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어머니는 하늘이다

이순신 전문연구가 (증보교감완역 난중일기 저자)

예로부터 효(孝)는 백 가지의 행실에 근본이 되어 왔다. 유학(儒學)에서 추구하는 인륜의 최고 덕목인 인(仁)을 실현하는 것도 바로 이 효(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공자(孔子)는 “충신은 반드시 효자의 가문에서 구한다.”고 하였다.(『후한서』「위표전」) 부모에게 윤리적인 도리를 다할 줄 아는 사람은 사회와 국가에서도 헌신적으로 임하기 때문이다. 중국 촉한(蜀漢)의 정치가 제갈량도 “인간사랑을 실천함은 부모에게서부터 시작한다.”고 하였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이 효의 정신을 인간사의 보편적 가치의 기준으로 여겼던 것이다.

  이순신이 1584년 1월 훈련원(訓鍊院) 참군(參軍, 종7품) 재직 시(당시 40세) 부친 이정(李貞)의 부음을 듣고 급히 아산으로 달려갔다. 그때는 한 겨울이라서 당시 도순찰사 정언신(鄭彦信)이 이순신에게 몸이 상할까 염려하여 성복하고 가기를 청했다. 그러나 이순신은 잠시도 지체할 수 없다며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부모상을 당한 자식으로서 마음이 조급하여 밤을 새워가며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이것이 부모의 상사에 별을 이고 간다는 대성지행(戴星之行)이다.

 『난중일기』를 보면, 임진년 1월 1일자에 이순신은 전라좌수사로 온지 2년 동안 설명절에 어머니를 떠나 홀로 지내는 아쉬운 심정을 적었다. 이때 어머니에 대한 표현을 ‘母’자로 쓰지 않고, ‘천지(天只, 모친의 이칭)’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이는 『시경(詩經)』 「용풍(鄘風)」 백주(柏舟)편에 “어머니는 하늘이신데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몰라주는가[母也天只, 不諒人只].”라고 한데서 나온 말이다. 자신에게 있어서 어머니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이순신은 전쟁 중에도 항시 사자(使者)를 보내어, 어머니에게 안부를 여쭈었다. 계사년 5월 4일 어머니의 생신에 헌수(獻壽)하지 못함이 평생 한이 된다고 하였다. 또한 전쟁이 장기화 되자, 79세의 어머니의 건강이 늘 걱정되어 결국 이순신은 어머니를 여수 본영과 가까운 전남 여수 웅천(熊川, 고음천)의 송현(松峴) 마을[현 웅천동 1420-1번지]로 모셔왔다. 여기에 사는 휘하장수 정대수(丁大水)가 극진한 효자였기에 안심하고 그의 집에 기거하게 한 것이다. 어머니는 이곳에서 정유년 4월 사망하기 전까지 머물렀다.

  이순신은 계사년 6월 12일 아침에 자신의 흰 머리카락을 모두 뽑아 버렸다. 그 이유는 늙으신 어머님이 살아계신데 자식이 늙은 모습을 보이는 것만도 죄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갑오년 정월 11일 어머니를 뵈었을 때 숨을 가쁘게 쉬는 모습을 보고 살아 계실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여 이순신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전쟁으로 오래 머물 수 없어 이튿날 하직을 고하니, 어머니는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고 재삼 당부하며, 아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보고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았다. 훌륭한 장수를 자식으로 둔 어머니다운 모습이다. 이 간절한 어머니의 당부말씀이 이순신의 귓가에 항상 쟁쟁하게 들렸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효도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순신은 항상 고군분투하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丁若鏞)은 “일찍이 이순신의 『난중일기』를 보니 어머니를 그리워해서 밤낮으로 애쓰고 지성으로 슬퍼함이 사람을 감동시킬만 하다.”고 하였다.(『경세유표』) 이순신은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장수이기 이전에, 먼저 부모에게 도리를 다한 극진한 효자였다. 결국 어머니에 대한 남다른 효심이 그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나라사랑의 실천에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요컨대 인간사에서 중시되는 ‘효’라는 도덕행위에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상생할 수 있는 원리가 존재한다. 첫째 상황에 순응하는 원리로,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책임을 완수하는 것이다. 둘째 화합을 주도하는 원리로, 헌신적인 노력으로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셋째 포용의 원리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여 주변의 호응을 얻는 것이다. 이 효의 원리를 저마다 실천해 나간다면, 사회와 국가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 이순신의 리더십(여해, 2014)에서 인용하여 편집함.

노승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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