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단투기 폐기물로 지하수 오염... 염화비닐 먹는물 기준 수십배 초과
기존 재건축아파트 부지 내 폐기물 회수했지만, 악취 여전히 진동

왼쪽 사진 부터 1974년 매립 전, 1975년 매립 시작(힌 부분이 매립토), 1981년 삼호맨션 건축 사진[서울시 제공]
왼쪽 사진 부터 1974년 매립 전, 1975년 매립 시작(힌 부분이 매립토), 1981년 삼호맨션 건축 사진[서울시 제공]

[데일리그리드=강성덕 기자] 과거 1970년대부터 땅속에 묻힌 폐기물로 인해 반포의 한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인근 9호선 사평역까지 악취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가 2000년대 초반부터 대응에 나섰지만 문제의 오염원 중심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어 정화작업이 더디다.

2009년 2월, 지하철 9호선 개통 이후 서울 반포 사평역 주변에서 악취가 발생한다는 언론 보도 이후 악취 진원지가 밝혀졌지만 오염원 제거를 위한 대책은 쉽지 않다. 오염된 지하수를 매년 수백톤씩 뽑아내고 약품처리를 하고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오염이 진행됐던 터라 자연저감을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다.
 
2010년 3월, 서울시는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악취원인을 조사한 결과, 반포리체아파트 부지를 포함 주변토지에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매립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폐기물로 인해 수십년간 부패가 진행되면서 디클로로에틸렌(DCE), 염화비닐(VC)과 같은 고농도의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아파트 건설에 나선 시공사가 기존 삼호맨션 부지 내 매립 폐기물을 대부분 회수했지만 고농도의 침출수가 암반 틈으로 유입돼 지하수를 오염시켜 장기간 악취를 유발시켰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는 악취오염원으로 추정되는 반포리체아파트 주변 지하수가 유기화합물인 디클로로에틸렌과 염화비닐 등에 의해 오염된 사실도 최종 확인했다. 오염원이 확신되면서 사평역 주변 A교회 인근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시는 2013년과 '14년에 걸쳐 매년 2~3억원의 예산을 들여 용역과 전문가 검토를 시행한 결과, 정화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서울시가 오염원으로 추정한 반포리체아파트는 기존의 삼호맨션 1, 2차를 재건축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이 컨소시엄 아파트.

1977년 당시 잡종지였던 부지를 대한주택공사(현 LH)가 사들였고 1981년 삼호맨션 1, 2차가 이곳에 들어섰다. 약 30년 후 재건축아파트 시공사로 나선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반포리체아파트를 건설해 2010년 준공을 마쳤다.  

[사진 출처 나무위키]
[반포리체 조감도 사진 출처 나무위키]

리체아파트는 9개동 1,119세대의 대단지 아파트로 지하2층 지상 35층, 59㎡에서부터 172㎡에 이르는 프리미엄 아파트다. 이중 삼성물산은 589세대, 대림산업은 530세대를 나눠 시공했다. 가장 적은 59㎡ 규모가 15억원이 넘는다는 아파트가 악취 때문에 눈엣가시인 셈이다. 
 
리체아파트 지중에 매립돼 있던 건설폐기물로 인해 악취와 함께 지하수가 오염되면서 5~6년 동안 정화작업을 꾸준히 실시해 온 서울시는 지하수 오염 조사 등을 위해 10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8억원을 투입했다. 그동안 35곳에 관정을 설치했고 수질분석을 통해 오염된 지하수 2천여 톤을 뽑아냈다.  

지난해 서울시가 밝힌 리체아파트 인근 오염지하수의 대표적인 물질은 디클로로에틸렌과 염화비닐이다. 디클로로에틸렌은 휘발성유기화학물질, 발암가능성물질로 사람에 간장장애를 일으키며 중독증상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염화비닐은 자동차부품, 가구, 건물자재 등의 원료로 졸림이나 현기증 유발, 신경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디클로로에틸렌은 매년 농도가 낮아지면서 먹는물 기준보다도 낮게 측정됐다. 반면 염화비닐은 국내 기준은 없지만 2018년 관측정에서는 먹는물 기준의 33.5배, 터널 내 맨홀에서는 13.5배의 염화비닐이 검출됐다.

서울시가 사평역 주변의 악취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반포리체아파트를 중심으로 조사지점을 설치하고 측정에 나섰다.
서울시가 사평역 주변의 악취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반포리체아파트를 중심으로 조사지점을 설치하고 측정에 나섰다.

현재 서울시는 사평역 주변 오염지하수 정화용역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악취 저감시설을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내년 1월에 보고되는 현황과 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사업추진 방향도 새롭게 살펴볼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실시하는 정화작업과 자연저감 등을 통해 오염물질 농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사평역 터널로 유입되는 지하수에서 오염물질이 지하수정화기준 이내로 검출될때까지 노력해 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강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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