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 -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된 전주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된 전주 상산고

 

 -자사고여서 명문고인가? 명문고가 자사고인가?-

 

전북교육청은 지난 20일 자신들이 임의로 정한 자사고 재지정평가 기준점인 80점 보다 0.39점이 못미친다며 전주 상산고에 대해 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 절반이 넘는 24개교가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가운데 처음이어서 학교 측과 학부모 등이 반발하고 있어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등학교는 설립자인 수학의 정석 저자로 유명한 홍성대 이사장이 자사고 전환이후 사재(私財)를 640억원이나 투입하면서 인재가 몰렸지만 결국은 자사고 지위를 잃었다.

상산고가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려고 편법을 동원한 것”이라고 반발하는 이유가 된 상세 점수표중 감점이 가장 큰 지표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로 4점 만점에 1.6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지표는 그간 상산고가 ‘자립형사립고에서 출발한 학교로서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를 선발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에 평가 항목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했던 지표로 실제 자립형사립고로 출발한 다른 고교가 속해 있는 시‧도교육청의 경우 법적 선발 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해 해당 지표를 정성평가로 바꿨다. 하지만 전북교육청은 해당 지표를 바꾸지 않았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가장 큰 논란을 남긴 대목은 재지정 통과 기준이 70점 이상인 다른 지역에서라면 79.61점을 받은 상산고는 충분히 재지정 평가를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았다.

물론 기준점에 미달하면 탈락될 수 있다. 하지만 기준과 원칙이 불합리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따라서 '코드 평가'에 따른 자사고 폐지는 반교육적 처사로 상산고가 그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자사고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있는 일반 사립고와는 달리 자율성을 보장하되 정부의 재정지원이 없는 학교로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정책인 반면에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주요 공약이다.

자사고는 2002년 김대중정부가 고교 평준화로 인한 교육 획일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6개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한 이후 이명박정부 들어서 고교 다양화를 위해 자율형사립고를 만들면서 '자사고'로 통합돼 현재 전국에 42개교가 운영 중이다.

자사고 폐지가 대선 공약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도 "전북교육청의 평가 기준과 절차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말이 나왔듯이 이번 상산고의 자사고 지정취소는 처음부터 자사고를 죽이려는 전북교육청의 예고된 자작극이라는 비판과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

자사고 폐지 논리를 분석해보면 자사고 때문에 고교 서열화가 생기고 입시경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사고가 사라진다고 해서 자사고에 가는 이유까지 사라지진 않는다.

정권 맞춤형 자사고 폐지는 교육의 다양성 보다는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붕어빵처럼 획일화 시켜 잠재적 능력과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 대한민국의 미래를 원천봉쇄 시키려는 참 나쁜 교육정책으로 전락 할 수 있다.

교육 평준화란 말은 듣는 이들에게는 근사할지 모르지만 몇몇 대학 간판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지는 잘못된 사회경제적 구조에 원인이 크지 고교정책이나 입시정책만으로 해결 될 일이 아니다.

그럼 교육부 당국에 한 번 묻겠다.

자신들의 논리대로 자사고를 없애기만 하면 공교육이 더 나아지는지? 만약 눈에 가시처럼 생각하는 자사고가 사라진다면 고교 서열도 사라지는건지? 또한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입시 경쟁이 해소되고 사교육비도 줄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부르짖는 교육 불평등이라는 형식논리에 빠져 자사고를 폐지하려든다면 우리 교육은 하향평준화의 나락으로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과거 구한말 우리가 서구문물에 대한 개방이냐 폐쇄냐로 소비적인 논쟁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동안 이웃나라 일본은 과감하게 서구문물을 개방해 선진국이 됐고, 우리나라는 무방비 상태에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치욕을 겪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교육에 대한 자율이냐 평준화냐 하며 갑론을박을 벌이며 국가 경쟁력을 소진하는 동안 지금 세계는 목전까지 다가온 거센 제 4의 물결속에 휩쓸려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율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자사고 이전의 평준화 시절에도 늘 과도한 입시 경쟁이 문제였다. 이것은 고교체계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정부라는 거대한 권력을 쥐고 국민 교육을 좌지우지하려는 것 자체가 교육의 자율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다른 시도교육청 평가와의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데다 평가 당사자인 상산고가 이번 재지정 평가의 부당함과 불합리성을 주장하며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단 강경한 입장을 내보이고 있어 금년 말로 예정된 2020학년도 자사고‧일반고 입시를 앞두고 지난한 법적 다툼을 이어가게 될 것은 불 보듯이 뻔하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자사고 재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입시적 관점에서 이른바 '명문고'로의 쏠림 수요는 상존한다는 점이 문제지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서 교육 양극화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다른 시‧도교육청의 경우 재지정 평가 통과 커트라인이 70점으로 상산고에 비해 조건이 다소 나은 편이지만, 이들 자사고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이번 재지정 여파를 계기로 명문고 및 명문 일반고가 소재한 교육특구지역에 대한 관심만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속 시원한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권과 진보교육감들의 입맛에 따라 자사고를 폐지한다면 자사고로 재지정된 학교로의 쏠림 현상은 더 커질 수도 있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자사고라 해도 일반고 명문고로 그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자사고든, 일반고든 명문고 쏠림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자사고가 있던 지역에서 자사고가 없어지면 교육수요층의 대부분은 명문 일반고가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하는 등의 고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소위 강남 '8학군'의 가치가 되살아나 이주 수요도 크게 늘어 부동산 강남불패라는 신화를 영원히 깨뜨릴 수 없게 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교육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다.

마침 다음달에는 서울 지역 13개 자사고 발표가 예정돼 있다. 교육청은 엄정히 평가하고, 교육부는 면밀히 관리해야 논란의 소지를 없에야 한다.

헌데 문제는 교육당국을 포함한 진보교육감들의 지나친 '평등주의'에 매몰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세를 거스르며 자사고 죽이기에 열중하고 있다는데 있다.

물론 가장 큰 문제점은 창의적 인재 탄생을 원천 봉쇄하며 수월성 교육을 틀어막는 '갈라파고스' 수준에 머물고 있는 교육 당국의 인식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세계는 극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가 앞장서서 4.0인재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따라서 현 정부와 진보교육감이 구상하고 있는 일방적인 '자사고·외고 폐지' 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

교육당국은 대입 수시·정시 비율 조정, 자사고 폐지 등 지엽적인 일에 매달려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반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자사고 보다도 더 좋은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지금이라도 당국은 갈라파고스적 사고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미래형 인재를 육성 할 수 있도록 교육패러다임을 신속히 전환해야 급변하는 무한경쟁속에서 대한민국은 살아남을 수 있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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