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수신행위는 인허가를 받은 제도권 금융기관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따라서 유사수신행위란 간단히 말하면 제도권금융기관이 아니면서 ‘원금’을 보장한다는 미끼로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자세히 부연하면,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받는 행위,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장래에 발행가액(發行價額)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재매입)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補塡)하여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 등을 말한다.

유사수신업체의 대부분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로 대도시의 지하철 인근 지역, 특히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삼역과 서울대입구역 일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아는 사람을 통하여 아름아름 유사수신 피해자들을 포섭했는데, 요즈음에는 인터넷을 통하여 대놓고 광고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인터넷에 광고를 하면 일반 사람들은 그것에 대하여 신뢰를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사수신업체는 광고 그 자체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광고를 한다고 하여 더더욱 신뢰를 줄 일도 아니다.

유사수신행위의 결정적인 매력(?)은 원금 보장과 높은 수익률 보장이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처럼 원금은 당연히 보장해주면서도 은행 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은 준다는데 누가 혹하지 않겠는가. 바로 여기에 유사수신행위의 함정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어떤 방법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은행 등 제도권 금융과 같이 여신행위 즉 대출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업을 직접 하거나 기존 사업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보통 유사수신업체가 보장하는 수익률은 6개월에 30%에서 많게는 50%이다. 이런 수익률은 전 세계에서 눈 씻고 찾아볼려고 해도 도저히 찾아 볼 수가 없는 수익률인 것이다. 일반 은행 등 제1금융권의 이자율은 고작 ‘연’ 3% 내지 4%이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이자율은 높아보아야 ‘연’ 5% 내지 7%이다. 유사수신업체의 수익률을 연이율로 따져보면 ‘연’ 60% 내지 100%로서 살인적인 수익률인 것이다.

누차 이야기 하지만 연 60% 내지 100%를 낼 수 있는 수익사업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도 전 세계에 없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잘 나간다고 해도 위와 같은 초고수익을 낼 수는 없다.

여기서 독자분들은 눈치를 채셨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유사수신행위는 결국 사기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아둔하고 귀가 얇은 투자자라고 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준다면 일단은 의심하기 마련이다. 당연히 어디서 그런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에게 묻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바로 고도의 ‘사기술’이 동원되는 것이다. 회사(사기꾼들은 절대 자신들을 유사수신업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신들을 유사수신업체라고 부르는 것은 사기꾼들이 자신들을 사기꾼이라고 부르고 다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에서는 막대한 땅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땅에 에버랜드보다 더 넓고 시설도 훌륭한 놀이시설을 만들고 그 옆에는 골프장과 실버타운을 만들 계획이라는 등 투자자들에게 칠색찬란한 무지개 꿈을 꾸도록 해준다. 이번에 일본에서 암을 치료하는 기적적인 치료제가 개발되었는데 아직 아무도 그 성공을 모른다면서 그 약만 수입을 하면 세계적인 ‘떼’부자가 될 수 있으니 이 건에 투자만 하면 평생 고생한 것을 한 번에 보상받을 수 있다고 귀에 속삭인다. 사기꾼들의 입담에 한 번 걸리면 웬만해서는 벗어날 수가 없다. 다년간 심리학을 연구하였는지, 다년간 교도소에 들어앉아 연구를 하였는지, 하다못해 어디에서 주워들었는지, 사기꾼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구분이 안 되어 결국 살뜰한 지갑을 열게 되기 마련이다. 그나마 자신의 지갑만 열면 좋은데 주변 친인척, 옆집 사람들의 돈까지 빌려 사기꾼들에게 갖다 바치게 되어 그 폐해는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유사수신업체들은 유명 인사들을 범행에 가담시키기도 한다. 그 유명 인사들은 정치인, 연예인 심지어 법조인도 될 수 있다. 그 유명 인사들은 자신들이 사기꾼들에게 속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들의 유명세 때문에 사기꾼들이 높은 대우를 해주고 영입하는 것으로 알게 마련이다. 그 유명 인사들이 돈을 조금만 투자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내용으로(사기꾼들은 그 유명 인사들에게는 실제로 돈을 조금만투자하게 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는데, 그 배려 때문에 유명 인사들은 자신들이 사기꾼들에게 이용당하는 줄 모른다) 주변사람들에게 입소문을 통해서, 아니면 언론을 통해서 대대적인 선전광고를 하게 되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냥 넘어가게 된다. 그만큼 유사수신업자들의 범행이 교묘해지는 것이다.

김인원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