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주총서 국민연금·외국인·기타 주주 35.9% '반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데일리그리드=이태한 기자] 1999년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수장이 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20년만에 대표이사 자리를 박탈당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1명)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다뤄졌다. 주총 참석률은 의결권 있는 주식수 기준 74.8%를 기록했다.

이날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었다. 해당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64.1%가 찬성했고, 35.9%가 반대 표를 던져 부결됐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현장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해당 안건은 대한항공측이 주총 전 사전 위임장, 외국 투자자, 주식수 등 아침까지 파악한 표를 집계한 결과만 발표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표를 행사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오늘 아침까지 파악한 결과 다른 주주들 몇십만, 몇백만주를 가져왔더라고 결과에 큰 변동이 없어 발표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한항공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사를 밝히며 조 회장의 연임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또 플로리다연금 등 해외 연기금 3곳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 구조는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 국민연금이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지분률은 20.50%, 기타 주주는 55.09% 등이며,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반대 표 행사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움직임이 외국인·기관·소액주주 투자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확립,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끝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조 회장은 1999년 부친 고(高)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지 20년만에 경영권을 잃게 됐다. 특히 이는 최근 한층 강화된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측은 향후 조 회장 거취에 대한 질문에 "금일 결정된 사안이라 아직 입장 표명할 단계가 아니다"며 "향후 절차에 따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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