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KBS '추적60분'
사진= KBS '추적60분'

[데일리그리드=정진욱 기자] 오늘(24일) 밤 방송되는 '추적60분'에서는 에스앤지바이오텍이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 간 무려 130여 곳의 병원에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 제품을 납품해온 것을 확인했다.

지난 4월, '추적60분'은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가 환자들에게 시술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정보를 입수했다. 대동맥 스텐트는 대동맥에 혈전이 쌓여 혈관이 터지는 등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혈관 안에 삽입하는 의료기기다. 인체에 이식되었을 때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위험도가 높은 4등급 의료기기로 꼽힌다. 그런데 국내 1위의 대동맥 스텐트 제조‧판매업체가 지난 10여 년간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주요 병원들에 납품해왔다는 것이다.

'추적60분'이 해당 업체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소위 국내 빅5로 불리는 종합병원들을 비롯해 국내 상당수의 병원들이 문제의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10년 간 해당 업체가 제조, 판매한 대동맥 스텐트를 이식받은 환자의 수만 해도 무려 4천여 명. 그들 중 일부는 사망하거나 시술 도중 스텐트가 펴지지 않아 혈류가 누출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고 하는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비허가 의료기기가 어떻게 10여 년 동안 환자들의 몸에 이식될 수 있었던 것일까?

지난 10여 년간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제조‧판매해 온 업체는 국내 대동맥 스텐트 시장에서 1위로 꼽힌다는 ‘에스앤지바이오텍’. 김상희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에스앤지바이오텍이 지난 4년여 간 유통한 대동맥 스텐트는 약 4,300개. 매출 추정액은 140억 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그 중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 제품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7년 식약처에서 원통형의 대동맥 스텐트를 허가받은 이후, 크기와 모양을 변형하면서 비허가 제품을 판매해왔다는 것이다. 과연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시술받은 환자들의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제작진은 에스앤지바이오텍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시술받았다는 환자들을 수소문했다. 그 결과, 혈관에 이식한 스텐트가 다 펴지지 않아 추가로 스텐트를 펴는 시술을 받아야했다거나, 스텐트가 파열되면서 혈류가 누출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7월, 시술 후 추가 수술 중에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는데. 해당 업체는 왜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 않은 비허가 제품을 제조해 판매한 것일까?

'추적60분'의 확인 결과, 에스앤지바이오텍은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 간 무려 130여 곳의 병원에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 제품을 납품해왔다. 이 중,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다름 아닌 중앙보훈병원. 이외에도 국내 빅5라 불리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도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납품받아 사용했다고 한다. 상당수 병원 의사들은 이 제품이 비허가란 사실을 모른 채 사용해 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추적60분'의 취재에 의하면 일부 의사들의 경우, 시술 중 문제를 인식하고도 계속해서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사용했고, 심지어 해당 제품을 400회 이상 사용한 의사도 있었다. 해당 의사들은 대체 왜 비허가 제품을 계속 사용한 것일까?

위험도가 높은 4등급 의료기기로 꼽히는 대동맥 스텐트. 시술 후에도 부작용 또는 결함이 발생하여, 인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추적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즉, 이상 사례가 발생하면 제조사나 시술자가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2013년 이후 에스앤지바이오텍의 대동맥 스텐트 이상 사례 보고는 단 1건에 불과했다. 게다가 식약처는 10여 년간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비허가 제품의 유통을 막기 위해 '추적60분'은 관련 취재 내용을 알리고, 식약처와 함께 해당 업체 불시 점검에 나섰는데.

'추적60분'에서는 관계 당국의 관리 감독이 소홀한 틈을 타 지난 10여 년간 비허가 대동맥 스텐트를 제조‧판매해 온 한 의료기기업체와 이를 납품받아 사용해온 일부 의사들의 비도덕적인 행태를 단독 취재했다.

jjubika@sundog.kr

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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