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내외적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메뉴얼을 제시해야 미래가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100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는 모습.

 

일본의 경제 무역보복 조치로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로 제74주년 8.15광복절 경축사에 '어떤 대일(對日) 메시지를 담아야 할지' 고심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국정운영에 대한 핵심 아젠다와 함께 청사진을 제시하곤 했다. 

대통령의 중요한 연설은 몇 달 전부터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각 부처에서 경축사에 들어갈 조각들을 가다듬고, 퍼즐을 맞추듯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실에서 초안을 만든다.   

대통령 경축사는 언론 브리핑처럼 쉽게 판단해 쓸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작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움직임을 감안하면 갈피를 잡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눈만뜨면 쏘아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과 미·중의 경제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환경이 악화하면서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고 고용 사정도 앞으로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높는 등 올해 광복절은 과거 어느때보다 엄중한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이번 광복절 메시지의 수위에 따라 향후 한·일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고 한일관계의 향방도 예측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금년에 있은 3.1절 경축사에서 '친일잔재 청산',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등 메시지의 강도를 높여왔지만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수위를 어디까지 조절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관련해 과거와 미래, 역사와 외교를 분리해 대응하는 투트랙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으면서도 대화의 끈은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향해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한일관계가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무게추'를 둘 것이란 의미다.

문 대통령의 올해 광복절 대일 메시지의 기조는 '강경 일변도의 감정적 대응이 아닌 냉정한 현실 직시로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국민에게는 위로와 희망을 주는 등불'이 돼야 한다.

그제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에 대한 감정적 대응 자제’를 주문했고, 어제 독립유공자 초청 오찬에서는 최근의 한·일 갈등과 관련해 “정부는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가며, 외교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국민들도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우호 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의연하고 성숙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리 보는 8.15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로 이해가 된다.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한미군사훈련 이후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남북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현재 상황을 관리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대승적 차원에서 미래지향적인 대화와 협상을 일본에 촉구해야 하지만 최근 잇달아 미사일을 발사하고 한국을 거세게 비방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필요하다.

미·중의 경제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 대외환경이 악화하면서 경기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고용사정은 앞으로도 나빠질 가능성이 크고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하는 샐러리맨들은 채무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현실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역할이다. 일자리 창출과 임금 상승을 위해서도 기업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다.

경제 상황과 불확실성의 확대에 따른 성장 모멘텀의 둔화를 짚으면서 민생을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의 삶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경제회복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경제 현장 눈높이를 반영해서 대안을 제시하고 한·일 경제전쟁 확전 방지와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외교적 해법의 돌파구를 찾아, 대내외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실천적 매뉴얼'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등'이 켜져야 한다.

 아무쪼록 '국가 위기를 돌파하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김대은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