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황제배당 계속할 지 관심 모아져

 

오리온 주가의 상승세가 무섭다. 작년 11월 100만원 선을 이탈 한 뒤 근 1년여 동안 80만원 대에서 횡보하던 주가가 최근 다시 비상 하고 있다. 

오리온은 올 해 3분기까지 1조8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도와 비슷한 규모다. 4분기 동안 중국향 매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어 전년도를 뛰어넘는 매출 신장도 기대되고 있다.
최근 주가의 행보도 이 같은 기대를 반영하는 듯이 보인다. 11월 초 79만원까지 하락했던 주가는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100만원 안착을 눈앞에 두고 있다. 불과 2주만에 25% 이상 급등했다. 회사의 최대주주인 담철곤, 이화경 회장 부부의 입장에서도 만면에 웃음을 감출 수 없을 희소식이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은 이같은 주가 흐름보다 올해도 담철곤 회장이 황제배당을 이어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1년과 2013년 상상을 초월하는 고배당을 챙긴 담철곤 회장은 연말과 배당시즌이 다가오면서 다시금 논란의 핵심에 오르고 있다.

2011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돼 복역하던 담 회장은 횡령액 전액을 회사에 변제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경영의 차질을 호소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읍소했던 담 회장은 그러나 출소 후 회사에 변제했던 금액 이상을 개인회사 아이팩으로부터 배당금 명목으로 받아냈다. 고배당 논란이 끊이지 않자 최근 아이팩과 합병에 대한 카드를 꺼내 들었던 오리온은, 세간의 관심이 정윤회씨 사건과 기업간 대형 빅딜 등 연말분위기로 흘러가자 다시 감감무소식이다.

◇ 아이팩發 황제배당 신화는 계속되나?

지난해 담철곤 회장은 오리온에서 54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았다. 대기업 오너 중 연봉순위 9위에 올랐다. 부인 이화경 부회장도 44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수령했다. 부부가 합쳐 10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았고, 이로써 담철곤 회장 부부는 유통,식품업계 연봉 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여기에 더해 개인회사 격인 아이팩으로부터 연봉의 3배에 이르는 돈을 배당금으로 받아냈다. 자녀들인 담경선, 담서원의 배당금 수익까지 합하면 작년 한 해 담 회장 일가가 챙긴 수익은 300억원에 이른다. 2011년 담철곤 회장이 재판부에 변제하겠다고 약속한 금액이 300억원이었다.

아이팩은 과자포장지를 만드는 회사다. 2013년 403억원의 매출 중 80%가 넘는 324억원이 오리온그룹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아이팩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담철곤 회장은 아이팩의 발행주식 34만5000주 중 18만4000주(53.33%)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나머지 지분은 Prime Link International Investment Limited(이하PLI)가 보유하고 있다. 또 아이팩이 PLI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PLI는 아이팩의 자회사로 등재돼 있다.

지난해 24억8,4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아이팩은 배당금으로 150억8800만원을 담철곤 회장에게 지급했다. 배당성향이 607%에 이른다. 2011년에는 9억4500만원의 당기순이익으로 200억5600만원을 배당했다. 2013년 연구개발 명목의 경상개발비가 단 돈 56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천문학적인 액수가 배당된 것이다.
전경련의 분석에 따르면 2013년 국내 대기업의 배당성향은 19.81%, 중소기업은 11.57% 정도이다. 산술평균으로 계산해도 대기업은 23.52%, 중소기업은 16.83% 수준이다.

아이팩도 2007년 이전에는 3~7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액면 배당률 기준 15~30% 수준이다. 이 시기에 당기순이익은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배당성향은 기재되지 않았다. 2008년 이후에는 아예 배당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1년 담철곤 회장이 53%의 지분을 취득한 후 배당금이 200억원 대로 폭등했다. 그 해 당기순이익의 21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12년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은 아이팩은 2013년 다시 담 회장에게 150억원 대의 고배당을 실시한다.

연간 20여 억원의 수익을 내는 회사가 어떻게 한 해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금액을 배당으로 지급할 수 있었을까?
오리온은 “그동안 쌓아왔던 유보금으로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매체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아이팩 배당금의 출처가 오리온의 중국 자회사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이팩은 2013년 손자회사인 랑방아이팩(LANGFANG IPAK PACKING CO.,LTD)을 매각했는데, 랑방아이팩을 인수한 업체가 오리온그룹의 중국 계열사인 오리온식품유한공사(OFC)라는 것이다. 즉, OFC가 랑방아이팩을 인수하면서 인수대금을 아이팩의 자회사인 PLI에 지급했고, PLI는 이를 고스란히 아이팩에 배당으로 넘겼다. 아이팩은 이 중 150억 8800만원을 담 회장에게 배당한 것이 된다. 랑방아이팩이 단지 개인회사의 손자회사에서 계열사의 자회사로 소속부가 변경되는 동안, 담철곤 회장이 개인회사와 그룹계열사를 동원해 자금을 돌리면서 OFC의 돈을 배당금의 형태로 가져갔다.
랑방아이팩은 2013년 매출 262억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을 올린 알짜회사다. 랑방아이팩이 얼마에 OFC에 매각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지만, 아이팩으로서는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던 자회사를 미련 없이 OFC에 매각한 것이다.

◇ 법보다 빠른 담철곤 회장의 행보

 
논란이 끊이지 않자 오리온은 11월 11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아이팩과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합병을 하게 되면 담철곤 회장은 그동안 족쇄처럼 옭아매던 고배당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와 과세의 부담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머니를 채워주던 배당금은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배당금을 포기한다고 반드시 담 회장 일가의 보수 총액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올해 1월부터 '등기임원 개별보수 공개'제도가 시행됐다. 개별보수 공개 제도는 사업보고서 제출의무가 있는 기업은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들의 개별보수를 공개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 동안은 등기이사들의 연봉 평균치와 연간 총액만 공개해 고액 연봉자들의 개별 보수를 확인 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5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5억원 이상은 개별 공시하도록 바뀌었다.
이 제도가 발표된 후 지난해 11월 담철곤 회장 부부는 등기이사직을 사퇴했다. 회사측에서는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담철곤 회장 부부의 연봉공개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더구나 담 회장 부부는 회장,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등기이사로서의 책임을 피하면서 오너로서의 권한과 보수는 계속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더구나 연봉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의 총액이 앞으로 어떻게 책정 될지는 알 수 없게 됐다.

합병을 검토 중이라던 오리온은 공시 후 감감무소식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된 것이 없다. 합병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당금과 보수, 담철곤 회장의 복잡한 계산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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