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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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그리드=이태한 기자] 국내 증권사 소속 전문가 10명 모두 4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현행 연 1.25%에서 1.00%로 인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1.00%는 '안 가본 길'이다. 이들 10명 중 3명은 기준금리가 0%대로 추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0%p(포인트) 전격 인하해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여력이 더 생겼다고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부정적 여파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것도 고려한 판단이다.

▲ 4월 금리인하는 기정사실화

국내 증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금리인하 등에 대해 긴급 설문한 결과, 전원이 4월 9일 열리는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당초에도 전문가 대다수는 지난 2월 금통위가 '예상 밖' 동결을 한 후 4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지난 3일(현지시간) 연준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 화상으로 임시 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00~1.25%로 50%p 내려 이 같은 전망이 확산됐다.

전날 이주열 한은 총재(금통위 의장)가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연준의 금리결정과 관련해 "정책여건의 변화를 적절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하 시그널을 준 게 결정적이었다. 다만 이 총재는 "통화정책만으로 코로나19의 파급영향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미 연준과 같은 대폭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는 점도 시사했다.

전문가 10명 중 7명은 금통위가 4월 예정된 정례회의 전 임시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준이 지난 2008년 이후 약 12년 만에 임시 FOMC를 열고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한 데 따라 금통위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 임시 금통위를 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통위도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0월 27일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5.00%에서 4.25%로 0.75%p를 인하한 바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3월 정점을 찍는다는 전제는 낙관적인 면이 있고 가계부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금통위의 2월 금리동결은 사실상 정책 여력을 아끼고 싶다는 의도로 해석됐다"며 "한미 금리차로 자금유출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금통위가 그 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우리나라도 추가 인하 여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한은 금통위도 기준금리를 내릴 여력이 생긴다. 우리만 기준금리를 낮춰 한미 기준금리 역전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우려해야 하는데, 그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금리인하를 전망한 전문가 중 3명은 이후 한차례 더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봤다. 금통위가 4월 금리를 인하한 후 한 번 더 내리면 0%대 금리가 된다. 3명 중 2명은 5월 금통위에서 0.25%p 인하해 기준금리가 연 0.75%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나머지 한 명은 하반기 금통위가 관례를 깨고 기준금리를 0.20%p 내려 연 0.8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권 금리가 기준금리 0.25%p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다음 금리 인하에 프라이싱 하기 시작했다"며 "연준이 이번에 0.50%p를 내려 금통위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고 분석했다. 신얼 연구원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0%대 금리에선 조정폭을 줄인다"며 "지난 2014년~2016년 금통위 의사록에서 0.20%p 조정 논의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조정폭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 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016년 6월~2017년 11월 유지됐던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금통위가 4월 9일, 5월 28일 등 2차례 남았고, 하반기에는 7월 16일, 8월 27일, 10월 14일, 11월 26일 등 4차례 개최된다.

이태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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