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4개국 협의체 구성

▲ visegrad fund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4개국이 지난 1991년에 설립한 비셰그라드(Visegrad)그룹이 아시아와 교역을 확대하는 이른바 ‘동방정책(Opening to the East)’을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셰그라드는 지난 2004년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부상하고 있기에 국내 기업들에게는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이들 국가들은 지리적 조건과 사통팔달의 교통망 등 유리한 물류 여건, 우수한 노동력에 비해 낮은 임금수준이 강점이라 한중일 기업들에게는 매력적으로 현재 총성 없는 비즈니스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제품의 인지도 상승도 긍정적
이들 국가들의 강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을 하고 있지만 여기에 가장 중요한 소비시장의 매력도도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소득수준, 소비심리 등 관련 지표들은 재정위기 이후에도 구매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으며 한국제품의 인지도가 점차 상승하고 있어 한국기업들에게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 중, 일 3국은 비셰그라드 그룹과의 경제협력 확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먼저 일본은 아시아 최대의 투자규모를 기록하며 전자, 금융, 화학, 유통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진출해 있다. 또한, 현지 지역본부를 설립하여 유럽진출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중국의 경우 후발주자로 분류되나 2012년 중·동부 유럽과의 정상회담 이후 강력한 협력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폴란드를 중심으로 EU 기금 프로젝트가 활성화되면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에 투자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조업 부문 진출에 치우쳐 있고 정부 간 교류도 아직 활발하지 못해 경쟁국인 일본에 비해서 열세에 처한 것이 맹점이라는 분석이다.

중부 유럽의 주요국으로 자리매김
비셰그라드 그룹(Visegrad Group)은 중동부 유럽 4개국 협의체로 지난 1991년 2월 헝가리 비셰그라드에서 개최된 폴란,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3개국이 정상회담의 자리에서 논의돼 창설된 기구이다. 추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되면서 현재는 4개국이 가입되어 있다.
이들 회원국들은 경제, 외교, 안보, 문화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2004년 EU 가입 후 본격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중부 유럽의 주요국으로 자리해 오고 있다. 매년 순차적으로 의장국을 맡아 연례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비셰그라드 펀드를 통해 역내 공동발전을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비세그라드 국가들은 EU에 대한 과도한 경제의존도를 완화하기 위해 한, 중, 일 등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이후 이른바 '동방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올 7월 한-비셰그라드 외교장관회의를 최초로 개최함에 따라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마련되는 등 한국기업들의 후방을 지원하고 있다.

▲ 지난해 10월 첫 국빈 방문한 폴란드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이 한국-폴란드 경제협력 포럼에 참석하여 국내 기업의 참여와 발전상을 제시하고 있다

한, 중, 일 삼국지 중부 유럽에서 각축
이와 같이 동방정책으로 아시아 국가들에게 개방됨에 따라 한, 중, 일간의 비즈니스 경쟁은 여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폴란드 투자액이 2,242만달러로 2011년에 비해 59.6% 감소를 보이다 지난해 신규 투자 6건이 이루어졌지만 투자액은 2,162만달러에 그쳤다.
누적투자액은 13억 6,071만달러로 EU투자대상국 중 6위에 그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폴란드는 탈 공산화 이후 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가로 지난 1989년 체제전환 후 1995년 대우자동차와 협력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4억 4,000만달러의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04년에 폴란드가 EU에 가입하면서 여건 호전과 전자, 가전을 중심으로 대형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2005년 LG전자와 협력업체가 동반진출하면서 2006년 한 해에만 2억 2,000만 달러의 투자액을 기록하는 등 폴란드에 대한 투자는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2008년 이후 체코와 슬로바키아 소재 현대기아차 공장과 연계한 자동차 부품 관련 투자가 남부지역에 집중되고 LG디스플레이가 브로츠와프에 생산단지를 조성, 2010년 삼성전자가 폴란드 현지 최대 가전업체 아미카(Amika)를 인수하는 등 현지화 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은 자동차와 가전 등 제조업 중심의 생산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R&D분야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공공 프로젝트 건설 분야에도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한, 중, 일 3개국 중 최대의 투자국으로 자리하고 있어 일본과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형국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일본의 폴란드 투자액은 15억 7,000만유로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조시설은 투자 인센티브를 위해 경제특별구역(SEZ) 중심으로 진출해 있으며, 당초 2020년 종료 예정이던 경제특별구역이 2026년까지 연장됨에 따라 투자 인센티브가 당분간 유지되면서 투자가 지속 가능하게 됐다.
중국도 지난 2010년 이후 부터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2010년 이전까지 중국은 중동부 유럽 국가들과 뚜렷한 무역 투자 교류에 대한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2011년 폴란드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2012년 원자바오 중국 전 총리의 폴란드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협력이 강화되면서 양국 간 교류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먼저 중국은행(Bank of China)이 현지 투자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폴란드 지점을 개설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하지만 중국 COVEC사의 A2 고속도로 건설이 하청업체 대금결제 지연으로 2011년 중단되면서 투자 위축이 우려됐지만 중국기업의 투자는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2013년 기준 20개의 대기업, 300여개의 중소기업이 현지에 진출했으며 주요 분야는 전자제품과 IT, 건설기계 등이다. 대부분 최근 3~4년 사이에 진출한 기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1년 한 해에만 3억5,000만 유로를 폴란드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중국기업들은 민영화 대상 폴란드 공기업에도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현지에 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유럽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럽의 물류 생산기지, 헝가리
헝가리는 중동부 유럽에 위치한 물류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도로와 철도, 수로로 구성된 범 유럽 수송망(Pan-European Transport Corridors) 10개 경로 중 4개가 헝가리를 지나고 있다. 더욱이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7개국과 인접해 있어 물류 전진기지로써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재 헝가리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은 내수시장보다는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여타 외국기업들도 유사한 상황이다. 이는 헝가리 자체 내수시장보다는 지리적 입지, 저렴한 노동력, 교통인프라를 적극 활용하여 유럽 전역을 판매시장으로 공략하기 위함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주요 투자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헝가리에 투자된 신고금액은 약 5억3,100만달러, 진출기업 수는 약 45개 기업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투자규모가 일본을 앞서고 있으며, 지난 2012년에는 10억 유로를 상회하는 투자액을 기록했다.
일본은 전통적인 헝가리 주요 투자국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누적 투자액은 7억7,300만 유로로 아시아 최대를 나타낸 2008년도 9억5,900만 유로에 비해 다소 감소했으나 여전히 주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6월 아베 총리는 비셰그라드 4개국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에너지와 안보협력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물론 헝가리의 동방정책을 환영하면서 상호 교류를 바탕으로 원전 및 인프라 수주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12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2012년 FDI 규모가 100만 유로에 달해 현지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의 투자는 독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한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한 후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원자력 기술, 투자진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협력을 골자로 협력을 증진해 나가고 있다.

서유럽에 가장 가까운 물류 전진기지, 체코
체코는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및 폴란드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중동부 유럽 국가 중 지리적으로 서유럽에 가장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2013년 기준 총 9,619Km에 달하는 철도망을 보유하며 고속도로와 일반도로도 잘 갖춰져 있고 대학 진학률이 64%로 대학생이 총 38만명에 달해 고급 인력 수급이 매우 용이하다. 더욱이 서유럽 대비 낮은 인건비로 우수인력 확보가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체코도 헝가리, 폴란드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저가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대형 소매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판매가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출을 본격화 했다. 지난 2005년 이후 현대자동차와 성우하이텍의 진출에 힘입어 관련 업체의 동반진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체코 투자 총액은 11억7,000만달러로 인센티브 수혜금액을 포함해 16억4,000만달러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이 체코항공 지분의 44%를 인수하고 GS칼텍스가 약 12,000여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는 등 대규모 투자도 이루어졌다. 체코는 제조업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대규모 공장건설로 제조업 투자는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체코 투자청에 따르면 일본기업은 체코 전체투자의 16.5%를 점유하며 현재 약 95개의 제조업체가 현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일본의 투자진출 핵심 분야는 자동차 산업으로 2002년 도요타가 프랑스 시트로앵, 푸조와 합작회사 형태로 진출한 사례가 대표적이며, 2003년부터 현재까지 체코에 투자한 일본 기업은 총 69개사이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투자가 다소 위축되었으며, 2012년에는 파나소닉의 경영부진으로 자테츠 지역 LCD 공장이 폐쇄되기도 했다.
중국의 경우 한, 일 양국에 비해 부진한 모습이다. 지난해까지 투자 7건과 진출 기업은 5개사에 불과해 동북아 3국 중 최저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오히려 대만이 체코 투자에 25건으로 ACER, ASUS를 비롯한 전기 전자제품 제조 및 서비스 업체 위주로 진출하는 등 중국보다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4월 체코 외무부 장관과 6월 산업통상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투자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는 양상이다.

1인당 자동차 생산량 세계 1위, 슬로바키아
슬로바키아는 중동부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기업 환경을 갖추고 있는 곳으로 세계은행이 지목한 국가이다. 슬로바키아의 임금 수준은 여전히 서유럽 대비 낮은 수준이며 2014년 월평균 임금은 821 유로, 최저임금은 352 유로로 중부 유럽에서도 하위권 수준이다.
슬로바키아의 강점은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에 따라 서유럽 국가와 루마니아 등 인근 중동부 유럽 국가를 연결하는 요충지이다. 자동차와 전자 등이 주요 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폭스바겐과 기아자동차, PSA 등 완성차 및 1차 벤더 다수가 진출해 있다. 1인당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최고수준(201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자동차 102대 생산하여 세계 1위 기록)을 기록하는 등 슬로바키아 경제를 견인하는 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슬로바키아에서의 투자진출이 돋보이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슬로바키아에 11억9,891만달러, 99건의 법인 설립 등 한, 중, 일 3개국 중 가장 활발하게 진출해 있다. 2002년 이후 삼성전자, 기아자동차 생산법인과 관련 협력업체의 동반 진출이 대다수이고, 올 7월 양국 외교장관 면담에서 슬로바키아 외무장관은 한국이 비유럽 국가 중 가장 중요한 투자국임을 언급할 정도로 우호적인 국가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투자가 저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11년 기준 일본계 제조 기업은 자동차 및 전기전자 업종 중심으로 약 17개사가 슬로바키아에 진출해 있지만 폴란드와 체코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1994년에 진출한 Yazaki는 일본계 대기업 중 슬로바키아 진출 1호로 현재 미할로프체 지역에서 3,200명 가량을 고용하고 있다. 소니는 트르나바 지역에서 1996년 생산을 시작했으나 실적 악화로 지분의 90%를 대만계 기업 폭스콘에 매각하는 등 일본 기업들과의 경쟁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활동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7년까지 전무한 상태이지만 오히려 체코와 같이 대만기업 AUO, Delta전자, 폭스콘 등이 현지 투자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투자기업으로는 레노버로 약 600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올 들어 유럽이 재정위기에서 점차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되살아나는 유럽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비셰그라드 지역에 교두보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올해 최초로 개최된 한-비셰그라드 외교장관회의는 상호 교류증진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기업 간 다각적인 협력채널을 구축하고 중국, 일본의 진출동향을 주시하면서 우리의 진출 전략을 새로이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코트라는 해외동향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김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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