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부담가중에, ‘콘텐츠=무료상품’ 인식 확산이 우려

지난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하 단통법)이 막상 이 달 1일부터 시행되자,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용자의 통신 부담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단통법이, 거대 제조사와 통신사간 마케팅 경쟁 과다로 인해 합법적으로 형성되어온 유료 콘텐츠가 미끼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면서 콘텐츠 생태계 교란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거세다.

공정한 경쟁과 투명한 보조금 정책을 실행해야 할 국내 대표 단말기 제조업체와 통신사들이 단말기의 높은 가격선은 유지하면서 판매촉진을 위해 음원, 매거진, e-book 등 기존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뿌리고 있어 ‘콘텐츠=무료상품’ 인식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것.

특히, 무료 콘텐츠가 필요 없는 고객들까지도 이 비용이 포함된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연출 되고 있다. 이러한 제조사의 꼼수로 인해 지난 10여년 간 어렵게 유료화로 성장해온 음원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이 한 순간 무너질 수 있어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도 이슈로 제기되었다.

지난 10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자본이 불법•탈법적인 방식으로 콘텐츠 시장을 유린해도 저작물 사용료만 내면 유료라는 시각은 어렵게 이뤄낸 합법 유료콘텐츠 시장을 부정하고, 공정한 콘텐츠 환경조성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9월 국내에 론칭한 라디오형 스트리밍 ‘밀크뮤직’은 갤럭시를 사용하는 고객이 앱을 다운받으면 360만 음원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갤럭시노트4, 태블릿 갤럭시탭S에 탑재되어 제공되는 디지털잡지서비스 ‘페이퍼가든’ 역시 보그, 엘르 등 총 27종의 매거진 콘텐츠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문제는 실제 이용욕구가 없는 이용자에게 콘텐츠 무료 이용을 강제하여 높은 단말기 가격을 그대로 받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소비자는 무료 콘텐츠를 단말기 가격에 끼워 비싸게 구매하는 셈이 되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10월 13일 공식 입장을 통해 "협회의 정상적인 이용 허락 없이 '밀크뮤직'이 시장에 무료로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다"는 내용과 함께 "음원 시장은 지난 수년간 노력해 정당한 대가를 주고 받는 합법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혁신적인 무료음악 서비스'란 마케팅을 실시하는 것은 음악업계 전체가 10년에 걸쳐 어렵게 만들어 놓은 합법시장을 한번에 무너뜨리는 행위다"고 주장하며 음원 공짜 끼워팔기 중지에 대해 촉구했다.

이는 국내 콘텐츠 시장이 불법과의 전쟁을 통해 어렵게 유료시장으로 안착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소비자에게 ‘콘텐츠=무료상품’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콘텐츠 가치 훼손은 물론 장기적으로 유료 콘텐츠 시장 붕괴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다. 대기업이나 대자본의 ‘무료’를 내세운 마케팅으로 생태계의 교란이 우려되는 바,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들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콘텐츠들이 무분별하게 무료로 배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콘텐츠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시장에서 제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질서를 확립하고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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