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삶과 기업 활동에 필요한 민생 현안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

민생은 걷어차고 싸움만 일삼는 국회, 국민의 주문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민의의 전당’이 돼달라는 것이다.
민생은 걷어차고 싸움만 일삼는 국회, 국민의 주문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민의의 전당’이 돼달라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혁안과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은 최장 330일 내에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돼 단순다수결로 처리되기 때문에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4월 총선은 개정 선거법이 적용된다.

 

그 동안 승자독식형인 소선거구 중심의 현행 선거제는 당 득표율과 의석수 간 괴리가 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死표'가 많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 돼왔다.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처리 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돼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거제는 모든 정당의 합의로 개정하는 게 바람직한데 이번 합의는 제1야당인 한국당을 제외해 논란의 소지가 크고 협치라는 틀이 깨진 반쪽 협상이었다.

 

처리 과정에서 한켠으로 소외된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합의를 ‘의회 쿠데타’라고 강력하게 비난하며 장외투쟁을 비롯해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 하는 등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처럼 정국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여파로 이번 4월 임시국회는 또 다시 '일 하는 국회'는 애시 당초 기대 할 수 없게 돼 결국 '빈손 국회'로 끝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극한정쟁속에 여야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면 될수록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인 민생 현안은 또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협상을 통해 합의를 이뤄내도 모자랄판에 정치가 정쟁으로 실종돼 국회 본연의 역할인 입법 업무가 뒷전으로 밀리며 '노는 국회', '싸움만 하는 국회'라는 국민 비판의 중심이 됐다.

 

국회는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최저임금법 개정안, 택시·카풀 합의에 따른 택시업계 지원법, 데이터경제 활성화3법 등 민생경제 법안과 정부조직 및 기능개편 관련 법안,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관련 법안, 규제혁신 법안, 위헌 해소 법안, 미세먼지 관련법 등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한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국민의 삶과 기업 활동에 필요한 민생 현안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국회가 이처럼 '식물국회'로 전락한 상황에 대해서 장외 투쟁을 선언한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여야 대치 정국에 빌미를 먼저 제공한 것은 청와대와 여권이기 때문이다.

 

지난 3.8개각 인사참패에 이어 지난 19일에도 도덕성 논란과 무자격 논란으로 국민의 공분(公憤)을 산 이미선 헌법재판관에 대해 반대 여론이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순방 도중 임명을 강행해 대치 정국에 기름을 끼얹었다.

 

민주당과 한국당 앞에 놓인 정치일정이나 계획을 고려할 때 획기적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여야 정치지도자들이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싸움도 필요할 때는 하되 의회에서 할 일은 다해야만 한다.

 

여야는 자신들의 입장만 대변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국민의 편에 서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처리해야 할 ‘민의의 전당’이 돼달라는 국민의 지상명령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정치권은 민의(民意)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덧없는 소모적 정쟁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국민 우선'‧'국가 우선 정치'를 제대로 실천해 나가야만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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