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아파트 이름값이 꼭 그만큼의 품질을 보장할까?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시공능력 10위 안에 드는 1군 건설사 중 아파트 하자 분쟁을 가장 많이 겪고, 하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곳은 뜻밖에도 대림산업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최신 아파트 하자 민원·분쟁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유명 브랜드 아파트들이 소비자 불만이 많은 건설사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사건 접수 건설사별 현황'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시공능력 10위 안에 드는 1군 건설사 중 2019년 7월 말 기준 분쟁조정위원회에 들어온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대림산업(122건)이었다.

대림산업은 최근 강남과 한강변 일대에 자사 최상위 브랜드인 아크로를 단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며 국내 고급 아파트 시장을 선도해 왔다. 특히 올해 '아크로리버파크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격 사상 최초로 3.3㎡당 1억 원 돌파라는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서울 한강변 상위 1%의 품격이라며 홍보를 하고 있지만, 각종 부실시공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난 6월에는 한동안 강남 고가 아파트의 대명사 격이었던 아크로리버뷰신반포(서초구 잠원동) 입주민들이 대림의 부실시공에 항의하기 위해 단지 정문에 플래카드를 공개적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GS건설(114건), 대우건설(63건), 한국토지주택공사(51건), HDC현대산업개발(43건), ㈜호반건설(35건), 롯데건설(21건), 현대건설(21건) 이 시공 분쟁 많은 건설사로 이름을 올렸다.

기업들의 하자 분쟁 건수가 다소 적어 보일 순 있지만 하자 발생 유형별로 따져보면 소비자들이 실제 건설사들과 분쟁을 벌이는 건수는 훨씬 많아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 사건에 최대 10개의 하자 부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의 경우 유형별 건수로 들어가면 무려 426건, 대우건설 258건, GS건설 204건, HDC현대산업개발 176건, 호반건설 119건, 롯데건설 110건 등으로 하자 분쟁 수치가 급증한다.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는 대림산업이 2019년 하자 발생 1위 기업이란 오명을 씀에 따라 대림산업의 시공 능력 및 품질 관리 문제는 또 다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림산업 관계자는 "실제 하자로 인정받은 129건 중 112건이 다산신도시에 있는 한 단지에서 동일하자로 집단 하자신청이 된 건"이며, "하자신청의 경우 단지에서 합산해서 1건으로 신청할 수도 있고 세대별로 각각 신청할 수도 있다"며 "대림은 하자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보수를 완료하도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아파트 하자와 관련해 년도별 1위 업체들을 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년여 동안, 대우건설을 상대로 접수된 사건은 3,362건에 달했다. 2위는 790건을 기록한 SM우방이었다. 대우건설을 상대로 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위 건설사보다 4배가량 많았다.

2015년 1738건, 2016년 1410건으로 대우건설이 압도적으로 부실시공을 한 건설사였다. 특히 2015년 대우건설은 유형별로 따진 하자 건수는 무려 8800여 건에 달했다.

대우건설은 대형건설사 중에서 소비자보호에 가장 소홀, 소비자를 마치 봉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설업계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사장 김형)이 산업은행이 대주주이지만 사실상 주인이 없는 탓에 최고경영자가 소비자보호에 경영의 역점을 두기보다는 실적경영에 치우쳐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온데서 소비자와 분쟁이 가장 잦은 것 같다고 풀이한다.

2017년 SM우방 782건, 2018년 HDC현대산업개발 172건으로 '아파트 시공 시 하자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 기업'이라는 오명을 썼다.

한편 같은 기간 시공능력 상위 20위 건설사 가운데 2019년 초부터 10월 말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민원이 가장 많았던 건설사는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를 시공하는 국내 시공능력 기준 올해 13위의 반도건설이다. 이 기간 동안 반도건설 관련 민원은 137건으로 나타났다.

반도건설에 이어 대우건설(103건)과 현대건설(76건) 롯데건설(71건), 포스코건설(60건) 등이 뒤를 이었다. 2018년 소비자 불만 1위는 대우건설, 2위는 현대엔지니어링이었다.

강훈식 의원은 "주택 건설사들은 건물을 짓고 분양하는 일은 물론, 하자가 없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책임이 있다"며 "하자 분쟁 상위 건설사들은 서둘러 하자를 보수하고, 앞으로 건설하는 주택에서는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는 전 국민의 70%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하자로 인한 입주자의 피해를 신속·공정하게 해결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된 국토교통부 산하의 위원회다.

앞으로는 이 같은 아파트 품질 논란이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국 지자체가 아파트 부실시공 여부를 직접 확인하고 결과를 입주예정자에게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주택 품질검수제도법'은 지난 10월 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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