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물은 배를 띄우지만,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 -

6월 임시국회가 국민들의 성화에 마지못해 어제 문을 열었지만 개점휴업
6월 임시국회가 국민들의 성화에 마지못해 어제 문을 열었지만 개점휴업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실종 됐다. 아니 아예 눈에 보이질 않는다.

사방팔방을 둘러보아도 정치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분노와 갈등 대립이란 '형이하학적' 저급한 정치만 횡행하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주변의 청와대를 바라봐도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를 안겨줄만한 믿음직한 구석은 보이지 않고 경제폭락· 민생경제절단· 안보불안· 사회갈등을 야기 하는 등 '트라블 제조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지 76일만에 여야가 국회 정상화 합의에 실패하면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채 여야 4당만 참여한 반쪽짜리 6월 임시국회가 국민들의 성화에 마지못해 어제 겨우 문을 열었지만 끝내는 개점휴업을 했다.

갈수록 정치의 실종은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국민의 정치가 아닌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이해계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틈새에 끼어있는 국민만 골병 들고 있을 뿐이다.

그 동안 참을 만큼 참았던 국민의 입에선 무슨 희망이 있느냐는 분노와 함께 여야 할 것 없이 정치판 자체를 확 갈아치워야 한다는 고통스런 외마디 '절규(絶叫)'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번 국회는 약 6조7000억원의 추경안 심사·처리, 공직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과제가 쌓여 있다.

 

1969년 6월 21일 김영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하는 모습
1969년 6월 21일 김영삼 당시 신민당 원내총무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하는 모습

 

마침 20일에서울 동작구 김영삼대통령 기념도서관에서 열린 ‘김영삼-상도동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의회주의자였던 야당 원내총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50년 전 당시 초산 테러를 당한 바로 다음날에도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이 김영삼이가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바른길, 정의에 입각한 일, 진리를 위한 길, 자유를 위한 일이면 싸우렵니다.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이 땅은 우리만이 살다가 죽을 땅이 아니요, 우리의 사랑하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땅이기 때문에, 나 자신이 그러한 희생을 당할지라도 우리 땅은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와 꽃피는 평화, 자유스러운 평화를 가져와야 하겠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모든 나랏일은 국회에서 결정돼야 하고, 싸우더라도 국회 안에서 싸워야 한다는 평생의 지론을 갖고 계셨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오늘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부는 북한 어선이 삼척항에 정박해도 해군과 해경은 까맣게 모르고 있고 심지어 이 사실조차도 국민 앞에 거짓말은 하는 등 안보붕괴 현실이 그대로 보여줬고, 실업률, 취업률은 단군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민생경제가 악화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당장 1%대로 추락 할 것이라는 충격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우리의 안보망은 고래도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경계 태세는 무너져 버렸고,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성장 엔진을 멈추게 했다.

한국당에 무조건 등원을 촉구한 민주당이나 패스트트랙 철회 없이 등원하지 않겠다고 버틴 한국당이나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국회파행의 책임을 따지자면 정부와 여당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지금 세상은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넘처나고 있는데 유독 한국 정치만 후퇴를 거듭하고 있으니 국민의 입에선 절로 한숨만 나온다.

국민의 입에선 한 마디로 '힘들어서 못 살겠다. 이제 제발 일 좀 해라'다.

순자(荀子)의 '왕제(王制)'편에 '백성은 물이요 임금은 배이니, 강물은 배를 띄우지만, 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란 고사성어가 있다.

지금 정부와 여야는 국민의 뜻을 깊이 되새기고 무거운 사명감을 느끼고 각성해야만 한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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