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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窓] 전쟁 중 주역점으로 미래를 예견하다

노승석의 이순신의 窓

여해고전연구소장 | 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국내 최초 난중일기를 교감 완역했고, 2013년 유네스코 ...

[이순신의 窓] 전쟁 중 주역점으로 미래를 예견하다
  • 노승석
  • 승인 2020.01.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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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치

  1592년 연초 조선에는 전운이 감돌아 전쟁을 예견하는 주역점이 유행하였다. 이 때 전통적인 주역점을 간편화한 점법이 등장했다. 본래 주역점은 50개의 시초(蓍草)를 사용해서 18번의 단계를 반복하여 하나의 괘(卦)를 얻으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번거로웠다. 그래서 나온 것이 중국에서 유래한 척전법(擲錢法, 동전점)과 조선의 민간에서 유행한 척자점(擲字占, 윷점)이다. 척전법은 전한(前漢) 때의 역학자 초연수(焦延壽)가 지은 《초씨역림焦氏易林》에서 유래하고, 척자점은 이순신이 주역점과 함께 사용한 점법이다.

  임진왜란이 발생한 이후 평양성을 놓고 명일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해 겨울 유성룡은 평안도 안주(安州)에 머물면서 불길한 생각이 들어 주역점을 쳤는데, 지화명이地火明夷괘 에서 세 번째 양효九三가 변한 지뢰복地雷復괘 를 얻었다. 주자의 《역학계몽》에 “1개 효가 변하면 본괘의 변효로 푼다.”고 하였다. 이 방법대로 하면 지화명이괘의 양효九三의 효사에, “남쪽에서 사냥하여 큰 머리를 얻을 것이니, 급하게 바로잡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왜적을 정벌하되 너무 급하게 치지 말라는 의미였다.

  1594년 명일간의 강화교섭기에 들면서 4월에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와 유정(惟政) 사명당이 서생포에서 회담을 열었고, 8월에는 일본이 조선에 화친을 청했다. 이해 11월 12일 선조는 그간 전쟁으로 조정에서 폐강된 《주역》을 다시 강하기 시작하였다. 참찬관인 부제학 김늑(金玏)이 중건천(重乾天)괘 첫 번째 양효(初九)를 강독하였다. 《주역》은 배우기 어렵지만, 《주역》의 이치는 우주변화의 원리를 담고 있고 모든 사물의 이치가 《주역》에서 비롯되니, 조정에서는 전쟁문제의 해법을 《주역》에서 찾고자 했다.

  이 때 이순신은 전라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의 신분으로서 여수 본영과 한산도 통제영을 오가며 삼도의 해상기지를 관할하였다. 그런데 전쟁이 부진한 상황에서 또 다른 재앙들이 발생했다. 각지에 전염병과 기근으로 죽는 이들이 속출하고 절도사건도 빈발하였다. 이러한 암담한 현실 속에서 이순신은 이해 7월부터 《주역》점을 간편화한 척자점을 치기 시작하였다.

  1594년 7월 10일 셋째아들 면葂의 병이 심해지고 피를 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튿날 면의 병세가 위중하다고 하여 매우 걱정이 되었다. 동월 13일 이순신은 비가 내리는 중에 셋째 아들 면葂의 병세가 어떠한지 걱정되어 척자점을 쳤다. “군왕을 만나 보는 것과 같다如見君王.”는 괘가 나왔는데, 아주 좋았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다시 쳐보니 “밤에 등불을 얻은 것과 같다如夜得燈.”는 괘가 나왔다. 두 괘가 모두 길하여 마음이 조금 놓였다.
  1594년 7월 12일 유성룡이 죽었다는 헛소문을 듣고는 이는 유정승을 질투하는 자들이 훼방하려고 말을 만들어 낸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날 저녁에 홀로 빈집에 앉았는데 매우 심란하여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밤새도록 잠들지 못했다. 유성룡이 만약 내 생각과 다르다면 나랏일을 어찌할 것인가.
  이튿날 유성룡에 대한 점을 쳤는데, “바다에서 배를 얻은 것과 같다如海得船.”는 괘가 나왔다. 또 다시 점을 쳐서 “의심하다가 기쁨을 얻은 것과 같다如疑得喜.”는 괘가 나왔는데, 매우 길하였다. 그리고 이날 비가 많이 내려 비가 올지 개일 지를 점쳤더니, “뱀이 독을 토하는 것과 같다如蛇吐毒.”는 괘가 나왔다. 앞으로 큰비가 내릴 것이니, 농사일이 염려되었다. 이날 밤 비가 퍼붓듯이 내렸다.
                                         -《교감완역 난중일기》갑오년 7월 12일-

이순신은 전쟁으로 만날 수 없는 가족들의 안부를 척자점으로 예견하고 위안을 삼았다. 이를 통해 또한 자신에게 전쟁 정보를 주며 큰 도움을 주었던 유성룡의 안부도 알 수 있었고 날씨점을 쳐서 농사일도 알 수 있었다. 공자(孔子)가 “《주역》이란, 사물의 이치를 밝혀 천하의 일을 이루는 것이다(開物成務).”라고 하였듯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결할 수 있다. 이순신도 역시 하루하루 성심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로 역점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함으로써 미래를 예견하고 전쟁을 철저히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핵심어 : 주역점, 척자점, 사물이치, 미래예견

 

 

    글 : 노승석 여해(汝諧) 고전연구소 대표(고전 및 초서전문가, 이순신연구가)
         역서 - 《난중일기유적편》(여해, 2019)
                  《교감완역 난중일기》(여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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