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부내륙 관광열차

속도가 최고의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다. 여유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메말라 버린 지 오래다. 아날로그 시대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점차 거세지고 있는 요즘이다.

바쁜 업무와 스마트폰 등으로 일상이 공백 없이 메워져 사색이 부족하다면 기차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과거, 젊은 날의 로망이었던 기차여행은 다양한 열차들의 등장을 등에 업고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코레일의 대표적인 관광열차로는 중부내륙순환열차인 O-Train이 있다. 이름 그대로 중부내륙의 3도인 강원, 충북, 경북을 순환하는 열차로써, 달리는 동안 백두대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대한민국의 4계절을 옮겨놓은 다채로운 컬러의 열차외관은 여행객들의 눈길을 대번에 사로잡는다. 열차의 구성도 다양해 인원과 필요에 따라 여러 선택을 할 수 있다. 1호차와 4호차는 에코석 56석, 2호차와 3호차는 각각 장애인석 37석, 가족석 56석이다. 각 열차의 좌석배치도 승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다.

좁은 협곡 아래로 보이는 절벽과 위로 펼쳐진 바위산을 감상할 수 있는 백두대간협곡열차, V-Train도 빼놓을 수 없다. 백두대간 협곡구간을 왕복 운행하는 국내 최초 개방형 관광열차로, 도시를 벗어나 한적함과 고요를 느끼려는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다.

영주와 분천, 양원, 승부, 철암 간 27.7km 구간을 2회 왕복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고 알려진 추전역에서 10분간 내려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시구로 유명한 승부역 역사는 생각의 짐을 내려놓고 공허의 즐거움을 맛볼 수도 있는 최적의 장소다.

경북을 집중적으로 돌아보고 싶다면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가 제격이다. RDC동차 4량으로 편성된 무궁화호 열차다. 열차 내외부에는 경북관광을 대표하는 이미지들로 랩핑 되어 있으며, 일반실, 이벤트실, 세미나실, 시군특산품홍보관, 와인카페 등을 다양하게 갖춰놓고 있다. 특히 이벤트실에서는 색소폰, 통기타 공연 등 매일 색다른 공연들이 펼쳐져 여행의 이색적인 재미를 더한다. 경북 12개의 시와 군을 돌며 총 17개 역을 경유한다.

태백 추전역, 봉화 승부역, 단양역, 풍기역을 노선으로 하는 눈꽃열차는 요즘 같은 겨울에 특히 인기인 관광열차다. 눈으로 뒤덮인 설산의 절경은 세상이 멈춘 듯한 착각을 들게 해 마음의 여유를 찾아준다.

한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열차를 타고 홀로 떠나는 겨울여행을 통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관광열차들은 노선도 그리 길지 않아 당일여행 일정으로도 충분히 떠날 수 있다. 인생에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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