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화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성분과 화장품 제조 과정까지 따지며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법적으로 허용됐더라도 소비자가 걱정하는 성분은 아예 제외하는 화장품도 많다. 한국 소비자가 화장품 성분을 민감하게 따지기 시작한 주요 사건과 해외 흐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화장품 성분 논란 촉발한 사건
지난 2011년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와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이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쓰여 산모와 영유아 등이 사망까지 이른 사건이 발생했다. 목숨을 구해도 폐질환, 폐이외 질환 등에 걸려 논란이 거셌다. 질병관리본부의 연구용역 결과, CMIT·MIT는 세포독성이 다른 가습기살균제 성분보다 강했고, 활성산소를 발생하는 실험에서 유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CMIT·MIT에 대한 거부가 순식간에 대한민국을 덮었다. CMIT·MIT는 화장품에서 보존제, 방부제 목적으로 쓰였지만 사실상 철퇴를 맞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15년 7월 화장품법을 개정해 국민의 불안감 잠재우기에 나섰다.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고시’를 통해 CMIT·MIT는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제품에 0.0015% 범위 내에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는 얼굴에 발라 흡수시키는 기초 화장품은 CMIT나 MIT를 사용할 수 없게 법령을 정비했다.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유럽 화장품 회사 역시, 정부 기준이 따라 CMIT와 MIT를 배제한 화장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중해에 위치한 섬나라 키프로스에서 생산한 네오필(Neopeel) 화장품을 국내에 수입해 공급하고 있는 ㈜옥산토닝 관계자는 “유럽 소비자는 성분을 넘어 친환경적인 요소까지 민감하게 따진다”라며 “소비자는 화장품 성분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접하고 있다. 원료를 세밀하게 보고 안전성을 우선하는 소비자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것이 화장품 개발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라고 말했다.
 
파라벤 FREE 화장품, 유럽 반응은
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텔, 줄여서 파라벤으로 불리는 성분의 주요 기능은 방부제이다. 파라벤은 소비자가 화장품을 사용하는 동안 변질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성분으로 쓰인다. 화장품 오염을 예방하는 파라벤은 동시에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파라벤이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결합해 호르몬과 내분비계 교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파라벤과 생식호르몬의 연관성은 꾸준히 제기됐다. 덴마크는 어린이가 사용하는 영유아제품에 대해 프로필파라벤과 부틸파라벤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 소비자위원회(SCCS)도 이소프로필, 이소부틸 파라벤 등에 대해 ‘6개월 미만 영아 엉덩이에 사용하는 제품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단일 파라벤은 0.4%, 혼합 파라벤은 0.8%를 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화장품은 정부가 제시한 안전 기준을 철저히 따른다. 하지만 파라벤을 걱정하는 소비자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에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계 화장품 시장에서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은 어떤 반응일까. EU(유럽연합)는 이미 파라벤 5종과 트리클로산을 함유한 화장품 수입을 금지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에서 실시하는 화장품 관련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화장품 구매 기준으로 삼는다. 필링 브랜드로 키프러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네오필 바이오필링도 무(無) 파라벤 화장품이다.
 
동물실험에 대한 우려, 화장품 선택 기준 될까
올해 서울대 수의대의 동물실험 사건이 터졌다. 견종 중에서 비글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많은 동물실험에 동원되고, 비윤리적인 동물실험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어 충격을 안겼다.
 
현실은 심각했다. 남인순 의원은 올해 5월 말 개최된 ‘동물생명윤리를 반영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법안’ 토론회에서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간 식품·의약품·화장품 개발과 안전관리 등을 위한 실험에 약 1004만 마리의 동물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반면 선진국 상황은 어떨까. EU는 지난 2013년 아예 동물실험을 금지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화장품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윤리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동물 임상 테스트를 하지 않는 화장품을 골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다.
 
㈜옥산토닝 관계자는 “유럽 화장품 회사는 EU 규정에 따라 화장품을 개발하고 생산할 때 동물 임상 실험을 하지 않는다.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화장품도 동물실험을 했다면 수입·판매할 수 없도록 했다”라며 “키프러스에서 100% 생산되는 네오필 화장품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식물추출물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화장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세먼지, 환경오염, 동물실험 등의 이슈는 시장의 흐름을 바꿨다. 소비자는 유효성분, 활성성분의 효과는 기본으로 보며 원료와 성분의 안전성을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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