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온 박모(42)씨는 이삿짐 정리도 만만치 않은데다가 익숙하지 않은 지리와 언어에 적응하느라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 배가 아프다며 간간히 떼를 쓰는 아이 때문에 병원만 3-4군데를 돌아다니느라 몸이 녹초가 되었다.

처음에는 식욕과 변 상태도 괜찮고 일주일 내내 배가 아프다가도 아빠와 있는 주말에는 감쪽같이 사라지는 복통에 꾀병일거라 생각하고 웃으며 넘기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복통에 머리까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아이의 증상이 꾀병만은 아닌 것 같아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일반적인 병원에서는 아이들의 복통에 대해 소화제와 관장약만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엑스레이나 MRI 등을 사용한 검진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료 후에도 이러한 아이의 복통과 두통이 계속해서 나타난다면 한의원을 찾아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배에 있는 찌꺼기가 내 아이 복통의 원인
실제로 박모씨는 한의원을 찾아 아이의 증상이 복통이 아니라 정확히 말해 오심에 가깝다는 진단을 받았다. 오심은 배가 아프다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복통을 호소하는 일이 불규칙하며, 구토를 하려고 해도 구토가 나오지 않고, 증상이 심해지면 머리가 어지럽고 아프다는 특징을 가진다.

소아복통치료 함소아한의원 부산서면점 이병호 원장은 “이 아이의 증상은 동의보감에 오심(惡心) 건구(乾嘔) 증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 경우에는 소화기 계통에 담음이 낀 것이 원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흔히 담음은 한의학에서 인체의 비정상적인 체액, 기운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소화기관을 맷돌에 비유하자면 맷돌을 씻어주지 않아 때가 잔뜩 끼어있는 상태라 볼 수 있습니다. 음식을 갈아내는 맷돌의 기능은 정상이기에 음식을 먹어서 탈이 나는 일은 없지만, 맷돌의 때로 인해 배는 아프다고 느끼게 됩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소화기관에 담음 즉, 찌꺼기가 잔뜩 붙어 있으면 배가 쥐어짜듯 아프다거나 구토, 설사 등 증상은 없지만 배가 살살 아프고 구역질이 계속 나오며, 냄새에 예민해지고, 기운순환이 막혀버리면 머리 쪽으로 기운순환이 되지 않아 머리가 어지럽고 심한 경우에는 두통을 호소하게 된다.

치료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지가 중요
보통 소화기관에 붙은 담음의 원인은 스트레스로써, 증상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가 갖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을 함께 찾아내고 풀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혹시 아이에게 물리적, 정서적인 급격한 환경변화가 생기고 난 후 꾀병이라고 생각되는 복통, 두통이 이어지고 있다면 간단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느끼고 있는 스트레스가 없는지 확인해보길 권한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아이가 느끼는 스트레스는 어른들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내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른들에게는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아이들은 상처받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의 작은 호소에 귀 기울이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임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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