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인 “재력 앞세워 토지계약 가로채”
신세계면세점, 해당 토지에 70억원 상당 근저당

[데일리그리드=윤정환 기자] “중소기업 파산시키는 모 면세점 공룡기업의 금권을 앞세운 횡포를 막아주세요”

자신을 소규모 시행사 A기업의 대표라고 밝힌 송 모 씨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내용의 일부다. 

송 씨에 따르면 A기업은 제주에 위치한 B호텔 부지 위에 건물을 짓기 위해 토지주인 C교육재단과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건축심의를 비롯한 각종 영향평가를 받고 중도금 지급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나, 대기업인 D면세점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토지를 가로챘다.

그는 “각종 인허가 작업을 진행하고 건축심의까지 득해 놓은 상황을 D면세점에 정식으로 통보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D면세점은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제시해 C교육재단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신세계면세점, 교육재단 소유 B호텔에 ‘70억원’ 근저당
송 씨는 지난 2017년 9월 토지주 C교육재단과 B호텔 부지에 대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확인 결과 현재 B호텔 부지는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에 근저당권로 설정돼 있다.

B호텔 부지 전체에 대한 토지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필지 5곳 모두 지난 9월 10일자로 신세계디에프가 근저당권자로 설정됐다. 채권최고금액은 70여억원 수준.

근저당권이 설정된 토지는 함부로 처분할 수 없다. 실제 A시행사와 C교육재단이 매매계약을 진행 중이었더라도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한 계약 내용상 사업 추진은 어렵다는 것. 

복수의 부동산 관련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흔한 상황은 아니다”며 “정황상 부지확보 차원에서 근저당권을 이용했다는 의혹은 가질 수 있으나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도록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의 ‘숙원사업’ 제주 시내면세점 진출
제주 시내면세점은 관광객과 외부 인원 유입이 활발해 서울지역 일부 면세점과 함께 수익성이 보장되는 몇 안 되는 곳이다. 여러 대기업이 제주 면세점 진출을 노리고 있고 ‘업계 빅3’인 신세계면세점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신세계면세점의 제주 진출은 무산됐지만 여지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는 신규 시내면세점 특허 지역에서 제주를 제외했다. 다만 기재부는 “내년에도 제주가 신규 특허 요건을 충족한다면 신규특허 부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추정해본 결과 B호텔은 연동 상업지역에 위치한다. 일대 근방에는 경쟁사 면세점을 포함해 대형 쇼핑센터와 각종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특히 B호텔은 제주국제공항으로부터 3.5km 거리에 위치해 관광객과 유입인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송 씨는 “신세계면세점 같은 대기업은 당사에서 진행하는 부지 외 얼마든지 더 좋고 훌륭한 부지를 찾을 수 있다”며 “부디 지금 진행하는 토지 매매계약을 포기하고 당사와 같은 중소기업도 살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열어 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신세계면세점 측과 C교육재단 측은 이에 대해 일제히 함구하고 있다. 본지는 수차례 양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달리 드릴 말이 없다”, “답변해야 할 의무가 없다”에 그쳤다.

한편 송 씨에 따르면 A시행사와 C교육재단 측은 이번 사안을 두고 법정공방을 진행 중이다.

송 씨는 “신세계면세점과 C교육재단에 상도덕에 입각한 권리를 주장했으나 상대측은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하고 허위사실유포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며 “가처분은 기각됐고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3건의 고소와 고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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