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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기의 헌법칼럼] ‘정교분리와 황교안 독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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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K인재교육원 | 노익희 선임기자는 30여년간 신문편집과 취재활동을 해온 베테랑 기자로 정치, 경제, 교육, 사...

[황남기의 헌법칼럼] ‘정교분리와 황교안 독해법’
  • 노익희
  • 승인 2019.05.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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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기 교수
황남기 교수

부처님 오신 날 사찰 봉축식에 참가한 자유한국당 대표 황교안이 합장하지 않아 논란이 촉발되었고, 조계종과 한국기독교총연합회까지 논박하는 사태로 확전되었다.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규정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은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교를 이용해 왔다. 선거를 통해 국가권력을 가지게 되면 민주적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기에 굳이 정당성의 원천을 초월적 존재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선거가 없었던 시절에는 초월적 존재와의 관계를 통해 권력자들은 정당성을 강변해왔다. 구약 성경에서 사울이나 바울은 기름 부음을 받은 자로 자처했다.

기름 부음을 받은 자는 하나님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았다는 의미이다. 중국에서 천자나 단군신화의 환웅은 모두 초월적 존재인 신과의 혈연관계를 통해 권력의 정당성을 증명하고자 했다. 혁명성을 자랑했던 나폴레옹마저 교황으로부터 왕관을 수여 받아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으니 정치가 종교 세력과 절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종교는 정치 권력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대신, 정치세력의 과도한 지원을 받아 왔다.

 

어떤 정치세력도 천년을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기독교나 불교는 몇 천 년에 걸쳐 위상을 유지해왔다. 새롭게 정치권력을 장악한 세력도 정당성을 부여할 종교는 필요했기 때문에 기존의 종교를 우대하곤 했다.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은 절이나 교회를 보면 정치 세력의 지원 없이 가능하였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종교단체에 재산세나 상속세를 거둔다면 천년 가는 사찰을 찾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국민주권이 확립되고 선거제도가 들어옴에 따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명제는 자명한 공동체 구성의 공리로 수용되었다. 따라서 굳이 정치 세력들이 종교로부터 정당성을 수혈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인들은 종교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직업군에서 유독 종교 신자가 많다. 자신의 종교 행사가 아니면 다른 종교 행사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나 정치인들만은 예외다. 이제는 굳이 종교로부터 정당성을 얻을 필요가 없는 정치인들이 남의 종교 행사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다른 종교 행사에 별 환영을 못 받을 터인데도 머리를 내밀곤 한다.

황교안 대표는 세상이 다 아는 기독교 신자이다. 누구보다도 종교에 관한 한 고결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바쁜 사법연수원 시절에 신학대학을 다니고 다수의 기독교 서적을 저술했다니 그의 신앙심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는 교회가 알아야 할 법이야기에서 세상법보다 교회법이 우선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이기에 세상 권력을 위해 하나님의 자녀 됨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고작 세상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부처님 오신 날 절에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황교안의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므로 은해사에 가지 않았다하더라도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그는 은해사에 무엇 때문에 갔을까? 그렇다면 둘 중 하나다. 부처님 오신 날을 진정으로 축하하러 갔을 경우와 찬물을 끼얹으러 갔을 경우이다.

전자라면 환영받지 못할 황교안 대표가 굳이 절에 갔으니 정말 대통령이 될 만큼 도량이 넓은 사람일 것이고, 후자라면 정말 고약한 사람일 것이다. 전자라면 합장 정도는 했을 법한 데 그렇지 않은 그의 마음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고, 후자라면 절 예법에 따르지 않았던 그의 마음을 엿볼 수는 있다. 아니면 도저히 믿기 힘들지만 잠시 그의 신앙이 표에 흔들렸던 것인가.

글쓴이 황남기 교수

27회 외무 고등고시 수석합격

() 외교부 사무관

() 동국대 법대 겸임교수

() 황스파 헌법 / 행정법 대표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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