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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난중일기》해독의 역사

노승석의 이순신의 窓

여해고전연구소장 | 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국내 최초 난중일기를 교감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

[이순신의 窓]《난중일기》해독의 역사
  • 노승석
  • 승인 2020.01.0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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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전문성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이순신이 7년간의 전쟁 중에 직접 체험한 사실들을 기록한 진중일기이다. 친필 초고본을 보면 급박한 전쟁을 치룬 해일수록 필기상태가 심하게 흘려져 있다. 특히 《임진일기》와 《계사일기》, 《정유일기》에서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지는데,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짐작케 한다. 큰 전쟁이 일어났던 해에 작성된 일기는 분량이 일정하지 않고 수정과 삭제가 반복되고 누락과 훼손상태가 심하다.

  1693년(숙종 19) 이후 미상인에 의해 이순신과 관련된 사료들을 모은 필사본 《충무공유사》가 완성되었다. 여기에는 《난중일기》를 초록한 〈일기초日記抄〉가 있는데, 이는 불과 325일분의 일기를 담고 있으나 기존의 초고본에 없는 일기 32일치가 들어 있다. 기존 초고본의 내용을 교감(校勘, 오류수정)한 내용을 적은 첨지(籤紙)를 붙여 적은 글자들도 있다.

  1795년 정조 때 국가사업으로 친필 초고본 《난중일기》를 정자로 처음 해독하여《이충무공전서》《난중일기》를 간행하였다. 이때 교정 각신(校正閣臣)인 원임 직각(直閣) 윤행임이 이순신의 관계 기록을 편집하고, 감인 각신(監印閣臣)인 직제학 이만수(李晚秀), 검서관 유득공 등이 인쇄를 감독하여 예문관에서 1795년(정조 19)에 9월 14일 정유동주자로 간행되었다. 여기에는 긴 내용을 줄이거나 어려운 글자를 쉬운 글자로 교감하여 해독한 내용들이 상당수 들어 있다.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경우도 있고 초고본보다 더 많고 초고본에 없는 내용도 실려 있었다.

  그 후 1935년 조선사편수회(이마이다 기요노리(今井田淸德) 회장)가 《난중일기》전편을 다시 해독하여 《난중일기초》를 간행했다. 글자의 위치와 크기를 그대로 살려 지우거나 삭제한 글자를 그대로 표기하고 초고본의 원형에 가까운 해독을 하였다. 그러나 원문의 오기는 교감하지 않았고 오독한 글자도 있었다. 《난중일기초》를 작업할 때 만들어진 초고인《난중일기초본》(국사편찬위원회 소장)이 있으나 교감된 몇 글자를 빼고는 기존활자본과 거의 동일하다.

  1916년에 조선연구회의 주간인 일본인 아요야 나기 난메이(靑柳南冥(綱太郞) 1877∼1932)가 전서본《난중일기》를 일어로 번역하여 《원문화역대조原文和譯對照 이순신전집(李舜臣全集)》을 간행했다. 1955년 11월 30일에 벽초碧初 홍명희洪明熹의 아들 홍기문(洪起文 1903∼1992)이 최초로 『난중일기』를 한글로 번역하여 평양소재 국립출판사의 주필 이상호가 5천 부를 발행하였다. 2013년 6월 노승석이 이 책자를 국내에 최초로 공개했다. 1968년 이은상은 홍기문의 번역을 보완하여 원본과 전서본을 합본한 난중일기완역본을 만들어 현암사에서 간행하였다. 이 두 번역본은 초기의 번역서로서 일부 오역이 있지만 후대의 난중일기 번역에 근간이 되었다.

  이상으로 《난중일기》의 해독상황을 살펴보았다. 2종의 활자본(전서본 난중일기와 난중일기초)과 1종의 필사본(일기초), 2종의 국역본(홍기문, 이은상본)이 후대 《난중일기》해독본의 전범이 되었다. 그러나 이는 최초 해독본으로서의 의미가 있지만, 미상과 오독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반드시 교감(校勘)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교감이란, 판본상의 오류를 교정하여 원형대로 복원하는 것으로, 이것은 오늘날 고전번역작업에서 진행하는 필수단계이며 고전전문가들의 공통적인 해독방법이다.

  지금까지 난중일기를 번역한 책은 대략 50여 종이 넘는다. 그러함에도 교감을 거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보니 용사와 용어 및 명칭(인명, 지명 등)을 오역하거나 오역을 재인용한 경우, 《난중일기》원본을 “초고본” 또는 “친필본”이라 하지 않고 잘못 표기한 경우도 있다. 이것이 고전번역계의 공통적인 해독방법을 따르는 고전전문가의 번역과 다른 차이점이다.  최상의 번역은 오역이 없는 것인데, 간혹 잘 된 내용을 오역이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고전번역에 대한 전문성의 문제이다. 중국 청나라 때 학자 단옥재(段玉裁)는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없으면 바르게 된 것을 잘못된 것으로 만들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고 했다. 이는 고전 번역에 있어서 범하기 쉬운 맹점을 지적해준 말이다.

 

  핵심어 : 난중일기번역, 초고본, 판본, 교감본, 고전번역방법

 

글 : 노승석 여해(汝諧) 고전연구소 대표(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역서 -《난중일기유적편》(여해, 2019)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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