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위치정보 제공의사 확인, 경찰 의무사항으로 정해

사실상 경찰에게 무제한적인 위치추적권 허용

15일 시행되는 개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위치정보법’) 시행령이 모법 취지를 몰각해 위법 소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통합당)은 위치정보법 제29조 제3항이 경찰에게 피구조자의 개인위치정보 제공의사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개정 시행령에서 신설한 제28조의2는 사실상 경찰관서의 확인의무를 면제함으로써 경찰에게 무제한적인 위치추적권을 허용하고 있다고 15일 지적했다.

위치정보법 시행령 제28조의2 제1항은 법 제29조 제3항에 따른 경찰관서의 피구조자 의사확인 방법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1) 제1호는 피구조자가 사전에 개인위치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대신 신고할 사람을 알린 경우 그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는 112 신고시 전화한 사람이 미리 대신신고자로 등록한 사람이 맞는지 인적사항을 질문해 확인하는 선에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모법이 경찰의 위치추적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통제장치로 둔 피구조자 의사확인 의무를 사실상 면제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제2호는 피구조자가 다른 사람에게 구조를 요청하는 음성·문자메시지 등을 전송한 경우 그 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과연 112 신고시 음성·문자메시지 전송 사실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 대신신고한 사람에게 구두로 인적사항과 문자·음성 전송사실을 확인하면 경찰의 위치추적을 가능케 하는 규정이다.

3) 제3호는 경찰관서가 직접 피구조자에게 연락해 그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경찰관서가 피구조자에게 직접 연락해 의사를 확인하는 경우 사후 동의를 받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위치추적법 제29조 제3항은 다른 사람이 대신 경찰관서에 구조를 요청한 경우 경찰이 위치정보를 요청하려면 피구조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피구조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경찰의 위치추적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둔 통제장치로서 둔 규정이므로, 이때의 확인은 사전확인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시행령은 경찰의 위치추적시 사전에 필요한 피구조자의 의사확인 의무를 사실상 면제해 주고 있다. 모법이 사전확인의무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하위법령이 일정한 경우 사후확인이 가능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또한 시행령 제28조의2 제2항은 피구조자의 생명신체에 대한 뚜렷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구조자의 위치정보를 받고 나중에 피구조자에게 직접 연락해 의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뚜렷한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를 경찰 스스로 판단함으로써 자의적 남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양윤숙 변호사는 “그동안 긴급구조기관인 소방서등에만 위치추적권이 인정됐던 것은 경찰의 위치추적권 남용위험 때문”이라며 “최근 성폭력 문제가 부각되면서 경찰의 위치추적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위치추적법이 개정됐지만 법 제29조 제3항이 개인위치정보 제공의사확인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함으로써 통제장치를 두었다. 그런데 시행령이 이를 사실상 의미 없이 만들어 버리고 있어 위법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구조받을 사람의 의사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으므로 사전동의 방법이 필요하며, 법체계상 시행령에 규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최재천 의원은 “위치추적법 제29조 제3항이 경찰의 피구조자 의사확인의무를 규정하고, 동조 제10항이 그 절차 내지 방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을 뿐임에도 개정 시행령이 경찰에 사실상 제한 없는 위치추적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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