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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 이순신의 유적지 답사를 마치고

노승석의 이순신의 窓

| 한문학 연구를 35년간 했으며 전문번역가로서 다년간 고전번역을 해왔다.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

[이순신의 窓] 이순신의 유적지 답사를 마치고
  • 노승석
  • 승인 2019.10.2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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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현장 발굴

   지금까지 이순신 유적에 대한 연구가 주로 해전지를 위주로 진행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쟁의 업적을 우선으로 생각하다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중일기》를 보면, 임진년 초기부터 무술년 전사하기 직전까지 이순신이 부하들과 각 지방의 관리들을 만나기 위해 오고간 내륙의 유적지가 해전지보다 훨씬 많다. 이는 현재 국내에 많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지형의 변화로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필자는 《난중일기》교감완역본의 후속작업으로 수년동안 전국에 있는 임진왜란 및 이순신의 유적지를 답사했다. 이 교감완역본을 몇차례 개정하여 미상부분을 거의 다 해독했지만, 지명과 건물 등의 문제가 항상 고민이 되었다. 이는 현장 답사를 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므로, 현재의 주소에서 옛 유적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수년 동안 총 5만여 km를 왕복하며 전국에 있는 유적지 현장 5백여 곳을 일일이 확인하였다. 고지도와 연구내용 및 각 지방 향토학자들과 대대로 거주한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경기, 충청, 전라, 경상지역의 산과 바다, 육지, 해안, 섬, 성곽, 관아, 누대, 사당, 봉수 등을 실사했는데, 그 결과 그동안 논란이 되었거나 알 수 없는 지명 등, 미상의 유적지 등을 새롭게 밝힐 수 있었다.

  예를 들면, 1597년 이순신이 감옥에서 나와 백의종군 중에 지나갔던 오산시 소재한 독산성 남문 아랫길과 안성천 주변의 수탄(水灘)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독산성 안에 지휘소 진남관이 있었는데, 그 아래에 이순신이 지나간 길이 있다. 특히 수탄은 문헌에 기록이 거의 없어서 지금까지 밝혀진 적이 없었는데, 그당시 안성천 주변의 조선 군영과 나루터를 추적하여 찾을 수 있었다.

  또한 전란 중에 이순신의 모친이 아산에서 살았던 마을은 유적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 역시 남아 있는 기록이 없고 지형의 변화로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당시 이순신의 가족들이 아산에서 거주했던 근거와 주변상황 등을 추적한 결과, 아산 염티에서 거주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이순신의 조부 이백록(李百祿)부터 아우 이우신(李禹臣)까지 14명의 가족묘소를 모두 찾아 정리했다.

  특히 1597년 이순신의 모친이 여수에서 배로 올라와 태안 안흥량(4,11)에서 객사하신 뒤 아산고택으로 옮겨오기까지의 운구경로는 이순신의 효(孝)정신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전란 중에 이순신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모친이 사망한 안흥량 바다는 우리에게 슬픔을 느끼게 하는 통곡의 바다이다. 이곳을 출발한 모친의 시신을 실은 배는 아산만과 삽교호, 곡교천을 통해 게바위로 들어간 뒤 중방포구 앞까지 가서 마침내 상여에 실려 본가로 가게 되었다. 하늘의 해조차 어둡게 보였던 뼈절인 슬픔을 느낀 이순신은 오히려 국난극복을 위해 남행에 나섰다. 이처럼 악순환되는 참담한 현실을 전쟁 승리로 승화시키고자 이순신이 아산에 15일 간 머물면서 보여준 정신은 현실초극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자세히 밝히기 위해서라도 이번의 현장답사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 이제 수년동안 답사한 결과물을 정리하여 이순신의 유적지를 총망라한 《난중일기 유적편》을 출간하게 되었다. 난중일기에 대한 수차례의 교감(校勘)작업을 진행하여 만든 《교감완역 난중일기》번역본에 유적지 현장 360여 곳의 사진을 해당 본문에 일일이 삽입하여 난중일기 책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요컨대 전국에 있는 이순신의 유적지는 이순신의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정신이 깃든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는 대부분 전략적인 요새로 되어 있어 지형과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바로 여기서 이순신이 뛰어난 전략으로 백전백승의 전과를 올렸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필자는 역사의 뒤안길에서나마 현대문명에 가려진 옛 자취를 끊임없이 추적한 결과 그 당시의 현장을 거의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는 철저한 고증을 거친 난중일기의 현장에서 이순신을 다시 만나 참된 교훈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핵심어 : 고지도, 지방향토학자, 문화유산, 교감완역, 고증, 유적편

글 : 노승석 이순신연구가

     《난중일기 유적편》(여해, 2019)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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