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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세평(世評)】'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가 이주여성들의 일상어가 된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

김대은의 새롬세평(世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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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롬세평(世評)】'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가 이주여성들의 일상어가 된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
  • 김대은
  • 승인 2019.07.09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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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우리의 가족과 동포가 해외에서 무차별 학대를 당했더라도 가만히 있을텐가? -
베트남 여성폭행 영상에 '충격' 두 살배기 아이 바로 옆에서 한국말이 서툰다고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베트남 출신 아내가 죽도록 폭행을 당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
베트남 여성폭행 영상에 '충격' 두 살배기 아이 바로 옆에서 한국말이 서툰다고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베트남 출신 아내가 죽도록 폭행을 당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

 

한국말이 서툰다고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베트남 출신 아내가 죽도록 폭행을 당한 장면이 담긴 동영상에 국민의 '공분(公憤)'을 일으키고 있다.

SNS를 통해 퍼진 2분33초짜리 영상속 장면에는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부짖는 두 살배기 아기 곁에서 "잘못했습니다. 때리지 마세요"라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는 베트남 이주여성을 향해 한국인 남편의 주먹질과 발길질은 멈추지 않았다.

 

경찰 진술에서 이번 사건의 피해 여성은 남편에게 하도 맞아 몰래 동영상을 찍었다고 밝혔다.

짐승보다 못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폭력행사에 국내는 물론 베트남 현지 언론들도 앞다퉈 사진, 영상과 함께 뉴스를 보도하며 베트남인들은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며 분노하고 있다.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감독등이 어렵게 쌓아올린 베트남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이번 사건으로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인 한국인 남성은 경찰에 특수상해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됐지만 이주외국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우리 사회의 천박한 인권의식의 민낯이 극단적으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너무나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0년 7월 부산에서 8년 동안 57차례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자인줄 모르고 국제결혼회사를 통해 결혼했던 당시 20세의 탓티황옥 베트남 신부가 시집온 지 1주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어 당시 이명박 대통령까지 방송에 나와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하며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를 보내 조문했던 일이 다시금 떠오른다.

지난 2000년대 국제결혼이 급증하며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심각한 인권 문제로 제기된 지 십수년이 됐지만 개선되거나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또한, 지난 2월엔 한국인과 결혼한 언니의 아이를 돌보러 온 캄보디아 여성이 형부에게 1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법원은 무죄 사유로 "피해자가 소리치지 않았다"는 등 누가봐도 석연치 않은 입장을 내비췄으나 이는 이혼이 두려운 이주여성과 그 가족의 현실을 철저히 도외시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이주여성에 대한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이와같은 인식의 부재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 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 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가정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42.1%에 달하며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은 가정폭력을 경험했는데 그 형태를 살펴보면 성적 학대에서부터 욕설, 흉기 협박 그리고 부모에 대한 모욕까지 다양했다. 

아예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더 많았는데 그 이유는 '창피해서'와 함께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지 몰라서'  '아무 효과 없을 것 같아서' 순(順)이었다.

이는 한국 여성을 상대로 한 같은 조사(2016년 여성가족부) 결과(12.1%)의 약 3.5배로 폭행과 협박, 성적 학대, 언어적 폭력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아예 "잘못했습니다"."때리지 마세요"가 결혼 이주여성들의 일상어가 됐다고 하니 부끄러워 얼굴을 못들 정도다.

한국 남편들의 폭행 원인을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혐오와 더불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무시와 편견등 차별적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음을 보여준다.

다문화시대에 이주 여성들도 엄연히 우리 사회의 일원이자 이웃이다.언어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고 편견과 혐오, 차별적 시선을 가져선 안 된다.

지금은 바야흐로 국내 인구 100명 중 4명이 국내에 체류하며 2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인 시대다. 서울의 일부 자치구는 외국인 비율이 10%를 넘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결혼은 매년 전체 혼인의 7~11%로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 출신 부인의 국적은 베트남이 27.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중국(25.0%) 태국(4.7%) 순이다.

글로벌 시대에 이주여성에 대한 폭행은 그야말로 '반 문명적 범죄'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주여성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어져야 한다.

우선, 이주여성에 대한 보호책으로 철저한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재발을 막아야 하며 피해자들이 신고해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 안전망과 시스템을 시급히 법제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주여성을 배우자로 맞는 남성들에 대한 인권교육, 폭력방지 교육등 인식 개선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했다.

 만약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의 가족과 동포들이 그 나라에서 이런 참담한 학대를 받았다고 한다면 그냥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을텐가?

이제 우리도 후진적인 인권의식을 높이려면 우리와 함께 어엿하게 이웃으로 자리 잡은 외국인에 대한 폭행 등 학대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가해 사회적 '경종(警鐘)'을 울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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