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해킹사고가 터지고 있지만, 사고원인을 IT시스템 관점에서 규명하는 디지털 포렌직 전문가가 크게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민간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포렌직 인력이 부족해 장기적으로 수급문제가 야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 포렌직(forensic)이 범죄수사를 위한 과학적 증거수집 및 분석기법을 말한다면, 디지털포렌직은 디지털 형태의 증거들을 수집·분석하는 기법이다.

또한 디지털 포렌직은 이공계에서 파생됐다기 보단, 과학수사를 위한 법적인 요구에 의해 시작된 분야이다. 법적인 증거 수집을 위해 컴퓨터 분석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포렌직을 수행하는 인력들은 법적인 지식과 함께 공학지식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K-포렌직연구소의 김용호 소장은 “그러나 이처럼 법과 공학지식을 전문적으로 갖춘 포렌직 종사 인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설명에 따르면 법과 이공계 지식은 대학교육 과정에서 분리되어 학습되기 때문에, 디지털 포렌직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대학 졸업 후 별도의 학습을 받아야 한다.

즉, 이공계 전공자가 포렌직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법률 공부를 따로 해야 하고, 역으로 법 전공자는 이공계 지식을 따로 학습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학습을 전문적으로 거친 포렌직 인력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라고 김용호 소장은 밝혔다.

그는 “민간과 공공분야를 합쳐 IT와 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포렌직 인력을 대략 200명 내외로 보면 된다”며 “이 인력 중 상당수는 민간이 아닌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부분엔 극소수의 포렌직 인력이 종사하고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민간 부문에 포렌직 전문 인력이 드문 이유 중 하나는 법과 IT를 함께 전문적으로 교육시키는 민간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이와 관련 “공공기관의 경우 수사기관 마다 포렌직 프로그램을 가동,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민간부분의 경우 포렌직 전문교육기관이 전무한 상태”라며 “일반적인 보안교육기관 등에서 드물게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민간부문의 인력부족 현상은 장기적인 디지털 포렌직 인력수급에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디지털 포렌직 인력 수급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 될 시점은 ‘디지털증거법’이 제정되는 시기라고 관련 업계는 전한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디지털 증거를 직접 증거로 채택하고 있다.

현재 법조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증거법 내용의 주요골자는 디지털로 이뤄진 자료를 ‘직접 증거’로 채택하는 것이다. 현재 디지털 증거는 ‘전해서 증거로 채택’하는 ‘전문증거’로만 법정에서 인정받고 있다.

향후 디지털증거법 제정돼 디지털 증거가 직접 증거로 채택된다면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이 크게 높아진다. 또한 디지털 증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디지털 포렌직 인력에 대한 높은 수요가 기대된다.

김 소장은 이와 관련 “현재 법조계를 중심으로 디지털증거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 법이 현실화되면 민간부분에 디지털 증거 수집 및 분석을 위한 디지털 포렌직 인력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법이 제정되는 시점에서 디지털 포렌직 인력 양성을 논하는 것은 ‘실기’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포렌직 인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정책 당국은 디지털 포렌직 법의 제정 추진과 동시에 민간부분 인력 양성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워나가야 한다고 관련 업계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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