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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경주마 루나

지난 2015년 세상을 떠난 경주마 루나가 최근 다시 주목 받고 있다. 

2001년 제주도의 조그만 민간목장에서 태어난 암말 ‘루나’는 왜소한 체격에 선천적으로 왼쪽 앞다리를 절었다. 이성희 마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루나’를 과감하게 선택했고 최고의 조교사에게 맡겨 허리를 단련시켰다. 점차 상승세를 보이던 ‘루나’는 2005년과 2006년 경상남도지사배, 2007년 KRA컵 마일, 2008년 오너스컵 등 큰 대회를 차례로 석권했다. 

은퇴하는 날도 팬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경주마 치고는 고령인 8세였던 ‘루나’가 
초반에 꼴찌로 달리다가 막판 추입을 통해 선두를 0.1초 차이로 제치고 믿기 어려운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2004년 데뷔 후 2009년 11월 은퇴할 때까지 33전 13승을 거둔 ‘루나’의 수득상금은 약 7억 5700만 원. 자기 몸값의 무려 78배에 이른다.  

오는 4월 12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최고의 3세 암말을 뽑는 시리즈 ‘트리플 티아라’의 첫 경주, ‘루나스테이크스’가 열린다. ‘트리플 티아라’는 암수 구별 없이 최고의 3세마를 뽑는 ‘트리플 크라운’과 별개로 우수한 국산 암말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세 개의 경주를 묶어서 만든 시리즈다. 

‘트리플 티아라’에는 이번에 신설된 ‘루나스테이크스’를 시작으로 5월의 ‘코리안오크스(GⅡ)’, 6월의 ‘경기도지사배(GⅢ)’가 포함되는데 세 경주의 총 상금이 13.5억 원이고, 승점이 가장 높은 말에 1억 원(마주 90%, 조교사 10%), 세 경주에서 모두 우승하여 ‘트리플 티아라’가 탄생할 경우 다시 1억 원의 추가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장애를 딛고 여왕에 오른 위대한 경주마, ‘루나’. 그녀의 마법 같은 이야기는 과거 영화로 제작됐고 기부로도 이어졌다. 2020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경주 ‘루나스테이크스’로 부활하여 후배 여왕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루나스테이크스’에 그녀처럼 뛰어난 샛별들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윤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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