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경남 거창군 감악산 정상 일대에서 SK건설이 골프장 조성사업을 하면서 파헤쳐진 2018년 늦여름부터 황토가 빗물을 타고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320억 원을 들여 지난해 완공한 저수지로 흘러들어 일 년 내내 흙탕물로 변해 농업용수로도 사용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자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지고 있다.

또 지난 3월 말 농민들이 황토물이 벼에 흡착돼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방류하자고 건의해 저수지의 물이 방류되는 날 짙은 황토물은 하류 하천은 물론 합천댐 상류까지 수 km를 누렇게 물들였다.

SK건설 관계자는 지난 4월 중 12개의 침사지가 완료되고, 4월 말부터 잔디 씨앗을 뿌린 뒤 6월 전까지 뿌리가 내리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7월 장맛비에도 저수지는 흙탕물로 채워졌다.

공사로 인해 1급수의 하천은 물고기가 살기 힘들 정도로 오염됐고, 농업용수 난으로 주민들의 피해·불편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국농어촌공사도 딜레마에 빠져 있다. 태풍이 올 때마다 흙탕물로 채워지는 반복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SK건설에서 가라앉은 황토를 걷어낸 뒤 감악산 골프장 공사장에 뿌린 잔디가 뿌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난 10월까지 물을 저수지에 저장치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저수지 물 방류에 농민들은 만약 가뭄이 들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피해보상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농촌관계자들은 가뭄으로 피해가 발생한다면 저수지를 오염시킨 SK건설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거창군 관계자에 따르면 SK건설에서 토양이 안 좋아 녹색사업에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녹화사업을 습식공법으로 변경하고 11월 말까지 30% 진행했으며 나머지는 내년 봄에 진행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저수지 상류에서 골프장을 조성중인 SK건설 측이 토질에 대한 검토 없이 공사를 진행한 데다, 오염 이후에도 대처가 미흡했다며 거창군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SK건설 관계자는 “거창CC골프장내 저류조 15개소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신원저수지 상부에 임시 저류조를 만들어 침사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2019년 6월까지는 신원저수지 담수가 깨끗한 상태로 유지 되고 있었으나, 7월부터 10월까지 태풍 ‘다나스’외 3개의 대형 태풍이 거창 지역에 피해를 줌으로써, 일부 탁수가 신원저수지로 유출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10월에 신원저수지 탁수를 수질 Test하여 농업용수로는 문제가 없으나, 미관상 문제로, 주민대표, 농어촌공사 및 주무관청과 협의를 하여 방류를 결정하여 2019년 12월 16일부터 21일까지 방류를 하였다”면서 “방류완료 후 추가적으로 저수지 준설 및 신원저수지 상부 임시 저류조를 보강공사 중이며, 탁수저감시설을 설치하여 운영하도록 주민들과 협의하였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수지 물을 방류한 상태에서 가뭄 대책은 “2020년 1월에서 3월까지 신원저수지 담수를 하게 되면 저수지에 담수되어 2020년 농사 시 주변 저수지와 함께 운영한다면 가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주민대표 및 농어촌공사와 협의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토질이 나쁜데 녹화사업이 끝나면 태풍에 토사가 흘러내릴 염려에 대해선 “2019년 태풍 피해로 인하여 사면 유실부가 우려되어 사면보호공법을 변경하여 2020년 봄까지 사면안정화를 완료하여 토사 유출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예정보다 이 같은 문제로 공사가 길어져 주민불편이 가중되면서 지속적인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당초 공사 준공이 2019년 11월로 되어 있었으나, 태풍으로 인한 현장 피해 복구공사 등으로 인해 2020년 6월까지 공사 기간 연장 계획에 있다”고 밝혔다.

합천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SK건설에 오탁방지막 설치 및 침사지, 토사사면보호공 등 설치를 요청해 조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어 “장마철, 태풍으로 매년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2019년 태풍 및 집중강우로 유실된 골프장 씨드스프레이 보수가 완료되었으며, 잔디 활착에 따라 토사 유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매년 홍수기에 관계기관(합천군, 거창군 등) 합동으로 홍수기전 사전 오염원 점검(6회)을 시행하고 조치 계도 중이며 오염원 계도는 지자체 권함임에도 합천댐 수질관리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골프장 관리에 따른 오염수(제초제, 농약 등) 유입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골프장 조성 허가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시·도지자(지자체) 소관이며, 환경영향평가·사후환경영향조사에 관한 사항은 관할 유역·지방청의 소관 사항임을 알려드린다”면서 “다만, 골프장 설치·운영 등에 따른 수질변화로 합천댐 상수원 안전에 악영향이 우려될 시 관련기관과 협업하여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시공사뿐만 아니라 공사를 허가하고 늑장 대처한 거창군과 환경당국에도 책임론이 쏟아지고 있다.

거창군 관계자는 “시행 사에 새로운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으며 시행사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하게 행정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골프장 완공 후 골프장 주변은 골프장 잔디 관리에 따른 제초제 사용 등으로 오염에 항상 노출 돼있다. 장마나 태풍으로 저수지나 댐에 오염 수들이 흘러들어 갈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느냐는 본지의 질문에 농어촌 공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수질관리·점검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오염수가 다시 유입되면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거창 감악산 골프장은 2008년부터 착공과 공사중단, 사업인가 취소, 행정심판 등 우여곡절 끝에 사업시행자를 코리아신탁(주) 대표 최익종으로 변경하고 지난 2018년 1월 12일 실시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했다. 거창군은 거창컨트리클럽이 완공되면 감악산 풍력단지, SLR 관측소, 거창 창포원, 가조 온천, 항노화단지, 고제 빼재 익스트림 등과 연계한 체험관광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환경단체에선 감악산 골프장조성은 환경파괴만 불러왔을 뿐, 거창군 의도와는 달리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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