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사진 =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데일리그리드=김호성 기자] 지난해 의료자문을 한 후 보험금을 부지급한 건수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크게 높아, 보험소비자들로 부터 거세 비난을 받아온 교보생명이 이번엔 비금융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불법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여기에다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갈등을 빚고 있어서 교보생명이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먼저 생명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를 위해 의료기관에 자문을 의뢰한 10건 중 6건 이상은 자문 결과를 근거로 청구보험금 일부 또는 전부를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교보생명은 의료자문을 한 후 보험금을 부지급한 건수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크게 높았다.

지난해 10월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보험회사별 의료자문 결과 현황'을 보면 2018년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의뢰한 20,094건 중 12,510건(62.3%)이 그 결과를 근거로 보험금을 일부 또는 전부 부지급됐다. 생명보험사 의료자문 부지급률은 2016년 63.3%, 2017년 68.6% 등으로 최근 3년간 부지급률이 60%를 웃돌았다.

특히 교보생명은 2018년 총 3047건의 의료자문을 의뢰해 그 결과를 근거로 77.6%에 달하는 2363건의 보험금을 부지급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과정에서 의료자문을 시행하면서 진료한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자문의사의 의견만 인정 하는 행위에 대해 불만을 갖는 보험소비자가 많다. 실제로 관련 민원이 끝없이 쏟아지면서 보험은 사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며 과잉·허위청구를 막으려는 불가피한 절차지만 보험사가 보험금액을 줄이거나 아예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의료자문을 한 후 보험금을 부지급한 건수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크게 높아, 보험소비자들로 부터 거세 비난을 받았다. 이에 대해 개선책이나 회사입장은 있습니까?”라는 본지의 서면질의에 교보생명측은 “보험금은 고객이 납부한 소중한 보험료로 지급되고 있다. 과다 의료행위 등으로 불필요한 보험금이 지급되면, 다른 선의의 고객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심사를 철저히 하려 함이다”라고 밝혔다.

의료자문 비난과는 별개로 교보생명이 비금융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불법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공정거래법은 자산규모가 10조원이 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사는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해도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다만 ▲금융·보험업 운영을 위한 때 ▲보험자산의 효율적·운용 관리를 위해 보험업법 등의 승인을 받았을 때 ▲비금융 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 임원 임면, 정관변경, 합병 등을 결의할 경우 특수관계인과 합해 15% 이내일 때 등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교보생명은 이 같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보생명은 계열사인 KCA손해사정이 KCA서비스에 7차례 위법한 의결권을 행사해 경고를 받은 것이다.

공정위는 1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28개 금융‧보험사와 해당 회사가 출자한 36개 비금융‧보험사 등 64개사를 대상으로 2016년 4월 1일부터 지난 5월 14일까지 3년간의 의결권 행사 실태를 조사해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이 비금융계열사의 주주총회에서 불법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경고를 받았다. 이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은 따로 있습니까?” 라는 본지의 질의에 교보생명 관계자는 “KCA서비스의 콜센터 업무는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부분이어서 공정거래법의 예외사항에 해당된다. 이에 공정위에서도 해당 내용을 받아들여 시정명령보다 훨씬 낮은 수준인 경고 조치에 그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주식상장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교보생명이 궁지에 몰린 형국이다. FI들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풋옵션 행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그간 상장 준비를 해왔으나, 국내 증시 부진과 보험업 경영환경 악화 등으로 상장을 미뤄왔다. 상장이 지체되자 어피너티 컨소시엄(IMM PE·베어링 PE·싱가포르투자청)은 투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말 풋옵션을 행사했다. 하지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 행사에 동의하지 않아 현재 양측 간 중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통상적으로 사모펀드(PE)가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때는 투자금 회사와 수익성 향상을 위해 상장을 요구하거나, 대주주에게 매각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건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을 행사하는 것은 상장을 하더라도 수익을 못 내거나 자칫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교보생명은 상장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2022년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자본을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IFRS17를 도입하면 기존에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 부채를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해야 해서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이 하락한다. 이에 교보생명으로서는 자본 변동성 확대 등 위험 요인을 반영해 자본금을 확충하는 등 지급 여력을 높여야 한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상장이 지연되며 FI들을 달래기 위해 그간 배당을 늘리는 등 노력했지만, 보험산업의 펜더멘털 악화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한 대책은 있는가?” 라는 본지의 질의에 교보생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교보생명은 높은 경쟁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수익구조를 다져왔다. 신용등급도 국내사 중 최고 수준이고, RBC비율도 업계 최상위권이다. 최종 상장시점까지 시장 상황, 경기 사이클 등을 면밀하게 판단해 최적의 타이밍에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36.91%(6월 말 기준)인 데 비해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지분은 50%가 넘는다.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도 상장이 지연되며 FI들을 달래기 위해 그간 배당을 늘리는 등 노력했지만, 보험산업의 펀더멘털 악화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내외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처한 교보생명이 이 같은 위기를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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