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숟가락 얹기'식의 정치 마케팅으론 보수 통합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어. -

통합신당준비위원회 회의 모습.
통합신당준비위원회 회의 모습.


오는 17일 출범식을 앞두고 미래통합당 지도부 구성 등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지면서,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에 참여해 온 장기표 공동위원장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모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등이 참여하는 보수진영 통합 신당인 '미래통합당'에 대한 구성 논의는 진행이 되고 있지만 통합의 한 축인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예정대로 통합이 진행되더라도 그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 출신으로 통준위에 참여해 온 장 공동위원장 등 준비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혁신의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통준위에서 사퇴하는 등 범보수·중도 통합 효과가 반감됐다.

'위기'는 시험대다. 보수의 역량이 노출된 것이다.

보수통합에 대한 확대 여론은 거세다. 하지만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주판알을 튕기며 보수 대통합에 대해 미적거린다. 하지만 그런 태도는 역설이 생겨난다.

통합을 지켜보던 다수의 지자자들은 분노하며 거부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침묵하며, 통합의 가치와 메시지는 외면한 채 서로서로'숟가락 얹기'식의 정치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는 데만 관심을 쏟았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들이 밥그릇을 싸움을 하는 동안에도 민생경제 현장은 아우성이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놀부 심보에 민심은 통탄한다.

정치의 지정학적 구도는 재편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1~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5%로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라는 응답(43%)보다 2%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한 달 전인 지난 1월 7일~9일 조사에서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라는 응답(49%)이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응답(37%)보다 12%가 높아 지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야당 심판론은 6% 포인트 줄었고, 정부 심판론은 8%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정부 심판론이 한 달 사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중도층 다수가 정부·여당에서 이반한 게 원인으로 분석됐다. 민심은 천심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지금처럼 보수정치권이 양당체제로 분열된 상태에서는 진보좌파 정권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없다.

보수정당이 단합된 체제와 의지를 과시해야 할 텐데 보수끼리 밥그릇 싸움이나 하면서 밖으로는 여당과 경쟁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보수의 에너지는 쉽게 소진되고 말 것이다.

보수통합이 가는 길에 우선 해결해야 할 것은.

첫째,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당의 정체성 재확립. 둘째, 계파 문제 해소. 셋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생겨난 감정의 골 메우기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총선이 불과 60일 앞으로 남은 지금 이 시점은 어떻게든 보수의 단합된 힘을 확보해야 할 절박한 때다.

국민이 관심을 주지 않는 통합은 결국 버림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대은
저작권자 © 데일리그리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