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노력

  서해맹산(誓海盟山)이란 맹세하고 다짐하기를 산과 바다와 같이 영원히 변치 않겠다는 의미로 보통 굳은 약속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사전적으로는 “맹산서해(盟山誓海)”라는 말이 더 친숙하다. 이 용어는 고전에서 주로 굳은 약속의 의미로 사용되었는데, 본래는 남녀 간의 변치 않는 깊은 사랑에서 유래했다. 중국 송(宋)대 조장경(趙長卿)의 《하신랑(賀新郞)》사와 원(元)대 고식(高栻)의 《집현빈(集賢賓)·원별(怨別)》투곡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서해맹산의 글귀가 전쟁 중에는 변함없는 우국충정을 드러내기 위한 말로 사용되었다. 이순신이 한산도에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직할 때 철통같은 수비로 일본군이 침범하면 거북선을 출동시켜 소탕하니, 경상우도의 연안과 호남의 일대가 안전할 수 있었다. 이때 서해맹산을 인용하여 〈진중음(陣中吟)〉시를 지었다.(계사 10월 27일)

바다에 맹세하니 어룡이 동하고   誓海魚龍動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주네   盟山草木知
원수 모조리 섬멸할 수 있다면     讐夷如盡滅
비록 죽을지라도 마다하지 않으리 雖死不爲辭

이 시에서 위의 두 구(句)는 오직 전쟁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는 자신의 비장한 각오와 다짐은 당당한 것이기에 천지자연의 사물도 감응함을 말하였다. 한산도에 통제영이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수군본부의 역할을 하게 되었고, 이순신은 특히 여기서 3년 7개월 동안 국가로부터 지원없이 자급책을 마련하며 항상 불철주야로 전쟁 대비에 만전을 기했다. 7년 전쟁 기간 중에서 이때의 생활이 가장 위대했다고 한다.

   조선 인조(仁祖) 때 문신 이단하(李端夏)는 <이순신시첩(詩帖)>의 발문(跋文)에서 “이 서해맹산 시구에서 비장한 뜻과 정일한 충심은 큰 공을 이룰 기상을 드러낸 것이다”라고 평가하였다. 우암 송시열(宋時烈)은 위 시는 송나라 장수 악비(岳飛)가 장준(張浚)에게 보낸 시처럼 충정과 용맹을 담고 있다고 칭송하였다. 악비의 그 시는 바로 “빠른 바람 우레같은 호령, 하늘의 소리가 북방을 진동하네(號令風霆迅, 天聲動北陬)”라고 한 내용이다.

  이순신이 자신의 한시에서 말한 서해맹산의 의미는 결코 한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난극복을 위한 대의를 실천하겠다는 남다른 희생정신의 발로였다. 이순신은 시로써 서해맹산을 말했지만, 여기에는 항상 남이 쉽게 할 수 없는 실천적인 노력이 뒷받침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만약 서해맹산을 말하면서 그 추구하는 의미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이순신의 정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예로부터 군자는 인격수양에 있어서 몸를 닦고 말한 것을 궁행 실천하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겼던 것이다.

글 : 노승석 이순신연구가(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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