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기 교수

 공수처 법안이 신속 처리안으로 지정되었다. 공수처 법안의 핵심은 통제하기 힘든 권력에 대한 통제이다. 몽테스키외가 ‘법의 정신’에서 갈파했듯이 권력은 필연적으로 남용될 수밖에 없다. 권력은 속성상 남용을 내포하고, 그 자체로 필요악이다. 따라서 다른 권력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권력은 남용되어 국민에게 칼을 겨누고, 결국 그 칼은 자기를 파괴하기 마련이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을 가졌던 루이 14세는 베르사이유 궁전과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 막대한 국가예산을 쏟아 부었다. 루이 14세의 통제되지 않은 권력은 자기 파괴적이기도 했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국민을 가혹한 세금 징수, 전쟁의 참화 속에 몰아넣었고 부르봉 왕조는 전성기에서 갑자기 붕괴의 길로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역사를 보면 국가는 최전성기에서 갑자기 붕괴한다. 최전성기에 권력자들은 통제되지 않는 권력 행사로 많은 성공을 거둔다.

그 성공에 취해 권력을 더 크게 휘두르다가 자기마저도 파괴한다. 중국의 진시황제도 성공에 취해 만리장성 축성, 아방궁, 분서갱유를 일삼고 불멸을 추구하다 겨우 통일 후 15년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조선은 500년을 버텼다. 진시황은 통제받지 않은 권력을, 조선 왕은 통제받는 권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헌법 제1조 2항은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왔기에 그 자체로는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한도 내에서만 잠정적인 정당성을 가질 뿐이다. 권력 행사가 민주적 정당성을 잃어버린다면 권력기관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한다. 모든 권력기관들은 박근혜 대통령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의 결론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피청구인(박근혜)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에서 제외하고 있다.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된다면 대법원 위에 헌법재판소가 자리 잡게 되어 대법원의 위상을 추락시킬 수 있다는 대법원의 강력한 반대로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에서 제외되었다는 후문이다.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에서 제외되어 사법권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되었고 사법권은 남용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권 남용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불신을 받아 사법권 행사의 정당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법원의 재판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었다면 법원의 재판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통제되었을 터이고 양승태의 대법원은 사법권 남용을 자제했을 것이다. 오히려 통제받는 권력은 남용이 억제되어 국민에 의해서 사법권은 정당성을 인정받았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사법권이 통제된다고 대법원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법권이 통제받지 않았기에 대법원의 위상이 추락했다.

권력을 가진 자는 권력의 본능 상 통제받기 싫어한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추진하려 했으나, 절대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던 검찰과 국회의원들의 암묵적 카르텔에 의해 공수처 법안은 무산되었다. 대법원의 위상 추락 과정을 검찰도, 국회도 눈앞에서 보았다. 검찰은 검찰권이 통제되지 않았기에 대법원과 같은 궤도를 따라 국민의 신임을 잃어 왔다. 권력의 본성에 맡기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자기 파멸이다.

권력의 본성이 아니라 역사에서 배우고, 현실을 돌이켜 생각하는 이성을 발휘할 때이다. 공수처 법안은 검찰이 통제받지 않은 권력에서 통제받는 권력으로, 국민의 신임을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수처 법안은 통제받지 않은 권력의 외압으로부터 검찰을 지켜주고, 스스로 권력 행사를 성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될 것이고, 검찰의 위상과 검찰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드높여 주는 기능을 할 것이다. 마땅히 검찰은 두 손 높게 들어 공수처 법안을 환영해야 한다.

 

글쓴이 황남기 교수?

제 27회 외무 고등고시 수석합격

(전) 외교부 서기관

(전) 동국대 법대 겸임교수

(현) 황스파 헌법 / 행정법 대표교수

노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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