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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원칼럼] 도박 관련 범죄의 유형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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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원 |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사부 수석검사 등을 ...

[김인원칼럼] 도박 관련 범죄의 유형 1
  • 김인원
  • 승인 2020.01.3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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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나 집안 행사 때, 또 여럿이 모이는 기회가 있으면 벌어지는 화투판. 우스개 소리로 고스톱은 우리나라 전 국민의 스포츠라고 하지 않는가. 친지들이 만나면 심심풀이 오락으로 하는 것은 무방하지만 진짜 도박으로 번지지 않도록 절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박은 마약만큼 중독성이 강해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쉽게 그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도박과 관련된 범죄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크게 보면 1) 사기도박 2) 불법 인터넷 도박 3) 불법 스포츠토토 4) 불법 사설 마권 발행 등을 들 수 있다. 또 불법은 아니지만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내국인 전용 카지노 강원랜드가 야기하는 각종 사회적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기도박은 워낙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으니 여기에서는 저자가 인천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경험한 사례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사기꾼 일당들은 여관을 잡아 도박판을 벌인다. 여관주인이 쓰레기를 치우러 방에 들어오면 만 원짜리, 십만 원짜리 자기앞수표 등 한 눈에 보아도 큰 판이라는것을 알게 한다. 사기꾼들은 방 청소비 명목으로 팁도 후하게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이 많아 보이는 사장 타입의 사기꾼이 여관 주인에게 돈이 떨어졌다면서 조금 빌려달라고 한다. 이미 경계심을 풀은 주인은 돈을 빌려주고 사기꾼은 이자라며 하룻밤 사이에 많은 돈을 덧붙여 갚아준다. 여기에 함정이 있는 것이다. 그런 식의 돈거래를 몇 번하게 되면 이번에는 여관 주인이 돈을 빌리러 오는 것을 기다리게 된다. 가만히 앉아서 이자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사기꾼들이 D-day를 잡는 날. 진짜 큰 판을 벌린다. 예의 사장 타입 사기꾼이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여관 주인에게 몇 천만 원을 빌려 달라고 한다. 이미 여관 주인은 사기꾼들이 온다고 하면 옆 집으로부터 돈까지 빌려 놓은 상태가 되어 있다. 다음 날 오전 그 사기꾼은 돈을 다 잃었으니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 주겠다고 여관 주인을 데리고 은행에 가서는 밖에 잠깐 기다리라고 한다. 그것으로 끝이다. 여관 주인은 아무리 은행 밖에서 기다려도 그 사장은 나오지를 않는 것이다. 이미 다른 문으로 도망을 쳤기 때문이다. 그 순간 여관 주인은 생각을 한다. 그 사장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있던가.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다. 다만 자신이 공짜 돈에 눈이 멀어 허망하게 뒷돈만 대주었다는 사실밖에 남은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다.

▶ 공짜 욕심이 화근을 부른다
저자는 우연하게 그로부터 몇 년 지나 광주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같은 사기꾼들이 유사 범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되었다. 위 상황과 똑 같은데 이번에는 여관 주인이 하숙집 할머니로 바뀐 것 뿐이었다. 사기꾼들은 광주 변두리 돈 많은 할머니가 하숙을 치는 것을 용케 알아내고는 위와 같은 수법으로 할머니로부터 돈을 빌려 고스톱을 치고 높은 이자를 갚은 수법으로 신뢰를 얻은 다음 하루 아침에 약 1억 원이라는 돈을 빌려 도망을 가고 만 것이다. 지금은 또 어디에서 그 사기꾼들은 어수룩한 사람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을까.

공짜 욕심이 화근을 부른다. 힘들이지 않고 대박을 쫓으려는 허황된 욕심이 화근을 부른다. 누구나 사기를 당하기 전까지는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그 욕심 때문에 결국은 사기를 당하게 되고, 땅을 치게 되는 것이다.

▶ 강원랜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국인이 합법적으로 출입이 가능한 강원랜드를 살펴보자. 강원도 정선에 있는 강원랜드는 2000년 개장 이후 수많은 사람이 다녀갔고 이와 함께 많은 사회적 부작용도 생산하고 있다. 강원랜드가 양산하고 있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아래의 신문기사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도박은 중독성이 매우 강해 한 번 손을 대면 끊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돈을 많이 잃을수록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 나중에는 가정파괴는 물론 자신의 존재감마저 파괴됩니다.” 지난 27일 오후 강원 정선군 사북읍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만난 박모 씨는 지난 3년 동안 카지노에 빠져 20억 원이 넘는 전 재산을 모두 탕진했다. 아내와 이혼하고, 자식들도 떠나간 뒤 자살까지 시도했지만, 그는 아직도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카지노로 모든 것을 잃고 갈 곳도 없는 그에게 역설적으로 이제 남은 것이라곤 인생을 ‘한방’에 역전시킬 수 있는 카지노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강원랜드 주변에서 사실상 노숙자 같은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다.

최근 관광사업 육성을 위해 강원랜드 한 곳에 한정돼있는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확대하자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강원랜드 카지노를 찾았다.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지난 2000년 10월 개장한 강원랜드 4층 카지노는 평일임에도 북새통을 이뤘다.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과 검색대를 통과한 사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객장 안으로 들어섰다.(중략)

이렇게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카지노의 열기가 식지 않으면서 이곳 카지노의 입장객은 2001년 99만 9,590명을 시작으로 2003년 154만 7,847명, 2007년 245만 1,921명, 2009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300만 명 이상으로 계속 늘어났다.

2000년 884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10년이 지난 2010년에는 1조3,000억 원으로 무려 14배 이상 폭증했다. 카지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처럼 거대 산업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카지노 산업이 커질수록 그늘도 깊어가고 있다. 카지노에서 돈을 잃고 도박에 빠진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카지노 노숙자’(속칭 카지노 앵벌이)로 전락하고 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1,000 ~ 2,000명에 달하는 카지노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카지노를 드나들며 대리게임을 하거나 식당·모텔·인력시장 등에서 품을 팔아 모은 돈을 카지노에 다시 쏟아 붓는 악순환의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오후 11시쯤 강원랜드에서 약 8㎞쯤 떨어진 고한읍의 한 찜질방에서 만난 이모 씨는 “1주일 전 대구에서 2,000만원을 모아 가지고 왔는데 모두 잃어 사북읍내 전당사(전당포)에 1주일 이자로 10%를 주기로 한 뒤 자동차를 맡기고 800만원을 빌렸는데 이마저도 다 떨어졌다.”며 “집에 돌아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중략)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이후 10여 년간 카지노 도박에 중독된 자신을 비관하거나 빚을 갚지 못해 유서를 써놓고 정선군에서 자살한 사람은 40여 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서 등을 남겨 놓지 않았거나 타 지역에서 자살한 사람까지 포함할 경우 카지노로 인한 자살자는 연 평균 20 ~ 3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