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은 지난 1956년 세계 최초로 하드디스크 ‘305RAMAC’를 만들었다.

이후 50년이 지난 지금, 1T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가 등장하면서,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는 PC 대중화와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최초의 하드디스크는 지름이 24인치나 되는 디스크가 50장이나 들어갔지만 저장 용량은 겨우 5MB였다. 하지만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하드디스크는 3.5인치의 크기로, 용량은 20만 배로, 처리속도도 수천 배 빨라졌다.

HDD는 헤드가 디스크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디스크 위를 날아다니면서 자화시키는 구조로, 1973년 윈체스터 방식의 HDD가 등장한 이후로, 35년간 하드디스크의 기본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구동하는 HDD의 기계적 구조는 CPU나 RAM 등 주변장치들의 발전 속도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러한 물리적 한계로 인해 HDD는 전체 PC의 성능을 저하시키는, 디지털 시대의 마지막 ‘아날로그 기기’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로 이루어진 SSD가 출현하면서 HDD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SSD는 플래시 메모리와 콘트롤러를 결합해 만든 저장장치로, 메모리 방식이기 때문에 데이터 접근 속도가 매우 빠르고 소비전력이 낮으며 기계적 소음이 없고 충격에 강하다.

이미 1980년대 등장한 SSD는 플래시 메모리의 높은 가격과 기술력으로 인해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되는 군수, 항공, 선박 등 일부 특수 시장에서만 사용돼왔다.

하지만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 및 대용량 제품의 출시로,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SSD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PC 하드웨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HDD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SSD 가능성…새로운 컴퓨팅 시대 도래

SSD는 ‘Solid State Drive’의 약자로, 자기디스크가 아닌 플래시 메모리 칩을 이용한 보조기억장치이다.

자칫 USB 메모리나 플래시 카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바로 고성능 콘트롤러이다. 플래시 메모리는 한 개 당 최대 성능이 10~20MB/s 수준에 불과하지만 고성능 콘트롤러가 여러 개의 플래시 메모리를 동시에 처리하면 성능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또한 윈도우 등 OS를 직접 탑재해 운영할 수 있는 안정성 문제를 들 수 있는데, 플래시 메모리의 수명은 보통 1만 회(멀티레벨셀(MLC)의 경우)에서 10만 회(싱글레벨셀(SLC)의 경우)으로 제한되어 있다.

MP3나 디지털카메라에 사용되는 용도야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지만 OS가 올라가는 환경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하지만 SSD 콘트롤러는 웨어-레벨링(Wear-leveling) 알고리즘을 적용해 한 번 썼던 메모리를 피해서 다른 메모리에 데이터를 저장해 플래시 메모리의 수명을 고르게 맞춰 제품 수명을 연장시킨다.

또한 SSD는 반도체-전자식 구조로 인한 뛰어난 내구성과 빠른 데이터 접근성을 가지고 있다.

HDD의 경우, 기계적 부품으로 만든 복잡한 구조 때문에 조금만 충격과 진동에도 금새 고장 나버린다.

하지만 SSD는 구조적 특징 덕분에 외무의 물리적 환경에서도 데이터를 안정하게 보호해준다.

뿐만 아니라 SSD는 HDD의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발생하는 탐색시간과 회전 지연시간 등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함으로써 데이터 접근시간을 최소화한다.

이 밖에도 저전력, 무소음, 경량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 서버 및 초슬림 휴대용 노트북 PC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기업용 및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SSD 채용이 늘어가고 있다.

황금알 낳는 SSD 시장

2006년부터 삼성, 샌디스크 등 국내외 기업들이 잇따라 SSD 제품을 출시하면서 SSD는 HDD를 대체할 차세대 저장장치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에는 낸드플래시 수요의 20%를 SSD가 차지하여 메모리카드, 휴대형 음악 플레이어와 함께 주요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어서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들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 SSD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세계시장 점유율 45%로 낸드플래시 부문에서 전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는 2006년 3월 64GB SSD 제품을 처음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08 CES 전시회에서 보급형 MLC와 128GB SSD를 선보였다.

2위 업체인 도시바는 노트북을 위한 32GB~128GB SSD를 5월까지 라인업을 구축할 예정이며 얼마 전, 128GB SSD를 최초로 탑재한 자사 노트북인 ‘DynaBook SS RX1/TAE’을 출시했다.

3위인 하이닉스 역시 2008년 2분기 중 자체 SSD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인텔도 조만간 160GB급 SSD를 공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SSD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SSD 분야에서 핵심적인 경쟁력은 바로 수 십 개의 플래시메모리를 효율적으로 병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콘트롤러에 있다.

자체적으로 콘트롤러를 설계하여 생산까지 하는 회사는 전세계적으로 10개 업체 미만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엠트론이 자체적인 콘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다. 현재 중소업체인 엠트론이 선보인 제품은 120MB/90MB의 읽기/쓰기의 성능을 보이며, 2007년 11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엠트론은 서버용과 모바일용 SSD를 각각 출시했으며 오는 5월에는 SATAⅡ SSD와 MLC SSD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SSD 시장은 2008년을 기준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웹피트 리서치에 따르면 SSD 시장은 매년 74%로 성장, 2012년에는 100억 달러($10.1billion) 이상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잇따른 SSD 채택…대중화에 한발짝 다가서

최근 SSD가 서버, 초슬림 휴대용 노트북PC 등 고급 제품을 중심으로 기업용 및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IBM, EMC 등 서버에 SSD 탑재를 본격화하고 있고 삼성전자, 델, HP, 소니, 도시바, 레노버, 애플 등 SSD를 장착한 프리미엄 노트북 PC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노트북PC 제조사들이 SSD를 선택사양으로 제공했던 반면 올해는 아수스의 EeePC, 고진샤코리아의 K800BSSD, 레노버의 X300, 곧 출시될 델의 래티튜드 E4200 등 SSD를 기본사양으로 한 노트북 PC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웹서치 리서치에 따르면, SSD는 무게가 가볍고, 배터리 사용시간을 연장하고 강한 내구성과 빠른 반응 속도를 가지고 있어 노트북PC에서의 채용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08년에는 멀티레벨셀(MLC) 기반 SSD가 등장하면서 SSD 보급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며 2012년에는 포터블PC의 약 34%에 SSD가 장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 인프라용 분야에서도 SSD가 활발하게 채택되고 있다. 최근 IDC(인터넷데이터센터) 데이터 양이 많아지면서 발열, 전력소모가 화두가 되고 있는 시점에서 어느 때보다 저장장치의 안정성과 관리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더구나 기업, 인프라용 저장장치는 단품 가격 외에 보수유지비용을 포함한 TCO(Total Cost of Ownership)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세계 최초 SSD 기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인 ‘시메트릭스 DMX-4 시리즈’를 출시한 EMC에 따르면, SSD는 가장 빠른 속도의 HDD보다 훨씬 빠른 응답시간을 지원하며 전력 소모도 현저히 적다.

예를 들어 1개의 SSD는 15,000rpm 파이버채널 디스크 드라이브 30개와 맞먹는 성능을 제공하며, HDD보다 38%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기계적인 컴포넌트가 없기 때문에 장애 발생 가능성도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IT 환경 개선과 막대한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오며 기업의 IT 에너지 절감효과를 극대화하는 친환경 그린 스토리지에 적합한 저장장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지난해 7월, IBM에서는 기존 HDD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데이터 손상이나 발열이 적어 데이터 신뢰도와 안정성이 높은 SSD를 블레이드서버에 적용해 출시한다고 밝힌바 있다.

해외에서의 SSD 채용사례 외에, 국내에서도 엠트론이 SSD 업계 최초로 국내 대형 포털과 웹/서버호스팅, IPTV 등 엔터프라이즈 시장에 SSD를 공급해 하이엔드급 HDD를 대체한 핵심 저장장치로 주목 받고 있다.

SSD가 HDD보다 빠른 것은 ‘무작위 읽기(Random Read)’가 가능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저장된 데이터를 찾아내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또한 안정성에서도 큰 장점을 지니는데 예를 들어 많은 방문자로 인해 서버 입출력(I/O) 처리 요청이 몰리는, 대용량 데이터 트래픽이 발생하는 경우에 I/O 병목현상을 해결해 장애 발생 요인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이처럼, SSD는 HDD 서버보다 30배 이상 높은 성능 효과를 가져다 준다. 더구나 서버 공간비용이나 전력 비용과 같은 부가적인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어 올해부터 기업 중심으로 SSD 탑재 상품이 갈수록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SSD의 전망…플래시메모리 시대가 온다

SSD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기에는 용량 대비 HDD와의 가격 격차가 크다. SSD 32GB 가격은 2007년 초 100만원 대를 형성했으나 2008년에는 30만원 대까지 가격이 낮아졌다.

하지만 HDD에 비하면 아직까지도 높은 가격을 이루고 있다(※ 2.5인치 120GB HDD의 경우, 1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HDD의 경우, GB 당 0.47달러인 반면에 SSD는 8.51달러로 18배 이상 비싸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가격이 연 평균 46%씩 하락하면서 2011년엔 0.88달러로 HDD와의 가격 차이를 좁혀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SSD가 HDD와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멀티레벨셀(MLC)의 도입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MLC 기반 SSD는 싱글레벨셀(SLC)보다 셀 당 저장능력이 크기 때문에 대용량화가 가능하고 칩 크기를 약 35% 줄이면서 생산비용을 40%나 절감할 수 있어 저가격화로 SSD의 대중화를 한 발짝 앞당길 수 있다.

이미 삼성, 도시바, STEC, 엠트론 등 SSD 업체에서는 MLC를 기반으로 한 SSD 개발을 끝마치고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과 MLC 기반 SSD의 도입은 그 동안 SSD 보급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가격과 용량 부분을 HDD 수준으로 끌어내릴 것으로 관련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SSD의 가격 하락과 동시에 HDD 역시 계속적으로 대용량화와 저코스트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HDD 경우, 소용량에서는 자기헤드 및 구동부로 인한 고정비 비율 상승으로 코스트가 높아지기 때문에 대용량화할수록 단위용량당 코스트가 저렴해진다).

SSD는 HDD와 경쟁을 위해서 고용량화에 힘쓰고 있지만 아무래도 HDD의 대용량을 따라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SSD업계는 앞으로 저장장치 시장은 대용량과 저코스트를 필요로 하는 시장(HDD), 그리고 고성능과 안정성을 요하는 시장(SSD)으로 양분될 것으로 보며, 두 제품은 상당 기간 동안 공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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