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의원 “후속사업 부재와 이소연의 우주경험 활용 미흡” 지적

260억원이 투자된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이 결국 ‘일회용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이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재천 의원(민주당)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으로부터 우주인 배출 사업에 관해 제출받은 자료를 확인한 결과 2008년 사업이 종료된 이후 후속연구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은 채 우주인 배출사업이 끝나버렸다고 21일 밝혔다.

과대포장된 우주인 배출 의미
한국우주인배출사업은 정부가 2000년 12월 우주개발 중장기계획에 우주인 양성계획을 반영한 이후 한국 최초 우주인 배출 및 유인 우주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2005년 11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진행된 사업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주관으로 총 256억2200만원이 투자됐다.

우주인배출사업의 경제적 효과가 513억7500만원?
이소연 박사의 우주경험이 국내 우주연구 분야 발전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정량적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그러나 항우연은 이 사업이 향후 우주연구 분야를 위해 어떠한 주춧돌이 되었는가 하는 점을 내세우기보다는 미사여구를 동원해 효과를 과장하고, 강연활동, PR효과 등을 근거 없는 시장가치로 평가해 부풀리고 있다.

항우연이 제출한 평가보고서 ‘우주인 배출의 사회·경제적 효과 분석’(항공대 허의영 교수, 2011)에 따르면, 우주인배출의 사회적 효과로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우주과학문화 확산에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였고, 청소년의 이공계 선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점을 꼽았다.

보고서는 경제적 효과로 1) 강연활동 등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강연료 1회당 200만원~300만원으로 계산해 5억9700만원, 2) 대중매체를 이용한 과학문화 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PR효과 측면에서 환산해 492억6500만원, 3) 우주인 DVD 등 과학교육 활동 자료의 경제적 가치를 환산해 15억1300만원 등 513억7500만원인 것으로 추정했다(2011년 3월말 현재).

우주인 선발기술 확보가 우주인배출사업의 파급효과?
항우연이 제출한 ‘한국우주인사업 최종평가결과’ 보고서는 이 사업의 의의와 파급효과로 우주인 선발기술, 우주실험기술, 대국민 홍보 효과, 한국의 국제위상 제고와 국제협력 강화 등을 꼽고 있다.

우주인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우주인 선발, 훈련, 관리 경험 등과 국내외 전문가 list 확보를 우주인배출사업의 파급효과라고 스스로 치켜세우는가 하면, 대국민 홍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제고를 우주인배출사업의 의의라고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이 사업을 통해 어떤 기술을 확보했고, 향후 우주 진출을 위한 기술 발전이 어느 정도까지 진행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후속연구는 어떻게 되고 있나?
260억원이나 들여 추진되었던 사업의 후속연구는 초라한 수준이다. 항우연은 후속연구로 1△우주인 활동 및 관리(2008년 7월~2009년 6월, 3억7500만원), 미세중력 활용 우주실험 지상연구 및 우주인활동 지원(2009년 8월~2010년 7월, 3억5000만원) △항우연 기관목적사업으로 한국형 유인우주프로그램 개발(2010년 1월~2012년 12월, 22억1100만원), △ 마이크로중력 활용 유인우주기반기술 연구(2013년 1월~현재, 10억1900만원)을 들었다. 이 사업 이후 5년간 후속사업 예산은 40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한국 최초 우주인은 미국에서 MBA 수료중
문제는 당시 우주정거장에서 행해진 우주실험과 함께 이 사업의 ‘유이한’ 결과물로 꼽혔던 ‘이소연 개인의 우주경험’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이소연 박사는 지난해 MBA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지난 8월 한국계 미국인과 결혼했다. 2008년 러시아 소유즈 로켓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10일간 머무른 한국 최초의 우주인으로서 우주과학의 ‘상징’'이었던 이소연 박사가 우주과학 분야의 기술 개발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MBA 과정을 밟겠다고 건너갔다는 점은 체계적인 과학 인재 육성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항우연은 이소연 박사의 MBA행을 우주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학업 수행이라고 미화하고 있다.

항우연에서 출장비 지급받고 강연료는 개인수입으로
한편, 이소연 박사는 항우연 직원으로서 강연을 하면서도 강연료는 전부 개인수입으로 챙기고 출장비는 항우연에서 지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소연 박사가 2008년부터 휴직 전인 2012년 9월까지 행한 초청·기획 강연은 모두 235회. 2012년 기준 가장 적게 받을 때는 27만2460원, 가장 많이 받을 때는 191만2000원을 받았다. 2012년 받은 총 강연료는 1054만3660원으로 그해 유·무료 강연 횟수 28로 나누면 회당 평균 금액은 37만6559원에 이른다. 여기에 항우연 재직 당시 총 강연 횟수인 235를 곱하면 강연료 수입 추정치는 8849만1365원에 이른다.

항우연 측은 “대외 교육·홍보 활동은 이소연 박사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강연이 업무의 연장선이었다면 그 수입은 항우연으로 귀속되어야 하지 않겠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강연이 업무시간 중 행해졌고, 원거리 출장이 많았기 때문에 강연을 위해 연구활동 등 다른 업무에 지장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더불어 강연료 수입은 개인수입으로 챙기고, 강연을 위한 국내외 출장비는 항우연에서 지급받았다는 점도 비판받을 만한 점이다.

최재천 의원은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시작됐던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이 포장만 요란했지 내실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우주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관련 기술 확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막대한 비용을 들인 우주과학 분야 투자가 일회성 보여주기용 사업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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