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시장 보호장벽 쌓는 중국의 시장성 보단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 구상해야 할 때

[데일리그리드=김수빈 기자] 중국게임업체의 성장세가 놀랍다. 그간 전세계에 진출해 가시적인 성과를 냈던 국내 게임업체, 특히 3N으로 대두되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의 매출에 점차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몇 년전부터 사활을 걸고 진출하려던 중국시장은 더이상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다.

지난 4월에 중국 정부는 외자 게임에 대한 판호발급을 재개했지만 판호 발급 기준은 그 전보다 더 까다로워 졌다. 실제 국내 게임사들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결정 이후 2019년 말인 현재까지 단 하나의 신규 판호를 받지 못했다. 그나마 텐센트가 PUBG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하고 자체적으로 선보인 '화평정영'('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테스트 기간이 끝나고 게임에 대한 추가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화평정영'으로 리디렉션됐다.) 이라는 현지화 버전으로 판호를 받아 국내 게임사가 직접 받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판호 심사 명분을 통한 갖가지 규제 등을 이유로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장벽을 만들고, 세계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정부에 대한 해외 게임업계의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이에 "시장성은 크나 이것이 사업성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는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실 예로 블리자드가 개발한 '하스스톤' 사례에서도 이같은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지난 10월 6일 대만에서 중계된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 시합'서 홍콩 출신의 선수가 "홍콩 해방, 시대 혁명"을 외치는 목소리가 여과없이 전파를 탔다. 이에 대한 블리자드의 반응은 "해당 선수에 대해 상금 전액 몰수 및 1년간 출전 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고 중계를 맡았던 해설자와 캐스터는 발언을 유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이 사건 이후로 일각에서는 블리자드가 중국 시장성을 위해 이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고 결국 블리자드는 "중국과 이번 징계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너무 성급한 대응이었음은 인정한다"고 밝히고 상금몰수 처분을 취소하고 출전정지 기간도 6개월로 단축하는 헤프닝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국내 대형게임업체인 넥슨의 3분기 성적표는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전년 동기대비 중국 매출은 43% 감소하면서 그간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던전앤파이터'의 역할은 사실상 끝나간다는 방증이다. 결과론적으로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매출하락으로 치명상을 입게 됐고 이에 대한 구조조정 역시 들어갔다. 중국에서의 성공으로 수년간 매출 볼륨을 키우고 수백명의 직원을 채용하는 공룡기업으로 성장해왔지만 내실다지기에는 부족했던 평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컨텐츠 진흥원에 따르면 중국 게임산업 유저규모는 6억 5,000만여 명으로 이미 '블루오션'을 지나 '레드오션'으로 변모했다고 밝혔다. 

게임산업의 척도로 볼 수 있는 신규유저 수는 2019년 3분기는 전년동기대비 6.18%(약 4,000명) 증가하는데 그쳤고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9년 1분기 1.7%에서 3분기 1.0%로 감소하였다. 이는 시장의 성장은 멈춰가고 우리나라가 겪었던 출혈경쟁이 시작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국내 게임업계도 이같은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시장성 관점에서 볼 것만이 아니라 앞으로는 "세계시장에서 중국게임업체와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미 중국게임업계는 국내게임업계와 견주어 기술력 부분에서도 거의 차이가 없으며 해외진출전략 역시 해외 게임기업, 콘텐츠 플랫폼과의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전문화, 현지화 등 연구 개발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기술력과 자본을 통해 중국 자체개발게임의 3분기 해외시장 매출액은 31억 4,000달러로 전분기 대비 9.2% 증가했으며 이는 자체개발게임의 중국 내수시장 매출액 증가율보다 10%가 높은 수준이다. 

중국게임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북미, 일본, 한국 3개국으로 이는 국내 게임업계가 주 타깃으로 보는 시장과 일맥상통한다.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펄어비스 등이 포함된 국내 게임업체는 북미, 일본, 중국 외 동남아, 유럽시장에도 꾸준히 노크하며 시장개척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단순 수익을 보장하는 양산형 MMORPG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통해 게임의 근간인 창의성이 동반된 다양한 IP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기대할 뿐이다.
 

김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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