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아베와 직접 만나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앉아 있는 모습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8일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앉아 있는 모습

 

일본이 급기야 우리나라 뒷 통수를 치며 '갑질 무역전쟁'을 단행했다.

 
일본의 치졸한 경제 보복 조치로, 가뜩이나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는 회복의 출구를 찾기어려울 정도로 양국간의 관계는 한층 더 얼어붙고 있다.

 
일본 정부가 TV 및 스마트폰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 3가지에 대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또 외국환관리법상의 우대 제도인 '백색국가' 대상에서도 한국을 제외할 것도 예고했다.

 
일본이 보복 카드로 들고 나온 3개의 핵심 소재는 일본산의 경쟁력이 뛰어나 세계시장의 70~90%를 장악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초비상(超非常)'사태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신뢰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말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일본 기업 자산 압류에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번 경제 보복 조치는 어찌보면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첨단 소재 수출 제한이 3개 품목에 그치지 않고 다른 제품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 인상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뭐 낀 사람이 성낸다'고 이번 무역 보복조치는 전형적인 일본 다운 옹렬하고 치졸한 행위다.

 
이번 '갑질 무역 보복'은 지난달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말한 '자유롭고 공정하며 무차별적인 무역 원칙'과도 역주행하는 것이다.

 
자유무역을 지지한다는 일본 정부가 중국의 '사드 보복'처럼 비상식적 보복 조치를 강행한 것으로 명백한 위법이다.

 
그동안 일본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경제 보복' 카드도 꺼낼 수 있음을 숨기지 않아 왔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는 물론 지정학적으로도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외교 문제를 감정으로 대응할 경우 양측 모두 막심한 피해를 보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번 달 21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아베 정부가 이런 강경 조치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 만약 표를 구걸하기 위해 일본인들의 '혐한(嫌韓)'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한 꼼수라고 한다면 더더욱 용납하기 어렵다.

 
과거사를 비롯한 전반적인 한·일 관계는 경제 보복과 무관하게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 사태가 향후에 잘 마무리된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위험이 앞으로도 반복되지 말란 법이 없다.

 
마침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통관기준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6월 수출액이 2016년 1월의 19.6% 감소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인 441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5%나 줄었는데 이 와중에 일본이 우리 경제의 '급소'를 때린 격이다.

 
지난해 12월 이후 7개월 내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수출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이어서 고착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출 부진, 일본의 보복, 미·중 갈등 등에 대해 단순히 현상의 개선만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닌 이유다. 시간이 없다. 정부도 기업도 더 늦기 전에 비상한 각오로 산업구조 개혁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를 공식화한 지 4시간여 만에 일본 대사를 초치 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검토하는 등 대응에 나서긴 했지만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었다.

 
옛말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처럼 일본이 반도체 분야의 보복에 나설 것이란 예상은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 줄곧 제기됐지만 정부는 아무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수수 방관해왔고 일본의 경제 보복도 일본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한다.

 
마치 2년 전 '사드 보복' 당시 중국 정부가 롯데·현대차와 관광·한류 기업들에 막무가내 보복을 가했을 때와 마찬가지처럼 이번에도 한국 정부는 속수무책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정합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언제까지 지켜볼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단호하고 강경한 대응과 함께 차분한 자세로 아베 총리를 대상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일본은 과거 우리나라를 향해 무슨 짓을 했는지 진정 잊었단 말인가?

 
이번 무역 보복 조치로 명분도 실리도 잃은 건 일본이라는 사실을 일본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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