티벌, 2012펜타포트록페스티벌 레게스테이지에서의 협연무대를 통해 싱글 발표 전 이미 리스너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 곡이다.

2. Live Altogether (For 강정), 2012
정치도 경제논리도 그 어떤 것도 ‘생명’ 그 자체보다 존귀한 건 없다. 2011년 제주 청소년 4.3 평화예술제를 시작으로 강정까지 이어진 연주무대가, 태히언이 마지막으로 밟아본 구럼비의 추억이다. 강정마을 지킴이들이 평화시위를 위해 태히언에게 영어가사의 레게곡을 부탁하며 태어난 곡, Live Althogether (For 강정).
태히언은 말한다. 모든 것을 다 떠나 ‘강정마을’은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이라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경제 잣대로 정한 법 따위가 아닌 소중히 지켜온 생명이라고.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